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부부의 외로운 보금자리
천안의 한 낡은 주택. 벽지도 누렇게 바래 곰팡이가 핀 낡은 집에는 김형태(90), 박무자(86)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형태 할아버지는 무자 할머니의 생활을 거의 대부분 돌보고 있는데요. 무자 할머니가 심한 당뇨와 중증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혼자서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을 만큼 거동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형태 할아버지의 건강도 좋지는 않습니다. 할아버지 역시 오래된 관절염으로 다리가 많이 아프고, 무자 할머니가 몇 번을 불러야 겨우 대답을 할 만큼 중증의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는 서로의 눈과 귀, 손과 발이 되어주며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는데요. 그런데 부부에게 더 큰 문제가 닥쳤습니다. 고단한 몸 뉘일 낡은 집이라도 있었지만, 이제는 이 집마저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라 앞날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자식들한테 전화 한 통이 안 와요...”
형태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제지회사에 다니고, 농사를 지으며 4남매를 열심히 키웠습니다. 자식들도 전부 결혼 시키고, 손자들 용돈도 주며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이었는데요. 20여 년 전, 좋은 땅에 집을 지어주겠다는 사위의 말에 돈을 맡겼지만, 부동산 규제로 인해 사위가 하던 사업이 망했고 노부부의 남은 삶까지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젊은 시절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은 사라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성한 자식들도 하나 둘 소식이 끊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딸 한 명 외에 나머지 자식들과는 전혀 왕래가 없는 상황인데요. 명절이 되어도 이제는 전화 한 통 없으니, 그저 눈물만 흐른다는 형태 할아버지와 무자 할머니. 몸이 아프고 경제적으로 힘든 것 보다 믿었던 자식들에게 외면당했다는 생각이 노부부를 더욱 아프게 합니다.
“나이 90에... 너무 힘들고 눈물이 나요“
형태 할아버지가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은 주사기입니다. 하루 세 번씩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는 아내지만, 눈이 보이지 않으니 혼자서는 주사약을 알맞게 맞춰 넣을 수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때를 놓치면 당 조절이 되지 않아 큰일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형태 할아버지가 항상 챙겨줘야 합니다. 무자 할머니는 밥상 위에 반찬도 보이지가 않아 형태 할아버지가 반찬을 올려줘야 밥을 먹을 수 있고, 씻을 때도 병원에 갈 때도 언제나 남편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 아내의 모든 것을 챙기다 보니 형태 할아버지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지 오래입니다. 예전에 수술까지 받았던 관절염은 더욱 심해져 파스 없이는 생활을 할 수 없는데요. 밤에는 통증에 잠도 잘 이룰 수 없습니다. 그래도 형태 할아버지는 마늘을 빻아 특제 약을 만들어주고, 아내를 위해 미음을 챙기는 등 아내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데요. 이런 남편이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가장 크다는 무자 할머니입니다.
“집이 나가면 하우스라도 들어가 살아야겠죠...”
한 달에 한 번. 형태 할아버지는 흔들거리는 걸음으로 아내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안과로 향합니다. 병원으로 향하는 그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서 길가에 앉아 쉬기를 여러 번. 겨우 도착한 병원에서는 무자 할머니의 시력이 더욱 안 좋아졌다는 나쁜 소식을 들을 뿐입니다. 그나마 앞에 물체가 그림자처럼 보였던 무자 할머니지만, 이제는 남편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부터 듭니다.
요즘 노부부의 가장 큰 고민은 집 문제입니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은 단열도 제대로 되지 않는 낡은 집이긴 하지만 부부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던 소중한 집인데요. 그러나 이마저도 집주인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내놓은 상황. 아직까지는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 살고 있지만, 집이 팔리면 어디로든 이사를 가야 합니다. 어디로 이사를 가야할지, 부부의 사정에 맞게 구할 수 있는 집이 있을지... 잠 못 이루는 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리를 잃어가는 형태 할아버지와
빛을 잃어가는 무자 할머니
서로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노부부의 애틋한 사연을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