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부부의 잃어버린 봄날
전북 장수의 한 산골 마을. 지은 지 50년을 훌쩍 넘은 낡은 집엔 간절한 희망을 안고 살아가는 부부가 있습니다. 바로 남편 배병훈 씨(67)와 아내 이금옥 씨(55)인데요. 36년 전 부부의 연을 처음 맺은 두 사람은 조금 더 나은 날을 기대하며 부지런히 살았지만, 15년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행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을의 소문난 일꾼이었던 남편 병훈씨가 서서히 몸이 굳어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건데요. 오랜 세월 투병을 하면서도 가정을 꾸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그는 치매 진단까지 받으며 이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아내 금옥씨는 남편의 몫까지 해야 할 일이 배로 늘었는데요. 아픈 남편의 손발이 되어 곁을 지키는 것은 물론, 늘어가는 병원비와 빠듯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늘 애를 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부족한 산골 살림을 홀로 채우며 살아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데요. 최근 남편의 건강 상태가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지면서 걱정, 불안이 끊이지 않습니다.
“힘들긴 하지만 남편을 한 번도 원망한 적 없어요”
19살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지금껏 손에서 일을 놓은 적 없는 금옥 씨. 가난한 산골로 시집와 고생스런 세월을 헤치며 살았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고 부지런했던 남편이 늘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기에 그마저도 웃으며 견뎌낼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인생의 가장 큰 힘이었던 남편이 파킨슨병으로 쓰러지면서 감당하기 힘든 날들을 홀로 견뎌가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거동조차 불편해 늘 누워서만 지내는 남편 병훈씨는, 최근 호흡 곤란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는 일이 잦아졌는데요. 쉽게 비워내지 못해 고여있는 침과 가래가 기도를 막거나, 한번 시작하면 쉽게 그치지 않는 기침 때문에 호흡이 가빠지는 일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행여나 남편이 잘못되진 않을까 늘 불안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금옥씨는 그 때문에 남편의 곁을 쉽게 떠날 수 없는데요. 불어가는 병원비와 의료용품 비용, 거기에 늘 빠듯한 생활비까지 홀로 감당해야 하다 보니 한숨이 깊어졌습니다. 돈벌이가 쉽지 않은 산골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게 갈수록 막막하기만 한 금옥씨. 극심해지는 허리 통증과 어깨 통증에도 불구하고 밤낮없이 일에 매달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한 번도 남편을 원망한 적은 없는데요. 오히려 평생 가난한 살림 일구느라 고생만 한 것 같아 남편 병훈씨가 안쓰럽기만 합니다.
“남편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뭐든 다 할 수 있어요.”
추위가 금방 사그라지지 않는 산골 마을. 그러다보니 금옥 씨는 난방비 걱정이 끊이지 않습니다. 찬 바람에 약한 남편이 행여나 감기라도 걸려 상태가 더 나빠지진 않을까 걱정돼 온종일 난방을 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급격히 치솟은 기름값으로 화목 보일러에 의존해 살아가지만 땔감이 줄어 들 때 마다 마음이 초조합니다. 결국 남편을 따뜻하게 지켜주기 위해 여자 혼자 몸으로 땔감 구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데요. 온몸이 끊어질 것처럼 힘이 들지만 추위에 떨 남편을 생각하며 더 부지런히 몸을 움직입니다. 최근 치매 증상이 심해지며 대소변 실수가 잦아진 남편 병훈씨는 아내 금옥씨에게 늘 미안하기만 한데요.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빨랫감 때문에 늘 손에 물 마를 날 없는 아내가 안쓰럽고 고맙기도 하지만, 힘든 노년기에 힘이 되어 주지는 못하고 오히려 큰 짐이 되어버린 자신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어디 하나 의지할 데도 없는 막막한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서로의 곁을 지키기 위해 늘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데요. 차디찬 시련에 갇혀 살아가는 부부에게 언제쯤 희망찬 봄날이 찾아올 수 있을까요?
파킨슨병과 치매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편.
그런 남편의 손발이 되어 주며
밤낮없이 일에 매달려 살아가는 억척 아내.
차디찬 현실 속에서 또 다른 봄날을 꿈꾸며 살아가는
산골 부부의 사연을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