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보다 하루만 더
광주광역시에 있는 한 임대아파트. 이곳에 입는 것, 씻는 것, 먹는 것, 심지어 대소변 까지 엄마의 손길을 빌려야 하는 이가 살고 있습니다. 바로 올해 30세가 된 한진(30세, 진행성 근이영양증)씨인데요. 어릴 적, 그는 여느 아이처럼 밝고 건강한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9살 때부터 자꾸만 다리에 힘이 빠지며 걷는 것조차 힘들어졌는데요. 그때 알게 된 병이 바로 ‘진행성 근디스트로피(근이영양증)’. 이 병은 흔히 만 20세 즈음 되면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한진 씨의 나이는 30세. 한진 씨가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건 바로 옆에 있는 엄마 김인자(57세, 디스크 질환) 씨의 사랑과 보살핌 덕분입니다.
“근육 질환 중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보통 어떤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에
만 20세 즈음에는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근육이 빠지며 거동은 물론이고 이제는 호흡도 원활하지 못한 한진 씨. 그런 한진 씨에게 ‘암부백’이라는 수동식 인공호흡기는 없으면 안 되는 물건입니다. 호흡기를 떼면 30분을 채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외출은 꿈꿀 수도 없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앙상하기만 한 팔과 다리가 보여주듯 그의 몸무게는 현재 20킬로입니다. 더구나 일상적인 생활마저 엄마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 밥 먹고, 씻는 것, 대소변. 이런 일상적인 것들을 하지 못하니 오롯이 엄마 인자 씨의 몫인데요. 한진 씨는 지금까지도 병이 진행되고 있어서 그녀는 더욱 아들을 보살필 수밖에 없습니다.
“항상 봐도 마음이 아프고 짠하고 불쌍하고 그래요“
하지만 인자 씨의 건강도 좋지 못합니다. 허리디스크와 퇴행성 관절염 그리고 목 디스크를 갖고 있는 그녀. 20년 넘게 아들 한진 군을 병간호해오며 생긴 질환입니다. 병원에서는 수술과 입원을 권유하지만, 인자 씨는 당신 없이는 생활하지 못하는 아들 걱정 때문에 입원은 꿈조차 못 꾸고 있습니다. 대신 한 달에 한 번 맞는 통증 주사로 견디고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혹시라도 아들의 몸에 욕창이라도 생길까봐 5분에 한 번씩 체위변경을 해줘야 하는 인자씨. 밤새 잠 못 이루는 건 지난 20년 동안 당연한 일상이 됐습니다. 이렇게 자신을 위해 늘 희생만 하는 엄마를 볼 때면 한진 씨 마음은 미이기만 하는데요. 자신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엄마를 볼 때면 죄송하고, 뜻대로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의 몸이 원망스럽다는 한진 씨. 오히려 인자 씨는 그런 아들에게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로 아들을 달랩니다. 오래오래 아들 곁을 지키고 싶은 엄마 인자 씨. 그녀의 바람은 너무나도 소박합니다. ‘아들보다 딱 하루만 더 사는 것’이라는데요. 일평생 아들을 위해 사는 그녀는 기도합니다. 다음 생에도 한진 씨가 자신의 아들로 건강하게 태어나 지금 못 해보는 일들 그때 하고 싶다고 말이죠.
진행성 근디스트로피(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한진 씨와
성치 않은 몸으로 아들을 보살피며 살아가고 있는 엄마 인자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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