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줍는 사람들
쪽방촌, 단칸방, 좁고 제대로 된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열악한 환경. 이곳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는 독거노인들이 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폐지나 캔, 폐품을 주우며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 생계유지의 어려움만큼이나 이들을 힘들게 하는 건 바로 외로움인데요. 의지할 데 없이 홀로 버텨내야만 하는 가혹한 현실은 열심히 살아보려 하는 마음을 자꾸만 갉아먹습니다. 소나무 500회 특집에서는 이러한 외로움을 이웃들을 위한 나눔으로 달래는 두 사람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캔을 주우며 작은 것 하나도 이웃들과 나누려 하는 홍임 씨, 그리고 폐지를 주우며 불우이웃을 위해 꾸준히 기부를 하고있는 학기 씨의 사연입니다.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좋으니까, 그래서 하는 거예요.“
서울 동자동 쪽방촌, 홍홍임(63세) 씨는 캔과 폐품을 주우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홍임 씨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한 층에 일곱 가구가 모여 사는 쪽방으로 방끼리 따닥따닥 붙어있어 방음이 잘되지 않고, 같은 층에 사는 사람들끼리 주방과 화장실을 공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입니다. 이른 나이에 결혼해 세 아이를 낳았지만,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 남편을 견디다 못해 집에서 나온 지 42년째, 그동안 홍임 씨를 먹고살 수 있게 한 건 고물 수거 일이었는데요. 고물 수거 수입과 쪽방 상담소에서 가끔 받는 지원으로 겨우 먹고사는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홍임 씨는 아이들에게 주지 못한 사랑을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나마 베풀며 죄책감을 달래고 있습니다. 늘 같은 층에 사는 이웃들과 얻어온 옷이나 반찬들을 나누는 홍임 씨. 챙겨줄 때마다 듣게 되는 고맙다는 말은 홍임 씨에게 가장 힘이 되는 말입니다.
”내가 좀 못 먹어도 그 사람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충남 예산, 홍학기(73) 씨는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서울의 한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던 중 추락 사고로 무릎을 다쳐 지체 장애 3급 판정을 받은 학기 씨. 1년간의 입원 생활 뒤 오갈 데가 없어진 학기 씨는 보육원에서 나온 직후 잠시 머물렀던 희망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요. 갑작스레 얻게 된 장애에 절망했던 것도 잠시, 장애인 복지관을 다니며 자신보다 힘든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된 학기 씨는 폐지 수거 수입의 일부분을 장애인들을 위해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젠 운영도 종료되어 남아있는 사람이라고는 세 사람밖에 없는 시설 건물, 장마 때면 빗물이 방 안으로 들어오고 주방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며 불편한 다리를 끌고 폐지를 주워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학기 씨는 벌써 20년째, 쌀과 라면을 사서 장애인 복지관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이젠 나도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들까지 챙기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홍임 씨와 학기 씨지만 두 사람에게 닥쳐있는 현실은 희망적이지만은 않습니다. 햇빛도 잘 들지 않는 쪽방에서의 삶은 홍임 씨를 점점 지치게 만들고 있고 얼마 남지 않은 이는 잦은 소화불량의 주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홍임 씨는 틀니는 물론 월셋집 보증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학기 씨에게는 과거 사고로 다친 무릎의 물리치료와 최근 알게 된 허리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이 필요합니다. 특히 허리 수술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수술비 부담은 물론이고 일을 하루라도 쉬면 생계에 영향이 가기 때문에 학기 씨는 쉽게 마음을 먹지 못하고 있습니다. 곧 있으면 찾아올 장마를 생각하면 빗물이 새는 집도 수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들을 먼저 생각하고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 홍임 씨와 학기 씨! 부디 두 분에게도 따스한 희망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생계를 위해 아픈 다리를 끌고
매일 폐지를 줍는 학기 씨,
그리고 캔과 폐지를 주우며 살지만
가진 것들을 이웃과 나누며 살고 있는 홍임 씨,
힘든 상황에서도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달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두 사람의 따뜻한 사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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