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불이 아니라 인간의 불이었다.
1883년 미국에 선진문물을 배우러 간 보빙사절단 의 유길준은 뉴욕의 에디슨 전기회사를 보고 마귀의 힘으로 불이 켜진다고 생각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서구 문명에 감탄한 유길준은 우리도 전깃불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죠.
4년 후인 1887년 봄날 경복궁 내 건청궁에서 그의 눈부신 꿈이 이뤄집니다. 동양 최초로 전기가 도입돼 점등식이 열렸거든요.
조선 최초의 국비유학생이었던 유길준이 미국을 뜯어보는 일에 한시도 게을리하지 않고 따끈따끈한 신문물을 조선에 전하고자 노력한 결과였습니다.
스페인이라는 곳이 문화 강국이잖아요. 견문 넓히고 그런 차원에서….
그제 파주시의회 의원 14명과 사무국 직원 5명은 아랍에미리트와 스페인으로 떠났습니다. 문제는 예산 7천500만 원을 들인 출장 일정 대부분이 관광이었다는 거죠.
심지어 국회 활동을 빠지고도 갑니다. 작년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은 총 79건이었는데 이 중 55건이 국회 회기 중이었고 본회의 당일에 떠난 경우도 22건이나 됐거든요.
돈도 많이 씁니다. 지난해 세금으로 경비를 지원받아 해외 출장을 간 의원은 165명으로 55억 6천530만 원이 쓰였습니다. 의원 1인당 1회 평균 2천만 원 이상을 쓴 거죠.
그런데 국민을 위해 해외 출장도 마다하지 않고 일했다는 의원님들의 성과는 왜 체감할 수 없는 걸까요.
그리고 그런데도 이런 행태가 단절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따끔한 회초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19세기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계급이익에 휘둘린 민주주의는 사악하고 무능한 정치체제로 타락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죠.
무조건 해외연수를 막자는 게 아닙니다.
돈 들인 만큼의 성과가 없다면 또 외유성이었다면 철저하게 비용을 물게 하는 등 물 샐 틈 없는 제도를 만들자는 겁니다. 물론 의원님들은 싫겠지만요.
나라 곳간에 쥐가 너무 많으면 백성의 허리만 휠 뿐이니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툭하면나랏돈으로 해외출장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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