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네 살 나의 막둥이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막내아들 서희씨와 함께 살고 계신 하막돌(83) 할머님. 할머님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아들을 보며 물가에 내 놓은 천덕꾸러기 아이와 같다고 말씀 하십니다. 키는 말쑥하게 컸지만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아들. 보고 있기만 해도 할머님의 한숨이 끊이질 않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죽고 나면 누가 우리 애를 돌볼까하는 걱정에 마음 편히 잠들어 본 적이 없는 할머님. 이런 어린 아들을 두고 떠날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얘 때문에 내가 서희 때문에 죽으나 사나 걱정이오 내가.
병원 오기 전에도 잠들기 전에도 걱정이야.”
사실 할머님은 당뇨로 투병중이십니다. 이제는 노환이 심해져 스스로 당 체크를 하시기 힘든 상황. 그래서 당뇨관리를 할 때면 꼭 서희씨의 도움을 받아야합니다. 얼마 전, 허리를 다쳐 서희씨는 부쩍 예민해졌습니다. 몸이 아플 때면 서희씨는 짜증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서희씨가 심통을 부릴 때면 할머니는 아예 주사 맞기를 포기해 버립니다. 수시로 올라갔다 내려 갔다를 반복하는 혈당 때문에 밥 한 번을 하려해도 몇 시간이 걸리는데요. 베개를 가지고 나와 주방 바닥 누워 쉬어 가며 차리다 보니 끼니 또한 부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담당 의사선생님은 고령의 연세에 이대로 당수치가 더 올라가면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아이구야 그냥 지내 버려요. 밥을 안 먹지. 당 올라갈까봐.
그래 놓으면 또 배가 고파서 더 당이 내려가지고”
그래도 가끔 부리는 심술만 빼면 서희씨는 보기 드문 효자입니다. 어머니 몰래 병을 팔아다가 엄마 약인 사탕을 산다는 서희씨. 다리가 아프고 저리지만 동네 어귀에서 잠시 쉬었다가 또 금방 일어나 병을 줍습니다. 그렇게 주워서 번 동전들을 모아 사탕 통을 떨어지지 않게 채워 놓는 아들. 좋아하는 짜장 라면을 먹고 싶어도 엄마 약이라며 꼭 사탕을 먼저 삽니다. 하루는 짜장 라면이 너무 먹고 싶어서 외상으로 가져왔다가 어머니에게 혼쭐이 났는데요. 얼마 하지도 않는 짜장 라면인데, 어려운 형편에 한 봉지 사먹기도 쉽지 않습니다.
“맨날 서희 없으면 다니지도 못해요.
얘가 그래도 기동대처럼 따라 다녀주니 다행이지”
병원에 갈 때마다 할머니 옆에 꼭 붙어 하루 종일 부축해주는 서희씨. 돈만 많다면 진료를 받고 편하게 식사를 하고 싶지만, 식어버린 고구마를 먹는 것으로 외식을 대신합니다. 그럼에도 든든히 병원을 동행해주는 고맙고 미안한 아들. 병원 치료라도 꾸준히 받아야하는데 요즘은 몸이 따라주질 않습니다. 점점 심해지는 당뇨와 협심증에 이제는 병원 계단을 오르는 것마저도 힘겨운 할머님. 평생해온 아들 뒷바라지가 이토록 힘에 부치는 것은 왜 일까요. 힘을 내야하는데 점점 병원행차가 힘겨워 집니다.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막둥이 아들을 두고 떠나게 될까봐 할머니의 걱정은 늘어만 갑니다.
황혼의 어머니 하막돌 할머님과
어른아이 서희씨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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