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몸에 좋은 약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 건강을 해치는 독이 된다. 반면 치명적인 독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몸을 살리는 약이 되기 마련! 맹독을 가진 복어는 독을 조절하여 숙취 해소와 간 기능 개선에 효과적인 겨울 바다 대표 보양식이 되고~ 특히 사람에게 치명적인 유황과 지네 독을 해독 능력이 있는 닭과 오리에게 먹이면, 독을 견딘 만큼 효능 또한 뛰어나다는데… 유황을 먹인 오리는 서목태와 만나 항암 효과가 있는 사리장으로, 지네를 먹인 오골계는 뼈와 관절에 좋은 약음식으로 재탄생한다! 독을 두려워하는 대신 독을 이용해 건강에 이로운 약으로, 새롭게 만들어내는 사람들! 그 뜨거운 삶의 현장을 ‘리얼다큐-숨’에서 찾아가 본다.
중국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가 “한번 죽는 것과 맞먹는 맛”이라고 극찬한 복어! 복어 한 마리에 성인 남성 30명을 거뜬히 죽일 정도의 맹독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을 앗아갈 만큼 치명적이지만, 그만큼 맛도 효능도 뛰어나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허한 것을 보하고 습을 제거하며, 허리와 다리를 다스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식용으로 먹는 복어 가운데 가장 으뜸은 참복인데, 독성이 가장 강한 반면 영양이 풍부해 수술 전후 환자의 회복과 당뇨병, 간장 질환의 식이요법에 적합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에서는 제철 맞은 참복 잡이가 한창이다. 복어는 수면에서 10~15m 정도 아래에 떠다니기 때문에 주낙 방식을 사용해 잡을 수 있다. 주낙으로 잡은 참복은 육지까지 살려서 오는 게 관건! 살아 있는 복어가 훨씬 비싼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 3시, 만선의 꿈을 안고 조업에 나선 경력 30년의 고정덕 선장. 육지에서 1시간 정도 바다로 나가자 선원들은 준비해 간 주낙을 던지기 시작한다. 주낙 하나에 걸린 낚시 바늘은 모두 110개, 하루 조업을 나갈 때마다 던지는 주낙의 개수는 88개가 넘는다. 주낙에 사용되는 줄은 금속으로 만든 와이어, 어지간한 낚시 줄은 모두 끊어 버릴 만큼 복어의 이빨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건져 올린 참복은 수조에 넣어 항구까지 이송하는데... 수조에 넣기 전, 이빨 제거 작업은 필수다. 성질 사나운 참복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상처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 그런데 참복 잡이를 하던 중 조업을 포기해야 할 만큼 위급한 상황과 부딪치게 된다. 600미터 가까이 되는 주낙의 긴 줄이 다른 배의 낚싯줄과 엉켜 버린 것! 과연 이들은 참복을 무사히 잡을 수 있을까?
거센 파도와의 사투 끝에 얻은 참복은 제주도의 한 복어 전문점으로 이송된다. 복어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맹독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청산가리의 10배에 이르는 독으로 한 마리가 가진 양으로 성인 33명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다. 그래서 복어는 자격증을 가진 요리사만 다룰 수 있다는데… 경력 32년의 베테랑 조리사 손정균 씨는 하루에 500kg이 넘는 양의 복어를 손질한다! 싱싱한 참복을 즐기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회, 특히 접시가 비칠 만큼 투명하게 썰어 낸 복사시미는 예술 작품으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손질하는 과정에서 독은 모두 제거하지만, 복어의 뼈와 살에는 미량의 독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바로 이 미량의 독이, 알코올 제거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복지리가 해장에 으뜸으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이 독 때문이라는 것. 일본의 정종에 들어가는 지느러미 역시 아주 적은 양의 독을 품고 있다. 말린 복어 지느러미를 태워서 정종에 넣으면, 복어의 독으로 술독을 제거하는 셈이라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포항의 한 복어 전문점에서는 복어의 좋은 성분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섭취하기 위해 음료를 개발했다는데! 복어의 단백질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살과 뼈에 극소량 남아있는 독이 알코올을 분해하고 중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복어의 이 같은 특성 때문에 1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맛과 효능을 강화, 미국 FDA 승인을 받아 해외로까지 수출되고 있다.
