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정치학자와 정치부 기자들이 나서서 국민을 설득하라 !
이 와중에 뜬금없어 보이겠지만 작금의 국회 파행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을 것 같아서 하는 소리다. 일단 국회선진화법에 의거 신속처리안건(언론과 정치권은 ‘패스트 트랙’이라 표현함)으로 올라간 법안중 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그렇다 치더라도 선거구제 개편의 원만한 해결 방법은 결국 이것밖에 없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년 우리사회 정치개혁의 방향은 (1) 제왕적 정당시스템 개편과 (2)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 타파였다. (* 지역감정 해결과 이념정당으로의 분화 문제는 그 이전부터 나왔던 소리다) 헌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권역별 비례대표든 연동형 비례대표든 이런 문제는 정치개혁 방향과는 별 상관이 없는 순전히 특정 정파의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나온 제안들일 뿐이다.
원래 애초에 민노당등 소위 ‘좌파정당’들이 선호해온 제도는 국회의원을 한 선거구에서 2-5인정도의 다수를 뽑는 중,대 선거구제였다. 그래야만 민노당 같은 당세가 약한 소수정당도 선거구에서 2위를 하든 3위를 하든 그렇게 당선되어 원내진출을 꾀해볼수 있으니까. 헌데 17대때 민노당이 10석(지역구 2석, 비례대표 8석)의 의석을 배출 사상 첫 좌파정당의 원내진출 기록을 세운후 이후 통진당,정의당등의 후속 좌파정당들은 평균 지지율이 7% 안팎, 통진당은 한참 잘 나갈 때 지지율이 10%를 넘어선적도 있었다. 그래서 이때부터 통진당,정의당등에서 나온 주장들이 이와같은것이었다. 왜 지지율 7% 정당이 원내 의석비율은 2%(6-7석)밖에 안되느냐 ? 따라서 이와같은 불합리성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나온 제안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소수 당선자밖에 못 낸 군소정파들에게 정당 득표율대로 비례대표를 추가 배분해줘서 ‘군소정당’의 원내 지분을 일정부분 보장해주는 한마디로 군소정당의 입지를 보장해줘서 다당제를 지향하게 하는 제도로 독일,뉴질랜드등 일부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헌데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군소정당을 전국 정당 득표율에 맞춰 비례대표수를 추가시켜주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초과의석’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긴다. 가령 정의당이 지역구 당선자는 2석밖에 안 나왔는데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에선 7%가 나왔다고 치자. 그럼 무조건 의원정수 300명중 7%(21명)가 되도록 나머지 19명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중에서 당선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의원정수 300명을 넘어 319명의 국회가 탄생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이와같은 ‘초과의석’ 발생 문제 때문에 민주당 지지성향 정치학자중에도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에는 부정적인 견해였던이들이 더러 있었다.
한편 ‘권역별 비례대표’는 연동형과는 상관없이 지역별 득표율대로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제도로 사실 이 안은 애초에 민주당측에서 나온 선거구제 개혁안이었다. 이유인즉슨 호남에서 한국당 득표율은 87년 소선거구제 이후 지난 30년 10%를 넘어선적이 거의 없지만 민주당은 영남에서 30%를 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헌데 이 영남에서 30-40% 정도 존재하는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이 선거결과에 반영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나왔던 선거구제 개혁안이 비례대표를 각 지역별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였던 것이다.
헌데 이번엔 바로 이와같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는 정의당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는 민주당의 이해관계가 그런대로 맞아떨어지고 낮은 지지율로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당선자가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의 이해관계까지 맞아떨어져서 연동형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반반씩 혼합한 매우 기형적인 ‘비례대표 선거제’를 만든 것이 작금의 신속처리안건에 포함이 된 내년 총선부터 실시하려는 새로운 선거제도인 것이다.
