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지하 집에 닥친 혹독한 겨울
또다시 찾아온 시린 겨울, 유난히 이번 겨울바람이 더욱 매섭게 느껴지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바로 대로변의 낡은 지하 집에 살아가는 최해철 (64)씨와 최성희 (61)씨 부부의 가족인데요. 마흔이 넘은 늦은 나이에 부부의 연을 맺고 다섯 명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낳은 두 사람. 그 중엔 유독 아픈 손가락이 있습니다. 바로 다운증후군과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막내아들 최강건 (16) 군인데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강건 군은 최근 만성 신장병 4기 판정을 받아 곁에서 챙겨야 할 게 더 많아졌습니다. 조금만 더 악화하기라도 하면 신장 투석이나 이식수술이 불가피해지는 아찔한 상황. 어디가 아프면 아프다고 말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간단한 의사 표현조차 할 수 없는 아이다 보니 더 신경이 쓰이는데요. 그러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곁에서 꼼꼼하게 챙겨야 할 게 많습니다. 오랜 세월 아픈 강건이를 돌보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해 온 부부. 하지만 걱정, 고민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만 가는데요. 자녀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던 부부에게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아빠 해철 씨가 전립선암 판정을 받은 것인데요. 하지만 가족의 생계가 우선인 가장이기에, 당장 거액의 수술비를 내야 하는 수술을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시련이 부부는 점점 힘에 부치지만 아픈 막내아들을 위해 해철 씨와 성희 씨는 더 부지런히 움직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강건이는 저희 아픈 손가락이에요”
다운 증후군과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강건이는 최근 신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만성 신장병 4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때문에 현재는 소변 주머니를 달고 생활하고 있는데요. 잠시 잠깐만 방심해도 소변이 흘러 옷과 이불을 적시는 일이 많다 보니 온종일 곁에서 눈을 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입으로 음식물을 씹는 저작 운동 마저 안 되는 아이다보니 끼니때마다 식사 챙기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요. 신장에 좋은 신선한 채소들을 하나하나 손질해 적정량의 죽을 만들어 먹여야 하기 때문에 챙겨야 할 게 많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엄마 성희쓰는 온종일 강건이 옆에서 손발이 돼줘야 하는데요. 점점 힘에 부치는 일이 늘어나지만 그래도 강건이만 나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도 없습니다. 조금 더 악화되면 신장투석이나 신장이식 마저 불가피해지는데다, 다운증후군 합병증으로 또 어떤 이상 증세가 발생할지 모르다보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데요. 최근 몸을 심하게 흔들거나 치는 돌발 행동이 잦아지면서 가족들의 우려도 깊어져 갑니다.
“암 부위가 늘어나고 있는데,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지금껏 가족들을 위해 제대로 쉬어본 적 없이 열심히 살아 온 아빠 해철 씨. 올해 초 전립선암 초기 진단을 받았지만, 여전히 쉬는 날 없이 일에만 매달리고 있는데요. 갈수록 늘어나는 강건이의 병원비와 늘 빠듯하기만 한 가족들의 생활비가 마음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도 빨리 수술받을 것을 권유받았지만, 해철 씨는 수술을 받으면 생계가 중단되는 것이 걱정돼 수술을 미루고 있는데요. 60대의 나이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해철 씨는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식자재 배달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주문과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수금이 원활하지 않아 걱정이 더 늘어가는데요. 설상가상으로 살고 있는 지하 집이 점점 뒤틀리고 갈라지면서 집안 곳곳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갈라진 벽 사이로 들이닥치는 찬 바람을 보일러 온기로 막아보려 애쓰지만 수시로 고장이 나는 낡은 보일러 때문에 마음 편할 날이 없는데요. 갈수록 고달파지는 가혹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나가야 할지 앞이 캄캄하기만 합니다.
다운증후군과 만성 신장병이 있는 막내아들.
아픈 몸으로 새벽부터 쉬지 않고 일하는 아버지.
가족의 손발이 되어 살아가는 억척 어머니.
평범한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사연을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