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父子의 시간
“심장이 완전히 망가져서,
살 방법이 이식 밖에 없다는 거야.”
2015년 6월, 평소처럼 아침을 준비하던 유영숙(62) 씨는 갑자기 어지러움을 느꼈고, 그대로 쓰러져 서울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영숙 씨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심장 대동맥의 혈관이 터진 상태였고 바로 수술에 들어가, 꼬박 24시간 동안 대동맥을 치환하는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당시 메르스 사태가 터지던 때여서 영숙 씨는 병원에서 더 치료가 필요했는데 병원을 폐쇄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직 다 낫지 않은 상태에서 퇴원을 하게 되었고, 집에서 혼자 몸을 가누다 보니 몸 상태가 점점 안 좋아졌다.
그러던 중 작년 8월 영숙 씨의 몸 상태가 눈에 띠게 나빠졌고, 결국 남편 김성수(59) 씨가 다시 아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가 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는 생각보다 더 최악이었다. 병원에서는 더 이상 심장기능이 원활하지 않아서 장기기증을 받아 이식수술을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이야기했고, 그 때부터 병원에서의 하염없는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기다리는 과정에서 영숙 씨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 중환자실에서 기계를 달아 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다. 그러던 중 기적적으로 1월 3일날 영숙 씨에게 맞는 심장이 기증 되었고, 그날 바로 심장이식수술을 받게 되었다. 성수 씨는 이제 조금만 있으면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라 믿었다.
“ 남편은 나 때문에 회사에서 잘리고,
아들은 학교를 못나가고...“
그런데 예상과 달리 심장기능은 괜찮아졌지만, 심장이식수술의 후유증 때문에 아내에게 뇌출혈과 하체마비가 동시에 찾아 왔다. 뇌출혈은 다행히 약을 통해서 해결했지만, 하체마비는 계속 되어서 영숙 씨는 아직까지 스스로 걷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항문에도 힘이 없어 소변과 대변마저 의지대로 해결하지 못해 기저귀를 착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영숙 씨 옆에는 꼭 누군가 있어야만 한다. 돈이 있으면 간병인을 쓰겠지만, 간병비가 한 달에 300만원 이상 들어 성수 씨가 원래 하고 있던 광부일을 중단하고 영숙 씨 옆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이다. 아내의 상태가 좋아지면 다시 돌아가려 했지만, 회사 측에서 결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성수 씨를 해고했고, 결국 성수 씨는 직장을 잃었다.
“ 고3 아들한테 기저귀 좀 갈아달라고 말하는
어미 심정이 어떻겠어요? “
오랜 기간 일을 하지 못한 탓에, 성수 씨는 이제 모아둔 돈 마저 모두 써버린 상태다. 수급비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성수 씨가 일을 해야 병원비라든지 생활비를 매꿀 수 있어 성수 씨는 얼마 전부터 일용직 일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내만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어, 어쩔 수 없이 성수 씨는 현재 고3인 아들 효주에게 학업을 휴학하고 엄마를 간호 할 것을 부탁했다. 결국 아빠가 일을 나가면 아들 효주 군이 병원에 와 엄마를 돌보는데, 다른 일은 괜찮아도 엄마의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은 아직까지 힘이 든다. 또 효주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영숙 씨의 마음도 편치는 못하다. 게다가 학교를 60일 이상 나가지 못하면 졸업을 하지 못하고 유급이 되는 상황이라 옆에 있는 효주를 볼 때마다 영숙 씨는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더 크다.
“ 아내가 입원하고 난 뒤에 집도 무너져버렸어“
아내가 집을 떠난 지 벌써 9개월 째, 성수 씨도 병원에 가 있고, 아들 효주 군도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다보니 세 식구의 단란했던 집은 방치되어 점점 망가지고 있다. 벽이 갈라져 비가 새고, 천장마저 계속 가라앉고 있는 상황이다. 무너진 벽을 임시로 처리해 놓긴 했지만 언제 집이 무너져 버릴지 몰라 성수 씨는 불안하다. 오래된 집이라 더 이상 수리를 할 수 없고 고치려면 집을 완전히 새로 지어야 한다는데, 병원비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집수리는 꿈조차 꿀 수 없다.
자신은 이렇다 할 직장이 없고, 아내는 혼자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고3 아들은 학교도 못가고 엄마 옆에 붙어있어야만 하는 이 모든 상황이 성수 씨는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저 아내의 몸 상태가 빨리 좋아져, 예전처럼 모든 게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할 뿐이다.
심장이식 수술 후
하체가 마비되어 버린 영숙 씨와
24시간 그녀를 지켜야 하는
두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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