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내요 인자 씨
파킨슨병으로 3년째 투병 중인 아내 안인자(50) 씨를 돌보는 함종익(57) 씨. 1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 걸을 수 있던 아내였는데 파킨슨병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대장수술을 하게 되면서 거의 침대에만 누워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부분에 종익 씨의 손을 필요로 하는데요. 물 하나도 혼자서 쉽게 먹지 못하는 아내입니다. 종익 씨가 절대 잊지 않고 챙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내의 식사인데요. 부드러운 음식 밖에 소화시키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서 매 끼니마다 손수 죽을 끓여주기도 하고 가지를 푹 익혀 가지무침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식사 시간 때마다 맛있는 음식 대신 죽만 먹어야 하는 아내를 볼 때면 종익 씨의 마음이 찢어집니다. 아내는 대장수술 후에 오른쪽에는 대변 주머니를, 왼쪽에는 소변 줄을 달게 되었는데요. 대변과 소변 처리도 모두 남편의 몫인데요. 힘들만도 하건만 군말 없이 손수 닦아내고 소독까지 해주는 종익 씨입니다. 아내 인자 씨는 미안한 마음에 자꾸만 미안하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데요. 오늘도 종익 씨는 괜찮다는 말로 아내를 위로합니다.
“나 때문에 우리 아저씨 수술도 못하고
나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고 있어요 속상하죠.“
파킨슨병으로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지만 자신보다 남편의 건강이 더 걱정되는 아내 인자 씨인데요. 종익 씨는 만성골수염 때문에 오른쪽 다리를 구부릴 수도 없고 오래 걷기도 힘이 듭니다. 여러 번의 수술을 했지만 만성골수염은 종익 씨를 옳아 매고 있고 앞으로도 수술을 한다고 해도 나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는데요. 종익 씨는 수술비도 걱정이지만 자신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 혼자 남을 아내 걱정에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아내를 돌봐줄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도 없는 현실이 씁쓸만 한데요. 아내 인자 씨도 남편이 자신 때문에 수술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이 현실이 원망스럽습니다. 자신이 건강했으면 남편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괜히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남편을 보면 눈물부터 흘러나오는데요. 종익 씨는 혹시 아내가 더 속상해 할까 앞에서 아픈 내색도 하지 못한 채 몰래 끙끙 앓고는 합니다. 항상 서로를 생각하는 부부는 언제쯤 걱정이 아닌 앞날의 행복만을 꿈꾸며 살 수 있을까요. 그리 어려운 소망도 아닐 텐데 이 부부에게 이 소망은 왜 이리도 멀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월세는 우리가 굶어도 내야죠.
이 추운 엄동설한에 우리가 어디 가서 살겠어요.“
겨울, 이 부부에게는 가장 힘든 계절입니다. 조금이라도 추우면 몸에 마비가 오는 아내 때문에 집은 365일 따뜻해야 하는데요. 겨울이 되면 기름 때문에 종익 씨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적은 양의 기름은 배달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아픈 다리를 끌며 직접 주유소로 향하는데요. 한 번에 많은 양의 기름을 넣으면 이런 수고도 덜 수 있으련만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종익 씨는 한 번 주유소에 갈 때마다 만 원어치의 기름을 통에 받아 옵니다. 만 원어치를 아껴서 써도 채 삼일도 쓰지 못하는데요. 마음 놓고 기름 한 번 때봤으면 좋겠다는 종익 씨입니다. 아내와 둘이 머물 공간은 있지만 항상 불안하기만 한 집인데요. 보일러뿐만 아니라 오래된 배수관 때문에 녹물이 나와 깨끗한 물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 하고 있습니다. 둘이 함께 할 공간이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지만 큰 바람 없이 지금보다 조금 더 환경이 나아진 집으로 이사 가는 것이 작은 바람인데요. 아직은 희망이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 자신들에게도 한줄기 빛이 내릴 거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함종익, 안인자 부부입니다.
흐르는 눈물은 서로 닦아주고
서로의 아픔은 보듬어주며
혹시 모를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함종익, 안인자 부부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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