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다시 일어날 때까지
경기도 의정부시, 뼈가 아픈 고통을 참으며 병마와 싸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암이 더 빨리 진행되지 않게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는 진단을 받았는데요. 그래도 나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남편 그리고 아들과 함께 아픈 하루를 버티며 사는 원영순 씨의 이야기입니다.
“의사가 약으로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나한테는 얘기를 못 하고
남편만 불러서 얘기하더라고요. 치료할 수 있는 게 끝났다고요..”
원영순 씨(57)는 소녀처럼 밝고, 바깥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던 활발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작년에 방광암 4기 진단을 받고 방광 종양 절제술을 하게 됐습니다. 이후 배에 구멍을 뚫어 소변 줄을 연결해 생활하고 있는데요. 총 14번의 항암치료를 진행했지만, 완치는 어려운 상태입니다. 살려달라고 할 정도로 뼈가 아픈 고통이 수시로 찾아오는데요, 약을 먹거나 누워서 꾹 참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게다가 당뇨 합병증으로 현재 치아가 몇 개 안 남은 상황.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살이 30kg이나 빠졌고, 기력이 없어 말할 힘도 없습니다. 엉덩이 전체에 욕창이 생긴 이후로 걷지 못하는 영순 씨를 위해 직접 소독해주는 남편 한석성 씨(72). 혼자서 씻지 못하는 영순 씨의 머리를 감겨주고, 장루 주머니가 터지면 냄새가 나지 않게 바로 이불 빨래를 합니다. 하지만 간단한 식사 한 입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영순 씨를 볼 때마다 석성 씨는 속이 타들어 갑니다.
“민수가 착하고 아직 너무 순진한 아이인데
제가 제대로 돌봐주지도 못해서 제일 불쌍해요..”
석성 씨는 9년 전, 위암 판정을 받아 위절제술을 했습니다. 여기에 작년 폐렴 진단 후 체력이 많이 떨어졌는데요. 성치 않은 몸이지만, 집에 보탬이 되기 위해 추운 겨울 폐지를 주우러 갑니다. 하지만 집에 혼자 있을 아내가 불안해서 한두 시간 밖에 있다가도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부부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있습니다. 중증 지적장애인 아들 한민수 씨(19)입니다.
민수 씨는 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해 작년부터 비닐 제조 공장에 일하고 있습니다. 큰돈은 아니어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수 씨는 엄마가 걸린 암이 얼마나 아픈 병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아픈 엄마에게 밥해 달라고 말하고, 천진난만하게 매운 라면을 건네기도 합니다. 착하고 아직 너무 순진하기만 한 아들이 나중에 혼자 어떻게 살아갈지 원영 씨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제가 뭐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진짜 서글프고 죽겠어요..”
다음 날, 영순 씨는 이른 오전부터 외출복으로 갈아입습니다. 정기적으로 받는 검사를 위해 병원에 가는데요. 등에 업혀 겨우 자동차에 타는 영순 씨. 오랜만에 보는 눈 설경이 너무 예뻐 눈을 떼지 못합니다. 병원 가는 날 아니면 밖에 나올 일이 없다는 영순 씨. 병원에 도착했지만, 현재 상태로는 통증을 조절하는 것 그리고 암이 더 빨리 진행되지 않게 기다리는 것밖에 없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슬픈 마음을 뒤로하고 집에 돌아와, 아내가 좋아했던 떡국을 처음 만들어보는 석성 씨. 아내에게 물어보며 끓여보지만, 모든 게 서툴 뿐인데요. 아내가 알려주지 않으면 혼자서 살림하기 쉽지 않습니다. 본인이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서글프고 괴롭다는 석성 씨. 감정이 복받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아내가 밥도 많이 먹고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라는 석성 씨와 빨리 나아서 고생시킨 걸 다 갚아주고 싶다는 원영 씨. 언젠가 이들에게 희망이 찾아올 수 있을까요?
서로의 손을 놓지 않는 영순 씨, 석성 씨 그리고 아들 민수 씨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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