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에 기우는 노부부의 시간
한 주택에 딸린 쪽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이는 작은 방. 이곳에는 남편 성흠 (78) 씨와 아내 인지 (73) 씨가 살고 있습니다. 부부에게는 숨을 내쉬는 일도 힘겹기만 한데요. 한때는 다복한 가정을 꾸렸으나, 모두 소식이 끊겨 오롯이 둘만 남게 된 부부. 반찬값이라도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을 쉴 수 없습니다. 극심한 당뇨를 앓으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기력이 쇠약해진 인지 씨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누워있을 때면 혹여 아내가 먼저 눈을 감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에 눈물을 훔치는 성흠 씨. 못난 남편을 만나 고생스러운 세월만 보낸 것 같은 죄책감이 듭니다.
“아내의 고통을 미리 헤아리지 못해 미안해요.”
누렇게 바래진 벽지와 곳곳에 피어난 곰팡이. 변기 하나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협소한 공간의 화장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온 지도 어언 7년째인데요. 부부는 이곳에서 첫째 아들이 맡기고 간 손자의 뒷바라지까지 해냈습니다. 한때는 과일 노점상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벌기 위해 애썼던 부부.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인지 씨는 재작년에 화장실을 나오다가 쓰러졌는데요. 이를 곧바로 발견한 성흠 씨의 도움으로 병원에 도착해서야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평소에 붉은 소변이 나왔지만, 진통제를 먹으며 통증을 견뎌냈던 인지 씨. 자신은 아파도 아내만은 건강하게 곁에 있어 주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그동안 고통을 말없이 삼켰을 아내를 생각하니 미안함에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기력은 점점 약해지는데 폐짓값은 자꾸만 내려가네요.”
아내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 성흠 씨의 건강도 좋지 못한데요. 과거 탄광에서 일한 탓에 폐쇄성 폐 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쪽 폐가 없어 매번 거칠게 숨을 내쉬는 성흠 씨. 면역력이 약해진 탓에 만성 천식으로 감기약을 자주 복용합니다. 몇 년 사이에 전립선에도 문제가 생겨 화장실을 자주 가는데요. 이 때문에 잠을 설치는 일은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입맛을 잃은 아내에게 뭐라도 사 먹이기 위해 온종일 폐지를 줍는 성흠 씨. 비가 오는 날에도 우비를 입고 길을 나섭니다. 이러한 남편의 고생을 잘 아는 인지 씨도 일을 쉴 수 없는데요. 아픈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이용해 인근 지역아동센터로 청소를 하러 갑니다.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유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먹고 살 걱정에 도망치듯 빠져나온 인지 씨. 부부는 늘 본인에게 쓸 경제적 여유 없이 자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헌신해왔습니다. 대동맥판막협창증으로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서 주저앉는 인지 씨는 죽기 전에 남편의 손을 잡고 바다 구경을 해보는 게 소원입니다.
“아내를 웃게 해주고 싶어요.”
고된 삶에 치이며 사느라 결혼반지 하나 마련하지 못했던 부부. 그저 남들이 흔하게 끼고 다니는 작은 반지 하나를 얻는 게 부부에게는 왜 이렇게 힘든 일인지 가혹한 인생살이가 서글퍼집니다. 잘 먹지도 못하는데 자꾸만 높아지는 아내 인지 씨의 혈당을 확인할 때마다 성흠 씨의 마음은 조급해지는데요. 삶의 주름을 펴줄 수만 있다면 아내에게 뭐든 해주고 싶은데 손에 쥔 것이라고는 며칠 동안 폐지를 주워 번 3천 원 남짓한 돈뿐이라는 현실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벌레가 들끓고 악취가 나는 좁은 방에서 서로에게 의지해 숱한 고비를 넘겨온 부부!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이기에 사랑으로 모진 세월을 견뎌온 이들에게 하루빨리 희망의 새살이 차오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미안한 마음에 쓰러질 때까지
고통을 참아온 아내,
그런 아내가 먼저 떠날까 두려워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궂은 날씨에도 폐지를 줍는 남편!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애틋한
노부부의 가슴 아픈 사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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