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장수 부부의 시린 겨울
사람이 거의 없는 통영의 한 시장. 그 중 가장 깊은 골목에 이개동심(71 / 림프구성 백혈병) 할머니가 노점으로 과일을 팔고 있습니다. 밖에 오랫동안 놔둔 과일들은 여기저기 물러있고 아무리 기다려 봐도 손님은 오지 않으니 할머니는 한숨만 나옵니다. 사실 할머니는 냉기와 싸우며 장사를 하기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요. 몇 개월 전부터 평지를 못 걸을 정도로 피로감이 느껴져 병원에 갔는데 림프구성 백혈병을 진단 받았기 때문입니다. 중병을 앓고 있음에도 부지런한 삶을 사는 할머니는 돈이 없으니 백혈병 치료는 뒤로 미룬 채 가정의 유일한 생계인 과일장사에 남은 힘을 모두 쏟아 붓고 있습니다.
“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이 병은 조금 무서운 병이라던데
내가 (이렇게 살면) 뭐하나 싶고 한숨만 나오고 눈물만 나와요.“
생계에 보탬이 되고자 파지를 줍던 남편 김연홍(76) 할아버지는 무리하게 일을 하다가 넘어져 허리뼈에 금이 갔습니다. 아픈 아내를 밖에 내보내고 홀로 집에서 쉬는 게 편치 않은 할아버지는 무엇이든지 아내를 돕고 싶은 마음에 허리를 복대로 감싸고 청소며 빨래, 반찬을 만드는 일까지 집안일을 모두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6개월은 더 약물치료와 휴식을 병행해야 하는데요. 할아버지에게 남은 약은 단 며칠 분 뿐. 경제적 이유 때문에 약 처방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약을 먹지 못하면 통증은 더 심해질 텐데 할아버지는 오롯이 할머니 걱정뿐입니다. 아내를 위해 따뜻한 죽을 끓여 갖다 주고 작은 부탄가스 난로를 전해주지만 할아버지는 아내 걱정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 약이 이거 남았는데 이제 이거 먹고 나면 사 먹지도 못 해요
돈도 없고 비싸서... “
차디찬 거리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집에서조차 따뜻하게 쉴 수 없습니다. 오래된 보일러가 고장이 났기 때문에 부부는 전기장판 하나로만 추위를 나고 있습니다.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보지만 온기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왜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은 늘 시린 겨울인걸까요. 아직 일을 해서는 안 되는 할아버지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거리로 나가 파지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버는 돈은 고작 천 원 이천 원. 이 돈을 차곡차곡 모아 아내의 장갑 한 켤레를 샀습니다. 단 돈 천 원이 아쉬운 상황이지만 조금이라도 아내를 따뜻하게 해주고 싶어서겠죠. 정작 본인은 맨손으로 파지를 주워 손이 여기저기 트고 갈라져 피가 나지만 거친 손으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조금만 더 참아보자고 얘기합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방법은 그 뿐입니다.
“ ( 남편은 내가 ) 이렇게 지내다가 어느 날 죽을까봐 걱정하죠
...
당신 맨손으로 다니니까 (내 마음이) 안타깝잖아. “
림프구성 백혈병을 앓고 있음에도 생계를 위해
노점 과일장사를 하는 할머니와
아픈 허리를 이끌고 파지를 줍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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