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줍는 사람들 – 독거노인
화려한 서울의 도심 한복판. 뭐든지 풍족하고 넘치는 이곳에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낡은 수레를 끌고 거리로 나온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폐지를 줍는 손은 앙상하고 하루에도 수백 번씩 굽혔다 펴야 하는 허리와 무릎은 이미 망가진 지 오래. 온종일 쓸모없어 버려진 물건을 찾아 거리를 헤매도 손에 쥐는 돈은 몇천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한 평도 안 되는 고시원과 고물상 옆 허름한 쪽방에서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외로운 노년의 삶. 낮에는 김밥 한 줄로 하루를 버티고, 밤에는 연락조차 끊긴 가족을 그리워하다 잠자리에 듭니다.
2011년 12월 첫 방송을 시작해 어느덧 400회를 맞은 소나무! 지난 8년간 시청자와의 공감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과 희망을 전달했지만, 독거노인은 방송 제작 여건상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해 늘 안타까운 이웃이었습니다. 실제로 400회를 맞아 거리에서 만난 세 분의 어르신들은 아직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가난 속에서 외롭고 고된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반 평 고시원이지만 쪽방보다는 나아요” - 고광재(68) 어르신
사람 한 명 겨우 누울 수 있을 만큼 비좁은 고시원. 창문조차 없는 방은 감옥같이 답답하고 숨이 막힙니다. 고광재(68) 할아버지는 쪽방에서 살다 9개월 전 이사를 왔습니다. 새벽 3~4시면 손수레를 끌고 거리로 나가 폐지를 줍기 시작한 지 8년. 나이 들어 받아주는 일터가 없어 폐지를 줍기 시작했다는 할아버지는 11살 때부터 구두닦이, 버스 차장, 막노동까지 안 해 본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가난의 굴레에선 평생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온종일 땀으로 옷이 다 젖도록 발품을 팔아도 폐지를 모아 한 달에 버는 돈은 겨우 20만 원 남짓. 돈이 없어 며칠씩 밥을 굶는 일도 허다했습니다. 다행히 몇 달 전부터 기초생활 수급비를 받을 수 있게 돼 월세 25만 원을 내며 고시원에서 살 수 있게 됐습니다. 겨울에 군고구마 장사라도 할 수 있게 단돈 얼마라도 모으고 싶다는 할아버지.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복지관과 무료 급식소를 찾아다니며 끼니를 해결하고 침침한 눈으로 구멍 난 양말을 꿰매 신습니다.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기구한 인생, 죽지 못해서 살지!” - 홍용(79) 어르신
홍용(79) 어르신은 고물상 한편에 있는 작은 쪽방에서 5년째 살고 있습니다. 낡은 벽지와 장판, 욕실조차 없어 부엌에서 씻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오갈 곳 없던 할아버지에게는 그저 감지덕지할 따름입니다. 단칸방 월세를 내지 못해 쫓겨난 할아버지가 안쓰러워 고물상 주인이 휴게실로 쓰던 공간을 내어준 것입니다. 나이 들어 병든 몸과 수레가 할아버지의 가진 전부. 무릎 통증이 심해 절뚝절뚝 걸으며 무거운 수레까지 끌어야 하다 보니 부지런히 돌아다녀도 요즘은 하루에 2~3천 원 손에 쥐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 수급비도 받지 못하니 김밥 한 줄로 하루를 버텨야 하는 날이 많습니다. 자식들도 형편이 어려워 도움받을 형편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건강보험료가 밀려 있어서 한 번 병원에 가면 6~7만 원이나 들다 보니 무릎 통증이 심해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할아버지. 그나마 3천 원짜리 파스를 사는 것도 부담이라 통증을 내내 참다가 겨우 하나 붙이는 정도입니다. 귀도 잘 들리지 않아 일상적인 대화도 쉽지 않지만, 보청기는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형편. 차 소리가 들리지 않아 폐지를 줍다 위험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외로우니까 베풀며 사는 거죠!” - 이순희(80) 어르신
얼마 전 폐지를 줍다 넘어져 허리뼈에 금이 갔다는 이순희(80) 할머니. 병원에서는 입원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당장 입원비가 없던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허리에 복대를 하지 않고선 거동이 쉽지 않지만, 할머니는 폐지 줍는 일을 하루도 쉴 수가 없습니다. 폐지를 줍기 시작한 건 5년 전. 간경화를 앓고서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었던 할머니는 기초생활 수급비로 홀로 버티며 살았습니다. 우연히 TV 방송에서 굶어 죽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고 어릴 적 배곯고 가난했던 시절이 생각나 눈물을 흘리셨다는 할머니. 그 아이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 폐지 줍는 일을 시작했고, 지금껏 폐지를 팔아 모금 단체에 매달 3만 원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폐지를 주워 버는 돈은 한 달에 10만 원 남짓. 남은 돈도 차곡차곡 모아 5년 동안 500만 원이나 모았지만, 그 돈마저 지난 5월 산불 피해 지역에 기부했습니다. 과거 남편이 집을 나간 후, 힘들게 어린 두 아들을 키웠지만 끼니도 챙겨주지 못할 만큼 가난해 결국 주변의 권유로 밥이라도 배불리 먹고 살라고 해외로 입양 보내야 했다는 할머니. 남은 날 동안 아이들을 다시 볼 수 없을지 모른다고 생각할수록 할머니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는 건 거리로 나가 폐지를 줍는 것뿐입니다.
한때는 누군가의 가족이었지만
이제는 거리로 내몰려 고달프게 살고 있는
외로운 독거노인들의 하루와 가슴 아픈 사연을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