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꺼지지 않는 희망
친구 사이의 우정은 ‘넓이’로 헤아리고 연인 사이의 애정은 ‘순도’로,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깊이’로 표현한다고 하는데요. 오늘 소나무에서 소개해 드릴 사연은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깊은 사랑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중증 지적장애인 딸은 희귀병 때문에 왼쪽 팔다리를 잘 못 써요”
서울특별시 금천구, 아기의 맑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정이 있습니다. 홍사선 씨(74, 설암 수술. 유방암 수술. 목디스크 수술. 척추관 협착증.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와 박혜영 (가명. 40. 중증 지적장애. 모야모야병. 척추관 협착증. 고혈압. 당뇨. 신장이식) 씨, 박예진(가명. 21개월) 양이 살고 있는 집이 바로 그곳인데요. 세 식구는 남들보다 더 특별하고 애틋한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22개월 예진이의 엄마인 혜영 씨는 중증 지적장애인입니다. 이 때문에 밤새 울고 보채는 아기 예진이에게 우유를 주는 일도, 기저귀를 갈아 주는 일도 혜영 씨에게는 쉽지 않은데요. 게다가 어릴 적 발병한 모야모야병 때문에 혜영 씨는 오른 팔다리의 움직임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혜영 씨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있습니다. 바로 혜영 씨의 어머니이자, 어린 예진이의 할머니인 사선 씨입니다.
“손녀가 ”아빠“하고 말할 때마다 가슴이 아파요”
혜영 씨는 예진이의 아빠와 생활고 때문에 헤어졌습니다. 따라서 사선 할머니가 혜영 씨와 함께 손녀인 예진이를 돌보고 있는데요. 요즘 예진이는 한창 말을 배우는 중입니다. 예진이가 ‘아빠’라는 단어를 말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사선 씨. 손녀가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도록 더 큰 사랑으로 예진이를 보살피고 있습니다. 손녀를 어린이집에 등‧하원시키는 일도 매일 저녁 아이를 목욕시키는 일도 사선 할머니가 맡고 있습니다. 연로한 나이에 어린 손녀를 보살피는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사선 씨는 손녀가 삶의 또 다른 행복이자, 꺼지지 않는 희망이라 말합니다. 그러나 사선 씨는 자신이 언제까지나 딸과 손녀 곁에서 있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시름이 깊습니다. 올해 7월, 입안에 이물감이 생겨서 찾은 병원에서 설암 선고를 받고 수술까지 받은 건데요. 이미 6년 전엔 유방암 수술까지 받은 적이 있어서 사실 성치 않은 몸으로 밤낮없이 딸과 손녀를 보살피는 덴 무리가 있었습니다.
“집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요즘 건강 문제 말고도 또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세 식구가 사는 집의 계약이 내년 초에 만료되어, 가족이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인데요. 임대 주택 신청을 하고 1차 당첨은 된 상태지만, 2차 당첨이 되지 않을 경우 다른 대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혜영 씨는 이사 가야 한다는 말에 예진이가 뛰어놀 수 있도록 더 넓은 집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선 씨는 임대주택 2차 당첨이 안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착잡하기만 합니다.
엄마의 시름을 채 읽지 못하는 혜영 씨. 그런 딸이 언젠간 홀로 예진이를 키워야 할 때를 대비해 사선 씨는 여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숫자 계산을 못하는 딸과 장을 보며 물건값을 읽는 방법을 가르치고, 간단한 요리도 시키는 건데요. 언젠간 홀로 서야 할 딸을 응원하는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혜영 씨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혜영 씨의 바람은 사선 씨가 오래 건강한 모습으로 예진이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요. 누구보다 애틋한 사랑을 하는 세 식구. 이들의 웃음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간 홀로서야 할 딸과, 어린 손녀를 홀로 보살피는
사선 할머니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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