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언덕 작은 집, 모녀의 소원
전남 고흥시, 차로도 들어갈 수 없는 언덕길 끝에 작은 집이 있습니다. 바로 박영순 씨(67)와 오미정 씨(41)가 살고 있는 집인데요. 제대로 된 부엌 하나 없고, 상하수도가 없어 윗집에서 물을 끌어다 쓰고 있을 정도로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영순 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딸 미정 씨를 위해 요리를 합니다. 불도 켜지지 않고, 난방도 잘 되지 않아 집안일을 하기도 힘든 상황인데요. 더 나아가 영순 씨의 나이가 점차 들면서 허리, 어깨, 무릎 등 안 아픈 곳이 없어 힘겹게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중학교 이후로 갑자기 장애가 찾아온 미정 씨는 인지 능력이 떨어져 어머니 영순 씨가 하루도 빠짐없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주고 있는데요. 낡은 집에서 하루하루 살고 있는 이 모녀에게 희망이 찾아올 수 있을까요?
“내가 아픈 것보다 딸 아픈 게 더 힘들죠”
영순 씨(67)는 오늘도 아픈 허리를 붙잡고 찬 바닥에서 일어납니다. 허리 협착증과 손가락 관절염, 무릎과 어깨 디스크 등 몸에 성한 곳이 하나도 없는데요, 게다가 20년 전 허리 수술은 재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하지만 60만 원이나 드는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파스에 의지해 버티고 있는데요, 심지어 듬성듬성 치아도 빠져 밥을 먹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이 아픈 것보다 딸이 더 걱정이라는 영순 씨. 미정 씨는 마흔이 넘었지만 인지 능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어려운데요, 엄마 영순 씨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말도 많이 하면 좋겠지만, 말주변이 없는 딸을 보며 걱정이 점점 늘어납니다.
“허물어진 집을 고치고 싶어요”
영순 씨와 미정 씨가 살고 있는 집은 산골 마을 언덕 위에 외딴섬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작은 방 2개와 부엌, 마루로 이루어진 이 집은 39년 전, 영순 씨와 남편이 함께 만든 보금자리입니다. 그만큼 영순 씨에게는 특별한 집이지만, 지금은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윗집의 물을 호스로 끌어다 쓰고 있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해 집수리가 절실한데요, 추운 겨울날이면 웃풍이 심해서 비닐에 담아둔 따뜻한 물로 간신히 추위를 버텨야 합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겨우 뜨거운 물로 씻을 수 있는데요, 매번 나무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딸과 함께 근처 산에 가서 직접 뗄감으로 쓸 나무를 구해오지만, 점점 심해지는 허리 통증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녀”
중학교 3학년 때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미정 씨는 인지 능력이 떨어져, 차가 와도 곧바로 피하지 않고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합니다. 영순 씨는 그런 딸이 사고라도 날까 늘 노심초사입니다. 그래서 영순 씨는 딸이 주간보호센터에 갈 때면 정류장까지 딸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갑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미정 씨가 상황 판단이 느리긴 하지만 혼자서 밖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조금씩 차도를 보인다는 것. 엄마 영순 씨의 보살핌에 미정 씨도 반찬을 꺼내고 밥을 푸는 등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로 장애가 있는 딸을 돌보며 살아가는 영순 씨. 영순 씨는 오늘도 딸 미정 씨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엄마 바라기 미정 씨와
딸을 위해 허다 한 일도 도맡아 하는 영순 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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