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보화보다 귀한 내 사랑
남편 박종근(48) 씨는 아내 손정화(42) 씨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이며 찌개를 끓입니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아픈 아내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만큼은 아끼는 법이 없는데요. 본인은 오래된 밥을 먹더라도 아내에게는 새로 지은 밥을 내주는 종근 씨입니다. 뇌전증과 양극성 정동장애를 가진 정화 씨는 순두부찌개에 달걀이 들어가지 않았다며 아이 같은 투정을 부리는데요. 요즘 달걀도, 대파도 비싸서 순두부만 넣은 종근 씨는 우리는 양으로 가야 한다는 농담으로 투정을 넘깁니다. 종근 씨는 밥을 먹은 후 설거지도, 집 안 청소도 모두 혼자 해내고 있었는데요. 돌발적으로 자해 행동을 하고 뇌전증으로 자주 쓰러지는 정화 씨에게 종근 씨는 어떤 일도 맡길 수 없습니다. 24시간 불안 속에서 아내를 지키는 종근 씨는 오늘도 과연 아무 탈 없이 평온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요?
“아무도 신고해주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도움 준 사람이 오빠에요”
종근 씨와 정화 씨는 첫 만남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서 길러진 정화 씨는 시설을 나와 지하철역을 떠돌며 생활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화 씨는 뇌전증으로 발작을 일으키며 길에서 쓰러졌는데요. 깨진 병에 얼굴을 찔려 피를 흘리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길을 지나던 종근 씨가 심호흡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정화 씨를 데리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종근 씨는 좋은 일을 했다고만 생각하고 돌아서려 했지만, 아픈 사람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정화 씨를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연이 닿은 두 사람은 5년째 결혼생활 중입니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두 사람은 2년 동안 공중화장실과 공원 벤치에서 먹고 자며 함께 노숙 생활을 했는데요. 나중에는 운 좋게 쪽방촌에 방을 얻었지만, 당장 먹을 것이 없어 동네를 돌아다니며 구걸까지 해야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내 아내를 지키기로 했죠“
게다가 정화 씨의 알코올 중독도 문제였습니다. 오랫동안 홀로 노숙 생활을 했던 정화 씨는 깊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고, 괴로웠던 삶을 술로 풀 수밖에 없었는데요. 일주일에 소주 60병 이상을 마시는 정화 씨를 말리기 위해 종근 씨는 갖은 노력을 다했습니다. 술병에 물을 타서 속여보기도 하고, 언성을 높이며 화도 내보고, 술 마시러 나가는 아내를 붙잡기도 했습니다. 힘들었던 종근 씨는 아내를 병원에 입원시킬까 잠시 고민했던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종근 씨는 포기하지 않았고, 남편의 노력을 알아준 정화 씨는 길거리 생활로 갖고 있던 트라우마를 종근 씨에게 하나둘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오랜 소통 끝에 함께 잘살아보기로 다짐했고, 정화 씨는 종근 씨의 도움을 받아 술을 끊어가고 있습니다.
“폐지를 줍는 한이 있더라도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새로 정착한 동네에서 종근 씨와 정화 씨는 소문난 잉꼬부부입니다. 동네 사람들은 두 손을 꼭 붙잡고 다니는 부부를 부러워만 하는데요. 하지만 종근 씨는 아직도 걱정이 태산입니다. 정화 씨는 뇌전증이 있어 어디서든 잘 쓰러지는 데다가 기억력도 좋지 않아 지금 사는 집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불과 얼마 전, 종근 씨는 밖에서 정화 씨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온 동네를 뛰어다녀야 했는데요. 다행히도 아내를 찾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지만, 정화 씨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내 정화 씨만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종근 씨에게 단 하나의 소원이 있습니다. 바로 정화 씨와 평범한 결혼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입니다. 종근 씨는 아내가 보호자 없이 집에 혼자 있을 수만 있다면, 나가서 폐지를 줍는 한이 있더라도 보통의 가정을 꾸리고 싶습니다. 종근 씨의 특별하지 않은 소원이 꼭 이뤄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끝없는 사랑으로
24시간 아내를 돌보는 남편 종근 씨와
남편의 노력으로 어두운 과거에서 나와
밝은 미래를 꿈꾸는 아내 정화 씨의
소중한 일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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