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내린 보금자리
무서웠던 여름 더위가 한 풀 꺾이고 반가운 가을바람이 부는 요즘.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너무나 걱정인 부부가 있습니다. 송동순(70), 이원석(78, 뇌졸중) 부부입니다. 부부에게는 이 바람 한 줌 막아줄 보금자리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지어진지 100년이 넘었다는 부부의 집은 싱크대 하나 없는 간이 부엌과 제대로 된 수도 시설조차 없는 재래식 화장실까지 겉보기에도 너무나 열악합니다. 하지만 이 집에 더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먹고사는 것이 빠듯해 집수리 한 번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큰 화를 불러일으킨 것인데요. 여느 날과 다름없이 평범했던 오후 부엌 천장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웃의 도움을 받아 급하게 막대기로 들어 올려 응급처치를 해봤지만 오래된 집의 경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부부가 곤히 자고 있을 때 부부에게 나가라고 으름장이라도 놓듯 안방 천장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모기장을 치고 있어서 큰 사고는 면했지만 그때 느꼈던 공포와 불안함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당장의 거처를 옮겨야 마땅하지만 부부에게는 거처를 옮길 여유가 없습니다.
“ 작은 집이어도 비 안 새고 무너질 걱정 없는
그런 집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
부부가 하루빨리 이 집에서 나가야 하는 더 큰 이유는 남편 이원석(78, 뇌졸중) 씨 때문입니다.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왼쪽을 사용할 수 없는 원석 씨는 누구보다 건강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정 없는 세상은 그의 의지를 꺾어놓았습니다. 열심히 걷기 연습을 하고 집으로 들어오다가 넘어져 허리 뼈 골절 부상을 당하게 되었는데요. 연로한 나이에 골절된 뼈는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혹시 원석 씨가 혼자 집에 남아있을 때에 안방 천장이 모두 무너진다면 행동이 느린 원석 씨는 큰 사고를 당할 것입니다. 이런 무서운 생각들 때문에 동순 씨는 걱정이 가득합니다. 집에 있으면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불편하니 치료도 할 겸 남편을 병원에 입원시켜 보호하고 싶지만 이 역시 문제는 돈입니다.
“ 병원에 입원 시켜서 치료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병원비가) 너무 부담이 돼요. 감당이 안 돼요. “
무너진 집을 해결하고 아픈 남편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아내 동순 씨뿐입니다.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집안의 가장이 된 동순 씨는 밤낮없이 가리지 않고 일을 했는데요. 일흔이 된 지금까지도 동순 씨는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고 사람들이 먹고 간 자리를 정리합니다. 일흔의 나이까지 일을 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지만 동순 씨는 하나뿐인 가족 남편을 생각하며 이겨내고 있습니다. 노년까지 고생길을 걷고 있는 동순 씨가 바라는 것은 크지 않습니다. 남들과 같은 여유로운 노년도 아닌 일확천금과 부귀영화도 아닌 남편의 안이와 비와 바람을 막아줄 따뜻한 보금자리입니다. 이 작은 소원을 이루기 위해 동순 씨는 오늘도 작은 몸으로 남편을 지키고 집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아내가) 안쓰러워 죽겠어요. 집안 걱정해야지 돈 걱정해야지
못할 일 많이 시켜요. 미안한 마음 다 말할 수 없어요. “
무너진 집에서 살고 있는 일흔의 노부부
무섭고 불안한 마음은 가득하지만
돈이 없어 갈 곳을 잃은 부부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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