헌데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서울,경기-인천,강원-충청,전라,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 비례대표를 배분하고 여기에 연동형을 50% 적용하는 ‘비례대표’ 배분 방식이 너무 복잡해 취재하는 정치부 기자들조차도 이해가 가지않아 새로운 제도로 비례대표를 배분하는 방식을 기자들이 묻는 과정에서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3선)이 ‘산식(계산식)은 국민이 알필요 없다’는 희대의 발언까지 나오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비례대표 제도 개정 문제는 결국 의원정수를 늘리지 않고는 해결할수 없는 문제다. 그리고 비례대표 문제와 별개로 도농간 선거구 인구편차 문제가 불거졌을때부터 ‘의원정수 증원’의 필요성은 이미 제기되어 왔었다. 원래 15대 국회까지만 해도 국회의원 선거구(지역구)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주요정당간의 합의하에 결정되었다. 따라서 인구가 늘어나는 도시지역은 자연스레 선거구가 늘어나고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인 영,호남 농촌 지역구도 주요 양당간 합의에 따라 웬만하면 줄이지 않고 유지하는 방식으로 합의가 되었기 때문에 한때 지역구 도농간 인구편차가 1:4를 넘어서던 시절(15,16대 국회)이 있었다. 그래서 이때부터 (사실 대다수 국민들은 별 관심없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정치학자들과 일부 언론이 도농간 인구편차가 1:4가 넘는 당시 지역구 제도는 불합리 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그러다 일부 시민단체들이 2001년에 헌법소원을 내 선거구 도농간 인구편차를 1:3으로 조정하라는 헌재의 판결을 받아냈고, 이어 정우택 의원등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2014년에 1:3 인구편차도 불합리하다고 다시 헌법소원을 내 급기야 도농간 선거구 인구편차를 1:2로 조정하라는 헌재 판결을 받아낸 것이다.
헌데 도농간 인구편차를 줄이는 것은 결국 지역구 수를 늘리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때부터 1:3이 되었든 1:2가 되었든 도농간 인구편차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면 결국 의원정수를 20-50명 정도 늘려 320-350명 정도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의원정수 증가 문제는 도농간 인구편차 조정과 비례대표제 개정 문제가 맞물려서 지난 십수년 꾸준히 제기되어왔고 다만 국민정서상 맞지 않는 문제라서 적극적인 공론화가 되지 못했을 뿐이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선거구 조정 문제로 늘 시끄러웠던것도 결국 그 때문이다. 17대 국회때는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당시 민주당-열린우리당이 분당된 상황에서 민주당 잔류파 중진의원 몇몇의 선거구가 조정되는 과정에서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고, 19대때도 영,호남 농촌 지역구가 줄어드는 문제를 끝까지 합의를 못보다가 선관위의 권고대로 의원정수를 299명에서 300명으로 한명 늘리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고, 20대때엔 바로 도농간 인구편차 1:2 조정 헌재판결이 있은뒤라서 그 때문에 또 한바탕 진통을 겪다가 선거를 한달반정도 앞둔 2월말에 가서야 결론을 볼수 있었다.
