그 남자의 해방일지!
자연인 김진수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산일에도 자연인 김진수(60) 씨의 아리랑은 멈출 줄을 모른다. 막바지 더위에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히지만 넘쳐나는 흥만큼은 주체하지 못하는데. 빨간 두건과 군복 바지 차림의 강렬한 인상과 달리 처음 본 승윤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다 가져가라며 후한 인심까지 내보이는 자연인. 흥도 많고 정도 많은 이 남자의 산골 생활이 궁금하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시절, 넉넉지 않은 형편에 진수 씨는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그 무엇 하나 맘껏 누리지 못했다. 그렇게 초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한 후 생계를 잇기 위해 열아홉의 나이로 뛰어든 건설 현장. 제대로 된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 그저 몸 쓰는 일만 하던 그때, 일머리가 좋은 진수 씨를 윗사람이 알아보고 직접 도면 보는 일을 가르쳤다는데. 그렇게 도면을 보고 설계도 하며 반장 직급까지 올라갔고 가족들을 위해 20여 년간 쉬지 않고 일을 했다. 긴 세월 동안 일하며 여러 사고를 목격한 진수 씨는 이내 건설업을 뒤로한 채 고속도로 공사 일을 시작했다. 살이 타는 듯한 날씨에도 헬멧을 쓰고 일해야 하니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건 당연한 일.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쉬지 않고 일을 하다 보면 한 시간에 한 번씩 신발을 벗고 발을 식혀줘야 할 정도였다는데. 그중에서도 자연인을 더욱 힘들게 한 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거쳐야 했던 까다로운 감리였다. 당연히 해야 하는 과정이었지만 자연인에게는 스트레스였다는데. 그렇게 10년간의 고속도로 공사 일을 끝낸 후 들어온 자연. 이곳에서는 어떠한 검사도, 지시도 없다. 오직 나만이 내 하루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밭일을 하다 보면 금방 오후가 되고, 집 뒤편 과일나무 밭에 가서 풀을 뽑다 보면 금세 해가 지고 있다. 그러나 자연인은 이 모든 게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도시에서의 일과 달리 자연에서의 일은 해방 그 자체. 산에 올라 야생 삼을 캐는 것도 산 곳곳에 있는 벌통을 관리하는 것도, 정성껏 키운 과일로 잼을 만드는 일에도 자유와 여유가 가득 묻어있다. 결과가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오직 내 만족을 위해 하는 일. 자연인은 이런 자유를 바라고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다시 돌아온 고향 땅에서 진정한 해방을 맞이한 자연인 김진수(60) 씨의 이야기는 2023년 9월 6일 수요일 밤 9시 1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