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지 않는 해바라기 엄마
인천의 한 아파트. 전화 한 통에 애숙(56) 씨가 서둘러 손수레를 끌고 이웃집으로 향합니다. 바로 모아둔 재활용품을 가지러 가는 건데요. 벌써 몇 년째 이웃들이 모아둔 재활용품을 수거해다 고물상에 파는 것으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딸 고은(10)이를 지킬 수만 있다면 못 할 것이 없다는 엄마 애숙 씨. 중증 뇌병변으로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딸이지만 나이 마흔일곱에 찾아와준 고은이는 엄마의 삶에서 가장 큰 선물이기 때문인데요. 아이만을 바라보며 안고, 업고 버텨 온 지 10년. 고은이와 함께 손잡고 걷는 그 날까지 엄마는 결코 쓰러질 수도, 지칠 수도 없습니다.
“자기를 때리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쿵쿵” “쿵쿵” 엄마가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금세 벽과 바닥에 머리를 박는 고은(10)이. 심지어 자기 얼굴을 때리는 자해 행동으로 고은이의 예쁜 얼굴에는 멍이 가실 날이 없습니다. 100일 무렵 시작된 경련과 발작이 몇 달 전부터는 자해 행동으로까지 나타나 온종일 고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는 건데요. 더욱 마음이 아픈 건 약을 먹어도 별 소용이 없다 보니 경련과 자해 행동이 시작되면 고은이의 손을 꼭 잡아 주는 것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전부라는 겁니다. 발달도 더뎌서 10살이지만 걸음마도 떼지 못한 데다 음식도 씹지 못하고 삼킬 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 아직도 엄마의 등에 업혀 환하게 웃는 고은이를 보면 마음이 아려옵니다.
“사랑한다면서 아무것도 못 해주니까 너무 미안해요”
엄마는 임신 7개월 때 고은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시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은이를 임신했고, 고은이의 아빠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미 떠나간 후였죠. 모든 상황이 절망적이었지만 엄마는 도저히 고은이를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예쁜 딸, 고은이. 하지만 장애를 가진 아이를 홀로 키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병원비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현실에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도 여러 번.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경련을 일으키는 고은이를 끌어안고 엄마는 자신의 죄로 아이까지 고통스럽게 한다는 생각에 너무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아픔 속에서도 조금씩 자라 환하게 웃어주는 고은이를 보며 다시금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는 엄마. 이제 고은이는 엄마가 살아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입니다.
“아이와 손잡고 걷는 그 날까지, 끝까지 버텨야죠”
고은이네 집 앞과 방안에는 빈 병과 헌 옷들이 가득합니다. 모두 이웃들이 모아준 고마운 보물이자 마음인데요. 이것들을 고물상과 슈퍼마켓에 팔아 고은이의 치료비와 간식비로 쓰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합니다. 더욱이 재활 치료비가 부족해 아파트 계단에서 매일 한 시간씩 고은이를 운동시키는 엄마. 하지만 고은이가 자라면서 작아진 보조기를 볼 때면 미안함에 가슴이 아픈데요. 특수제작을 해야 하다 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아 엄두조차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주기적으로 찍어야 하는 뇌파 검사비와 경련이 계속될 경우 필요할지모르는 수술까지... 고은이가 커갈수록 늘어나는 고민과 걱정이 매일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데요. 엄마 역시 무리한 탓에 어깨 수술까지 받았지만 잠시도 쉴 수 없는 상황. 밤마다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에게는 돈 한 푼이 아까워 파스 한 장을 여러 개로 잘라 붙이며 며칠을 버티고 있습니다. 엄마의 나이도 어느덧 쉰여섯. 몸 이곳저곳 아픈 곳이 늘어가면서 언제까지 고은이를 지켜줄 수 있을지 하루하루가 불안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버틸 낼 거라고... 엄마는 매 순간 다짐합니다.
중증 뇌병변 때문에 10년 동안
한 살의 시간에 머물러 있는 고은이와
오직 그런 딸만을 바라보며 사는
씩씩한 해바라기 엄마 애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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