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손과 발이 되어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정신적으로는 안 힘들겠다는 생각에 결혼했어요”
돌 무렵 경기를 앓은 뒤, 뇌병변 장애를 얻게 된 김남수(47, 뇌병변 1급) 씨.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 한 그의 곁에는 24시간 손과 발이 되어 돌봐주는 아내 김수란(37, 선천성 안면기형) 씨가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한 동네에 살았던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부부가 됐고, 8년 전엔 기적처럼 아들 김정훈(8, ADHD) 군을 품에 안았습니다.
결혼과 동시에 남수 씨의 손과 발이 된 수란 씨. 식사할 때 음식을 떠 먹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매일 씻겨주고, 옷을 갈아 입혀주고, 게다가 용변 문제 해결까지... 모두 수란 씨의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지내온 세월은 16년. 지금은 서로의 눈빛만 보고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큰 대학병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최근 남수 씨에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3년 전, 병원에서 진단받은 요골신경 병변이 문제를 일으킨 겁니다. 수술비는 물론 진료비조차 없어서 치료도 차일피일 미룬 남수 씨. 최근 요골신경 병변으로 인해 왼쪽 손목에 점점 마비가 오면서 그는 더욱 막막해졌습니다. 그가 사지 중에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은 왼손 가운뎃손가락뿐. 지금이라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그가 전동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는 가운뎃손가락마저 쓰지 못하게 됩니다.
게다가 아내 수란 씨 역시 건강이 좋지 못합니다. 한쪽 눈과 귀가 좋지 않아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두 달 전부터 ADHD 치료를 받고 있는 아들 정훈이까지. 남수 씨는 아내와 아들이 병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게 못난 자신 때문이라고 여깁니다.
“제가 힘든 내색을 하면 남편이 자기 때문이라고
마음 아파할 것 같아서 힘든 내색은 안 하려고 해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살고 있지만, 병원 치료비와 정훈이 교육비를 내는데 턱없이 부족한 이들. 그래서 남수 씨는 춥고 어두운 겨울 바다에 나가 폭죽장사를 합니다. 하지만 손님들은 그가 가지고 나온 폭죽보다 새로운 조명에 관심을 보일 뿐입니다. 어두운 밤, 해수욕장 주변엔 화려한 네온사인이 밤을 밝히지만, 남수 씨 부부의 마음은 어둡기만 합니다.
육체적으로는 힘들겠지만, 정신적으로는 힘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하게 된 결혼. 하지만 장담할 수 없는 두 사람의 건강과 정훈이의 ADHD까지... 부부는 하루하루가 걱정입니다.
뇌병변 장애 때문에 왼손 밖에 움직이지 못하는 남편,
그런 남편의 곁을 지켜주는 수호천사 아내와 사랑스러운 아들.
이들의 사연을 MBN 소나무에서 만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