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희망, 나의 아들
경기도 김포, 하루아침에 평생을 누워서 지내게 된 아들의 곁을 지키는 한 엄마가 있습니다. 슬픔을 누르며 사지마비가 된 아들의 귓가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24시간 지극정성으로 돌보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삶을 사는 김정애 씨의 이야기.
“심장마비인데 사망입니다. 의사가 그러더라고요..”
김민석 씨(43)는 대학 시절 장학금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으며 영화감독의 꿈을 가진 청년이었습니다. 15년 전, 새벽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심장마비로 뇌 손상이 온 후 사지마비가 된 민석 씨. 피부는 오래돼서 온몸이 상처투성인 데다 강직으로 온몸이 휘어졌습니다. 다리가 뻣뻣해서 무릎이 꺾어지지 않아 손과 발이 변형되었는데요. 심한 강직을 완화 시킬 수 있는 약을 주입하기 위해 배에 펌프를 삽입했습니다. 민석 씨 목에는 구멍을 낸 상태인데요, 고인 침을 직접 거즈로 닦아내고 썩션으로 빨아주고 있습니다. 침이 고이면 스스로 삼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민석 씨는 위에 연결하여 삽입한 관으로 영양소를 섭취하고 있는데요. 김정애 씨(70)는 그런 아들을 오랜 시간 지극정성으로 돌봐왔습니다. 아들에게 향기로운 냄새가 나도록 양치질과 면도를 해주고 몸이 더 이상 굳지 않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시켜줍니다. 아들을 돌볼 때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 정애 씨. 꼭 작은 병원을 운영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힘에 부친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절망적으로 바라보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은 그녀를 더 힘들게 합니다. 여기에 경제적인 부담감과 체력적인 한계까지. 정애 씨 역시 건강이 좋지 않은데요. 협심증에 점점 나빠지는 시력, 한쪽으로 드러눕지 못할 정도로 아픈 옆구리 통증에도 정애 씨는 약을 삼키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엄마이기 때문에 저는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우리 아이를 돌보거든요..”
어버이날에 부모님을 데리고 외식을 시켜줬던 다정한 아들. 정애 씨가 마지막으로 본 민석 씨의 건강한 모습이었습니다. 늘 웃는 얼굴에 여행을 좋아했던 민석 씨는 집에 오면 청소를 해 주고 엄마와 함께 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살가운 아들이었는데요. 그날 오후, 마음을 굳게 먹고 그동안 일부러 외면했던 아들의 캐리어를 약 14년 만에 열어본 정애 씨. 가방 안에는 민석 씨가 건강했던 시절에 보관해 둔 물건들로 가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들이 입었던 양복을 꺼내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는 정애 씨. 내친김에 아기 때 입은 옷을 꺼내보기도 합니다.
“비록 이렇게 힘든 삶을 살지라도 우리 아들은 저에게 희망이에요..”
며칠 뒤,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10년 동안 민석 씨를 돌보러 오는 방문간호사인데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한 시간 거리를 달려 찾아온다고 합니다. 정애 씨는 주변에 힘이 되어 주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해 질 무렵이면, 민석 씨의 굳어버린 발 근육을 위해 매일 따뜻한 물로 족욕을 시켜주는데요. 길고 고단했던 하루를 끝내며 정애 씨는 오늘도 말합니다. “내 아들 민석이는 세상의 희망이라고!” 정애 씨는 아들에게 최고의 엄마로 남아 있기를 소망합니다. 서로의 절망을 희망으로 만들어준 엄마와 아들. 언젠가 이들에게 작은 행복이 찾아올 수 있을까요?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주는 정애 씨와 민석 씨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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