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겨울을 버텨내는 힘, 가족
숨 돌릴 틈 없이 찾아오는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자신보다는 손주들 걱정이 앞서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충북 제천에 사는 할머니 이순자(53) 씨와 할아버지 김기훈(66) 씨인데요. 늦은 나이에 예상치도 못했던 두 번째 육아를 시작한 부부에겐 자식보다 더 애틋하고 소중한 어린 손주들이 있습니다. 올해 14살이 된 김한율 군과 12살이 된 김한별 양인데요. 자식 낳고 도망치듯 떠나버린 딸 때문에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에 매여 살아가고 있지만, 착하고 바르게 자라준 아이들은 부부 인생의 가장 큰 보물이기도 합니다. 핏덩이였던 손주들을 늦둥이 자식이라 생각하고 키운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팍팍한 형편에 무엇 하나 소홀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요. 따뜻한 보금자리 한 번 가지지 못했을 만큼 무엇 하나 넉넉지 않았던 형편. 그 때문에 지금껏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한 채 일을 손에서 놓은 적 없었던 탓일까요? 최근 부부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말았습니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부부는 오직 어린 손주들 걱정뿐인데요. 번듯하게 자랄 때까지만이라도 뒷바라지해 주고 싶은데, 행여나 또다시 아이들만 덩그러니 남게 되는 건 아닐까 근심 걱정이 끊이지 않습니다.
“가스 때문에 걱정돼서 자다가도 일어나서 환기해야 해요”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게 가장 큰 꿈이었던 부부는 지금껏 몸도, 마음도 편히 지내본 적이 없습니다. 오랜 세월 비, 바람 새어 들어오는 비닐하우스에 살면서도 그저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기 바빴는데요. 그렇게 남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그저 부지런히 살아왔던 부부에게, 젖도 떼지 못한 손주들과의 삶은 하루하루 고되기만 했습니다. 할아버지 기훈씨가 관리하는 고물상 한편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면서도 늘 마음에 걸렸던 건 어린 손주들. 온통 불편하고 위험한 것 투성인 비닐하우스에서 어린 손주들을 키울 수 없었던 부부는 큰 마음먹고 어렵게 이사를 했습니다. 자신들의 병원비 한 푼까지 아껴가며 그나마 제일 저렴한 곳으로 이사를 했지만 형편은 더 나아지지 않았는데요. 빠듯한 형편에 맞춰 구한 집은 장사하던 가게였던지라 차디찬 겨울바람이 새어 들어옵니다. 그나마 제일 저렴한 연탄난로로 난방을 대신하고 있지만, 이따금씩 제대로 환기가 되지 않아 집안으로 새어 들어오는 가스 때문에 늘 마음을 졸이며 사는데요. 사정이 그런데도 부부는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보일러 설치는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그나마 안전하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안채의 방은 손주들에게 내어주고 차디찬 냉골이 되어버린 낡은 공간에서 쪽잠을 자며 지내지만 부부. 성치 않은 몸으로 제대로 눕지도 못한 채 살아가지만, 예전에 비해 훨씬 더 편하게 지내는 손주들을 보면 마음이 놓입니다.
“아이들 클 때까지는 건강해야 할 텐데 늘 마음에 걸려요”
눈 뜨기 무섭게 더덕 까는 일에 매달려 사는 할머니 순자씨. 몸이 약해지면서 일거리가 떨어져 어렵게 수소문해 찾은 부업이기에 더 악착같이 일에 매달려 살아갑니다. 고물상 관리일을 하며 돈 되는 고철들을 내다 파는 할아버지 기훈씨도 하루 종일 고된 일과가 반복되지만 점점 줄어드는 수입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는데요. 지금껏 무엇 하나 사달라고 졸라본 적 없는 착한 손주들. 기특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팍팍한 형편은 나아질지 모르고 오히려 더 나빠져 가고 있습니다. 특히 할머니 순자 씨는 8년 전 생긴 자궁의 혹을 제때 치료하지 못해 최근 심한 통증과 출혈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참다못해 어렵게 찾은 병원에서 어쩌면 암일지도 모르니 정밀검진을 받아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할아버지 기훈 씨도 허리협착증이 심해져 밤새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눈앞에 병원비 한 푼이 아까워 미루다보니 부부의 건강은 나빠질대로 나빠져 버렸습니다. 부모 사랑 한 번 받지 못하고 자란 안타까운 손주들을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뿐인데, 예기치 못했던 시련에 부부는 걱정만 쌓여 가는데요. 손주들에게 해준 것 보다 해주고 싶은 게 더 많은 부부. 점점 더 막막해져만 가는 두 사람의 앞날엔 언제쯤 희망의 빛줄기가 드리워질까요?
부모에게 버림받고 세상 의지할 곳이라곤
할머니, 할아버지가 유일한 손자와 손녀.
그런 손주들을 위해 성치 않은 몸으로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서로의 걱정이 우선인 가족들의 사연을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