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늘 함께하는
울릉도 첩첩산중 오지에 사는 동갑내기 부부
포항에서 크루즈를 타고 6시간 남짓, 그나마 바다가 허락해야 겨우 닿을 수 있는 섬, 울릉도
그 첩첩산중 오지에 손화자(63세) 씨와 허영한(63세) 씨 동갑내기 부부가 산다. 둘 모두 울릉도에서 나고 자란 울릉도 토박이로 육지 나가 살던 남편 영한 씨는 아버지 돌아가신 후 장남 노릇하기 위해 다시 울릉도로 돌아왔고 아내 화자 씨 역시 부모님 돌아가시고 고향 땅을 지키기 위해 울릉도로 돌아왔다. 그렇게 다시 만나 ‘동네 친구’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게 된 두 사람.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늘 함께하며 살았다. 마을 뒷산에서 고로쇠 물을 수확하고 산나물을 캐고 바다에 나가 자연산 돌김을 채취한다. 울릉도가 내어 준 자연 덕에 아들 넷 번듯하게 키워낼 수도 있었다. 어느덧 환갑을 넘긴 나이, 하지만 여전히 일 욕심이 많은 아내 화자 씨인데 마을 이장을 맡으면서 내 집 일보다 마을 일이 우선이 된 남편. 남의 편이라 남편이라 했던가 오늘도 마을에 일이 생겼다며 쏙 빠져나간다. 마을 회의의 끝은 늘 술자리로 이어지기 마련, 제발 오늘은 술이나 먹고 오지 않았음 싶은 화자 씨. 멀어지는 남편의 차를 바라보며 한숨이 절로 나온다.
#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이제는 쉬엄쉬엄 살고 싶은 남편 영한 씨
우리나라에서 눈이 가장 많은 울릉도. 오늘도 고로쇠 숲은 설국이 됐다. 어려서부터 염소 키우느라 산을 잘 탔다는 아내는 미끄러운 설산, 아슬 아슬 낭떠러지 앞에서도 거침이 없다. 일 욕심 많고 성질 급한 탓에 다쳐서 병원 응급실로 달려간 적도 여러 번. 자식들 다 키웠겠다, 이제는 좀 쉬엄쉬엄 살자며 영한 씨가 캠핑카 타고 전국 일주를 하며 살자고 제안했지만 일할 수 있을 때 일해야 한다며 딱 7년만 미루자는 아내. 캠핑카 동영상을 들여다보며 달콤한 꿈에 빠져들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전호나물이 나올 때라며 나물을 캐러 가자고 성화인 아내.
‘일 안 하면 캠핑카도 없어요 ’ 오늘도 영한 씨는 ‘캠핑카’에 발목 잡혀 아내를 따라서 나물을
캐러 간다.
# 7년 후로 약속했잖아 VS 늙어서 여행 다닐래?
고로쇠 물을 받기 위해 나무에 구멍을 뚫던 남편 영한 씨가 갑자기 볼일을 보러 간다며 집을 나선다. 2월에서 3월까지 겨울철 두어 달 바짝 일해야 하는 일인데 속이 타는 아내 화자 씨.
그런데 영한 씨가 향하는 곳은 마을과는 반대 방향이다. 중고로 내놓은 캠핑카를 구경하러 가는 길. 캠핑카의 주인은 마침 평소 안면이 있던 옆 마을 이장님이다. 5년 타고 다녔다는데 제법 깨끗한 데다 두 부부 타고 다니기엔 딱 맞다 싶어서 마음에 쏙 든다. 평생 일만 하며 살았는데 이 정도 꿈도 누리지 못할까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캠핑카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데…. 한편, 남편이 나가고 혼자서 택배로 부칠 돌김 마무리 작업을 하는 아내 화자 씨. 그동안 파도가 세서 김 채취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배송이 늦어지자 주문 취소 전화까지 이어진다. 손 하나라도 아쉬운데 남편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며칠 후, 캠핑카를 팔겠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요즘 들어 부쩍 수상쩍은 남편. 아내 화자 씨의 추궁에 캠핑카를 살 거라는데…. 당장이라도 캠핑카를 계약해버릴 것 같은 남편.
분명 7년 뒤에 사자고 했건만. 화자 씨는 속이 터진다. 남편은 남편대로 말이 통하질 않는 아내가 답답하다. 놀러 다니는 것도 다 때가 있는 법인데. 나이 들어 운전은 쉬울까?
알콩달콩 동갑내기 부부의 애정전선에 빨간불이 켜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