사람을 순식간에 죽일 수도 있는 맹독을 가진 복어! 겨울의 끝자락에서 파도와 사투를 벌이며 복어를 잡는 사람들부터 복어를 활용한 약용음식, 그리고 복어 독을 연구하는 사람들까지~ 알려지지 않은 복어 독의 신비를 ‘리얼다큐-숨’ 카메라가 추적한다!
화약과 성냥의 재료로 쓰이는 유황. 동의보감에는 몸이 차고 맥이 미(微)하며, 손발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경우에 쓰지만, 독이 있다고 전해진다. 유황은 독성이 강해 인간이 직접 섭취하는 것은 어렵지만, 오리만은 유황을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따라서 사람이 유황의 효능을 이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방법은 바로 유황오리다!
완주에 사는 이상호 씨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유황오리에 산야초 효소와 항암 효과가 있는 서목태로 사리장을 담는다. 사리장은 유근피, 겨우살이 등의 한약재와 죽염으로 장을 담그고 발효시킨 약간장이다. 이상호 씨는 죽염을 제외한 모든 재료를 직접 조달하는데 유황과 산야초 달인 물을 오리에게 먹이고, 효소를 담을 산야초는 유황을 뿌려 기른다! 재료에 유황을 사용하는 것은 사리장의 약성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함이라는데~ 재료 준비에서부터 메주를 만드는 데도 보름 이상이 걸리고, 각종 한약재와 유황오리를 8시간 이상 달여야 하므로 사리장을 만드는 일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이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사리장은 오래 묵을수록 좋다는데… 오래 묵은 사리장은 맛이 쓰고 색이 아주 검은데 약효는 훨씬 뛰어나다고 한다. 특히 20여 년 전 처음으로 만든 사리장은 이상호 씨의 보물이다! 오랜 세월 인내와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사리장, 그 인고의 현장을 ‘리얼다큐-숨’에서 만나보자!
보기만 해도 징그러운 지네를 약으로 먹는다? 지네는 예부터 한방에서 오공(蜈蚣)이라 불리며 신경통이나 중풍, 종기 등을 치료하는 약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특유의 냄새 때문에 사람들이 직접 섭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나온 방식이 술을 담가 마시거나 닭과 함께 고아 먹는 것이었는데....
김해에서 오골계를 기르는 박영화 씨는 지네의 독을 효과적으로 먹기 위해 오골계에게 직접 지네를 먹인다! 지네를 먹고 자란 오골계는 체질이 바뀌어 일반적인 오골계보다 약효가 더 좋다고 한다. 오골계 한 마리가 먹는 지네의 양은 무려 200마리! 이 때문에 그는 지네가 잡히는 철에 전국을 다니며 미리 지네를 사둔다고 한다. 그의 장롱 속에는 15만 마리의 지네가 보관되어있다고! 귀한 지네는 최대한 바짝 말려 수분이 없는 상태로 보관해야 한다. 습기가 차면 자칫 썩어버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바짝 말린 지네는 매우 딱딱하기 때문에 갈아서 사료와 섞어 준다. 한 번 지네를 맛본 닭들은 지네를 섞지 않은 사료는 먹지 않는다고! 이렇게 지네를 오골계의 먹이로 개발한 건, 서울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한 형님이었다. 육군본부 병식연구소 실험소장이었던 그의 형은 효능 좋은 지네닭을 만들기 위해 13년 동안 직접 오골계를 사육하며 연구를 했다고. 지네 먹은 오골계로 만든 백숙은 지네를 징그러워하는 사람들도 쉽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 백숙뿐만 아니라 오골계의 살을 발라낸 뒤 뼈만 푹 고아낸 곰탕, 오골계와 궁합이 맞는 한약재를 넣어 달인 진액까지~ 독을 품은 명약, 지네를 이용한 약음식의 세계! 그 치명적인 현장을 밀착 취재한다.
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한다. 제대로 활용하면 위험한 만큼 약이 될 수 있다는 것! 맹독을 약음식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은 독을 보약으로 만들기 위해 맞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 정성과 노력으로 최고의 약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을 3월 5일 밤 9시 50분 MBN 리얼다큐-숨에서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