헌데 이번엔 선거를 코앞에둔 시점도 아닌 아직 1년이나 남은 총선을 두고 이 난리다. 일반적으로 선거구제 개편 조정문제는 총선을 대략 3-4개월 앞둔 시점부터 진통을 겪거나 여야간 합의를 못봐 난장판이 벌어지곤 했는데, 이번엔 1년전부터 이 난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엔 도농간 인구편차 같은 문제가 아닌 연동형과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반반씩 혼합한 이상한 ‘기형적 비례대표제’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개 정파(민주당,정의당,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가 합의를 보았다면서 공수처 설치법,검경수사권 조정안과 함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올려놓아 이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대안을 하나 제시한다.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20명 늘려 320명으로 하고, 지역구는 도농간 인구편차를 헌재판결대로 1:2로 조정 260석 안팎으로 하고 비례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60석 안팎으로 하자. 이 난장판 국회를 보면서야 당연히 ‘뭐 이쁘다고 국회의원 수를 늘려주냐 ?’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뻐서 늘려주는게 아니라 늘려줘야 싸울일이 그래도 하나라도 줄어들기 때문에 하는 소리다. 우리 정치 현실에서 국회의원 지역구 수는 늘릴수는 있어도 절대 줄이진 못한다. 소선거구제 실시 이후 30년 13대 총선 당시 224개였던 지역구(전국구(현 비례대표) 75석)는 어느덧 253개까지 늘어났다. 이미 정치학자와 정치부 기자들 일각에선 지역구를 다시 225개로 줄이는 현 4당 합의안(한국당만 제외)은 절대 국회 통과 못한다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자기 지역구가 사라지게되는 선거구 개편안에 찬동할 국회의원은 아무도 없을것이기 때문이다. 따지고보면 지역구 도농간 인구편차가 한때 1;4까지 벌어진것도 당시에 주요정당들이 합의를 보면서 인구가 늘어난 도시지역은 늘리면서도 인구가 줄어든 영,호남의 농촌지역 지역구는 줄이지 않고 그냥 놓아두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내놓은 지역구는 270석으로 하고 비례대표를 없애자는 안도 절대 지켜질수 없는 대안이다. 정치신인이나 사회적 약자 또는 지역간,도농간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서도 이들의 입장을 대변할 비례대표가 일정부분 필요한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이 난장판 국회를 계속 보느니 주요 양당간 이해를 어느정도 맞춰줄수 있는 지역구 260석 안팎, ‘권역별 비례대표’ 60석 안팎으로 해서 이 난장판의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해주자는거다. 안 그러면 앞으로도 총선때 지역구 조정문제든 비례대표 문제든 또다시 이런 악순환과 난장판을 우린 또 봐야한다.
감정적으로야 지금 당장 국회를 해산하거나 국회의원수를 확 줄이고 싶겠지만 지금 그런 감정적인 언어로는 이 문제를 해결 못한다. 오히려 의원정수를 20명정도 늘려주는게 이 여야간 갈등을 조금이라도 해소시킬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87년 직선제 개헌과 소선거구제 실시를 골자로 한 개헌 당시 우리나라 유권자 수는 약 2,587만여명. 허나 작년 지방선거 당시 우리나라 인구는 5,190만여명에 유권자수는 4,290만여명이었다. 이와같이 늘어난 인구와 유권자수에 비례해서 봐도 의원정수는 13대 총선(88년) 당시 299명(현재 300명 – 19대때 1명 증원 -) 보다 다소(약 20명 정도)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다.
허나 이 문제는 결국 국민정서상 정치인들이 스스로 개정할수 없는 문제니, 정치학자들과 정치부 기자들이 좀 나서주실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간의 인구증가와 도농간 인구편차 합리적 조정 및 비례대표제의 문제 이런 문제 때문에 의원정수를 일정부분 늘리는게 불가피함을 정치학자들과 정치부 기자들께서 이제부터 좀 직접 나서주셔서 국민들을 설득해달라. 왜 이 난장판이 벌어졌는지 근본 원인이야 전문가이신 귀하들께서 더 잘 아실 것 아닌가. 의원정수를 조금이라도 늘리지 않으면 도농간 인구편차 문제는 비례대표제 문제든 합리적 조정이나 개정이 불가능하다. 정치 전문가들이 좀 나서주셔야 하는 이유가 그래서다.
* 참고 : ‘권역별 비례대표제 대안’ - 편의상 20대 지역구수를 기준으로 배분해봄
(수도권 포함시) 60석 : 서울,경기,인천 – 30석, 대구,경북 – 6석
부산,경남,울산 - 9석, 충청 – 6석, 전라 – 6석
강원,제주 – 3석
(수도권 미포함시) 60석 : 수도권은 이미 지역구가 122곳(253개 지역구의 절반
수준)인데 여기에 ‘권역별 비례대표’를 30석이나 더 추
가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지역간 불균형 문제 해소의
취지를 살려 수도권은 비례대표를 배분하지 않는 ‘비 수
도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제안함
대구,경북 – 12석, 부산,경남,울산 – 18석
충청 – 12석, 전라 12석, 강원,제주 – 6석
(* 또는 강원 5석, 제주 1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