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 씨 부부의 희망 배달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모습이 여느 아빠와 딸과 다름없이 다정해 보이는 한 부녀가 있습니다. 박성철 (52/ 지체장애 3급) 씨, 박지인(7)양입니다. 하지만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자 이 부녀에게 조금 다른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신호가 바뀌면 지인이는 익숙한 듯 아빠 손을 놓고 높이 손을 들며 뛰어가고 아빠는 건너편으로 안전하게 가고 있는 지인이의 뒷모습을 보며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습니다. 횡단보도를 걷기 위한 한 걸음 한 걸음이 위태로워 보이지만 건너편에 기다리고 있는 딸 지인이를 위해 성철 씨는 부지런히 걸음을 옮깁니다.
두 차례의 척추 수술 후 통증 증후군으로 몸을 움직일 때마다 뼈를 깎아내는 듯한 고통을 참고 있다는 박성철 씨. 애석하게도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딸 지인이를 돌보던 아내 오순애(41 / 지체장애 6급) 씨도 불의의 사고로 허리를 다치게 되어 요추관 협창증으로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몸이 아픈 부부는 앉았다가 일어서는 단순한 운동에도 온몸의 신경을 망치로 내리치는듯한 통증이 오는데요. 순애 씨는 조금만 일어서 있어도 주저앉아 버리는 다리 때문에 다른 엄마들처럼 아침에 딸을 씻겨주는 일조차 하지 못하고 성철 씨는 밤이면 독한 약에도 사라지지 않는 통증에 잠을 이루지 못 합니다. 병원조차 마음 놓고 다닐 수 없는 형편에 매일 밤 서로의 몸에 파스를 붙여주고 온몸을 스포츠 테이프를 감싸는 것으로 치료를 대신합니다.
부부에게는 병원비며 수술비로 생긴 빚을 갚기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쉴 틈 없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시청에 신문 배달을 하는 것인데요. 한 걸음도 옮기기 힘든 성철 씨 순애 씨는 무거운 몸을 이끌며 시청 사무실에 약 80부가 넘는 신문을 배달하고 있습니다. 일에 열중하고 있다 보면 소리 없이 찾아오는 통증에 건물 구석으로 가 조용히 눈물을 삼켜야 할 때가 많지만 부부에게 신문배달 일은 엄마, 아빠가 무엇인가 해낸다는 것을 지인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희망의 빛입니다. 신문 배달을 하고 받은 돈은 모두 빚을 갚는 것에 쓰이기에 부부의 정식 수입은 신문을 나르고 받아온 파지들을 팔고 남은 돈뿐입니다. 한 번 파지를 팔아 받는 돈은 5000원 남짓. 힘들게 일하고 받은 보상이라고 생각하기에 적은 돈일지라도 내 딸 지인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면 부부는 힘들고 고되다는 생각보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 아빠에게 지인이는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딸입니다. 지인이에게 하나라도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지만 부모 마음의 양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 앞에 좌절할 때가 많습니다. 천식이 심해 1년 365일 감기를 달고 사는 지인이에게 좋은 보약이라도 한 채 지어주고 싶지만 몸이 아픈 부모는 해줄 수가 없습니다. 성철 씨 순애 씨의 유일한 소원은 지인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 그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을 위해 부부는 오늘도 아픈 몸을 이끌고 희망을 배달해 봅니다.
망치로 모든 신경을 때리는 듯한 통증에도
나의 전부인 딸 지인이의 웃음만 볼 수 있다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부부의 이야기를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