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하얀 거짓말
바쁘게만 움직이는 도심 속, 아주 천천히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세 가족이 있습니다. 40년 전, 가난하지만 서로를 보듬어주면서 살자고 부부의 연을 맺은 배준환 (73), 김옥연 (68/ 난소암 4기) 부부인데요, 옥연 씨는 올해 4월, 뾰루지가 낫지 않아 찾은 산부인과에서 난소암 4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습니다. 남편 배준환 씨는 그 이후로 한결같이 곁에서 아내를 돌보아 왔습니다.
옥연 씨의 병 말고도 이들 부부에게는 아픈 손가락이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아들 배인선 (40/지적장애 2급)씨입니다. 30여 년 전, 야영장 조교에게 이유 모를 폭행을 당한 아들은 원래 가끔 있던 간질이 더욱 심해져 결국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지적 능력은 아이 수준에서 변하지 않았지만, 엄마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끔찍합니다.
수중에 돈만 넉넉히 있다면, 아내를 위한 어떤 치료도 받게 하고 싶은 남편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속상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내가 충격을 받을까봐 걱정돼 암의 진행상황을 자세히 얘기하지 않고, 약만 먹으면 나을 수 있다는 거짓말을 했는데요. 아내를 위하는 마음으로 기저귀를 갈기 위해 새벽잠을 포기하기도 하고, 아픈 아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사기 위해 추운 겨울날 시장에 가더라도 아내가 병을 훌훌 털고 일어날 수만 있다면 바랄 것이 없다는 남편입니다.
그런 남편이 아내 옥연씨를 위해 영정사진을 장만했습니다. 여태까지 꿋꿋하기만 하던 아내는 사진을 보자 그 동안 참았던 눈물을 흘립니다. 그 눈물이 아프기만 한 남편.. 올해는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걱정이 쌓여갑니다.
추운 겨울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름다운 거짓말을 하는 아버지와
그 보살핌으로 힘겹게 병마와 싸우고 있는 어머니와 아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MBN 소나무에서 만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