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선술집 하는 것이 인생 목표인 막내아들 강수범 씨
전라남도 진도의 쉬미항에는 서울에서 살고 싶어하는 5녀 1남 중 막내아들 강수범 씨(39세)와 막내가 고향 진도에 정착하기를 바라는 띠동갑 큰누나 강선아 씨(51세)가 산다. 어부인 부모님 밑에서 8살 때부터 고기잡이를 따라다녔던 수범 씨는 거칠고 고된 바닷일이 싫어 자신은 부모님처럼 살지 않겠다며 스무살이 되자 진도를 떠나 서울로 향했다. 처음엔 이탈리안 레스토랑 주방 보조로 일을 시작해서 이삼 년 후에는 커피까지 배워서 직접 까페를 차렸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았는데, 가게 문제로 수범 씨가 고민하던 바로 그때 ‘엄마의 조그만 식당을 리모델링해서 네 식당으로 만들어 보라’는 큰누나의 제안에 잠시 바람이나 쐬자는 마음으로 진도에 내려왔다가 엄마, 큰누나의 도움으로 식당을 시작한 것이 벌써 8년째 접어들었다.
하지만 막상 같이 일을 해보니 12살 차이 나는 띠동갑 큰누나와 성격 차이에, 일하는 방식이 달라서 사사건건 부딪치는 데... 수범 씨는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도 확실하게 자기 시간을 가지고 싶지만, 생각났을 때 바로 일을 진행해야 하는 성격 급한 큰누나는 사장이 맨날 쉬려고만 한다며 잔소리를 해댄다. 게다가 365일 연중무휴인 식당에 새벽 고기잡이와 전복 양식장까지 관리하는 수범 씨가 매주 월요일마다 식당을 하루씩 쉬자고 제안했다가 큰누나가 남들 쉴 때 같이 쉬면 장사가 되겠냐며 버럭 화내는 바람에 본전도 못 건졌는데...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북적이는 번화한 서울에서 살고 싶었던 수범 씨는 8년간 자신을 도와주는 가족들한테 차마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가지게 되었다.
# 막내야, 진도에서 같이 살자! 든든한 조력자 큰누나, 선아 씨
5녀 1남 중 큰딸인 선아 씨는 성인이 되자 타지로 나간 동생들과 달리 고향 진도에서 고기잡이하며 작은 식당을 했던 엄마 곁에서 함께 식당 일을 도우며 살았다. 6남매를 키우느라 억척스레 안 해본 일이 없는 엄마가 늘 눈에 밟혔고, 막내 수범 씨를 진도에 부른 이유도 가게가 잘되지 않아서 타지에서 혼자 몸 고생, 마음 고생하는 막내아들을 오매불망 걱정하는 엄마 옥순 씨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범 씨에게 진도에 내려와서 엄마의 선술집을 네가 하고 싶은 스타일로 리모델링해서 운영해보라며 설득했고, 수범 씨의 식당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진도읍에서 쉬미항까지 출퇴근하며 8년째 식당 일을 돕고 있는데... 선아 씨는 당최 막내의 일하는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고로 사장이 직원보다 빨라야 하거늘, 점심 백반 장사 준비에 바쁜 오전 시간에 장 보러 가서 늦게 오질 않나, 점심 백반 장사 끝나면 또 바로 기본 밑반찬을 만들고 저녁 예약 손님상을 준비해야 하는데 틈만 나면 산책간다고 자리를 비우는 막내가 답답하다. 그러다보니 수범씨가 진도에 돌아온 것이 좋으면서도, 막상 막내 얼굴을 보면 칭찬보다 잔소리부터 나오기 일쑤다. 게다가 하나뿐인 아들이라 결혼해서 고향에서 부모님 모시고 정착해서 살면 좋겠는데 마흔을 앞두고도 결혼할 생각이 없어 보이는 수범 씨 때문에 속이 터진다.
# 식당 2층에 카페를 더 차리자는 큰누나 VS 서울 가서 성공하고 싶은 막내 수범 씨
수범 씨도 큰누나의 마음을 안다. 그럼에도 서울행을 고집하는 이유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서울에서 자기 힘으로 가게를 차려서 성공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다. 꿈 많은 나이 열아홉 살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죽을 고비를 넘긴 뒤로 가족들은 하나뿐인 막내아들 수범 씨에 대한 걱정이 많아졌다. 가족들의 격려와 지원도 고맙고, 서울에서 가게를 했을 때보다 진도에 내려와서 엄마와 큰누나와 함께 시작한 식당 수입이 훨씬 좋지만, 수범 씨의 마음속에는 멋지게 독립해서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늘 자리하고 있다. 여객선터미널과 집 5채가 전부인 쉬미항에서의 단조로운 삶이 아니라 사람들이 북적이는 도시에 선술집을 차려서 매일 새로운 정보와 새로운 사람들과 술 한잔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래서 서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선술집을 차리려고 지난 8년간 조금씩 자금도 모았지만, 자신을 물심양면 도와주는 가족들에게 차마 나홀로 서울 가겠다는 말이 떨어지지 않아서 말할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그러던 어느 날, 수범 씨의 속마음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큰누나 선아 씨가 식당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식당의 2층에 까페를 하나 더 차려서 가게를 확장하자는 제안을 하자 수범씨도 서울에 가겠다는 자신의 계획을 말한다. 8년간 막내가 진도에 정착하기만을 바라며 도왔던 큰누나 선아 씨에게 수범씨의 서울행 폭탄선언은 엄청난 배신감으로 다가왔고 다음날 식당 출근을 못할 만큼의 충격으로 이어져 선아 씨는 아예 자리에 눕고 마는데... 8년간 함께 하면서도 마음은 전혀 다른 동상이몽을 가졌던 띠동갑 남매는 과연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