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치 않은 몸으로 세 사람의 수족 역할을 하는 위대한 엄마가 있습니다. 90도로 굽은 허리로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바삐 움직이는 꼬부랑 할머니 오목 씨(74, 지체장애 4급). 아내 그리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두 사람의 무게를 홀로 짊어진 그녀의 이야기입니다.
“ 불쌍한 우리 딸 송이 ”
부모님의 자랑이었던 막내딸 송이(44, 뇌병변장애 1급). 송이 씨는 누구보다 똑 부러진 성격으로 항공사에 취직했고, 언제나 부모님을 먼저 생각하는 효녀였습니다. 그러나 12년 전,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수막염으로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어린 두 딸과 생이별을 하고 친정으로 돌아온 송이 씨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는데요. 오목 씨와 남편 용석 씨는 요양보호사자격증까지 취득하며 송이 씨의 재활에 힘썼습니다. 사랑하는 막내딸을 향한 부모님의 지극정성 덕분이었을까요.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할 수 없었던 송이 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세 식구는 기적을 마주하며 더 큰 기대를 품어보았는데요. 머지않아 송이 씨가 두 발로 일어나 걷는 그 날이 찾아올 듯 했지요. 그러나 따스한 봄날을 기다리던 지난겨울, 세 식구를 흔들 거센 바람이 불어 닥치고야 말았습니다.
“ 당신이 이렇게 되리라고 꿈에도 생각 못 했어 ”
12년간 오목 씨와 함께 딸 뒷바라지에 힘썼던 남편 용석 씨(77, 뇌병변장애 3급). 딸 병수발에 바빠 본인 건강을 소홀히 했던 탓일까요. 어느 날, 옥상 계단에서 내려오던 용석 씨는 의식을 잃고 그대로 낙하했습니다.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용석 씨는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세 식구는 생각지도 못한 이별을 하게 되었는데요. 계절이 두 번 바뀌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온 용석 씨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뇌손상으로 인해 신체 왼쪽에 마비가 왔고, 인지기능도 떨어져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합니다.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더 받아야 하는 상태지만 날로 늘어가는 병원비를 감당할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퇴원을 해서 집으로 오게 된 남편과 여전히 침대에 누워 생활하는 딸을 돌볼 사람은 꼬부랑 할머니 오목 씨뿐입니다.
“ 내 복인가보다 해, 그냥 “
오목 씨는 멀쩡한 식탁을 놔두고 바닥에 앉아 요리를 할 정도로 서 있는 것이 힘듭니다. 90도로 굽은 허리를 몇 번이고 일으켜 하루 세끼 식사를 준비하는 오목 씨인데요. 두 사람의 일상을 하나부터 열까지 책임져야 하니 불편한 몸을 잠시 뉘일 틈도 없습니다. 사실 오목 씨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깜빡인지 오래입니다. 녹내장으로 눈은 갈수록 침침해지고, 무릎 연골도 닳아 뻐걱뻐걱 소리가 납니다. 두 사람을 놔두고 병원에 갔다 오는 게 쉽지 않을뿐더러 수술비를 마련할 방도도 없어 오목 씨는 치료를 포기하고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이들의 유일한 생계비는 노인 연금으로 나오는 30만원뿐. 그리고 얼마 전, 세 식구의 유일한 이동수단인 차도 헐값에 팔았는데요. 용석 씨가 사고로 운전할 수 없게 되면서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탓에 빚 갚는 데에라도 보태자고 내린 결정입니다. 차에 송이 씨와 휠체어를 싣고 이곳저곳 다니던 부모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불의의 사고로 참으로 많은 것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고단한 현실이지만 오목 씨는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는데요. 언젠가 남편도, 딸도 다시 건강을 되찾으리란 믿음을 갖고 오늘도 험난한 꼬부랑길에 발을 내디뎌 보는 오목 씨입니다.
추락사고로 다친 남편과
12년째 뇌병변장애 1급 딸을 돌보는
꼬부랑 엄마 오목 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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