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굽는 오뚝이 가족
얼굴에 찬바람이 느껴지는 걸 보니 어느덧 겨울도 시작된 듯합니다. 손을 호호 부는 이 계절이 되면 꼭 찾는 간식이 있죠. 바로 붕어빵인데요. 여기, 정성 가득한 맛과 서비스 덕분에 손님들에게 사랑받는 붕어빵 포차가 있습니다. 붕어빵 장수 윤경 씨는 특유의 친절하고 밝은 성격으로, 사람들의 마음과 배를 든든하게 해준다는데요. 편찮으신 아버지와 지적장애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윤경 씨. 가족에 대한 사랑 하나로 고달픈 현실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혼자 엄마 보내드렸어요...”
충남 당진의 조용한 시골 마을, 윤경 씨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깨우고 아침을 챙기는 윤경 씨. 그런데 아들 재원이(18, 함구증)는 아무 대답이 없는데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말하지 않아, 아들의 목소리를 들어본 지 약 13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함구증 때문에 일반적인 학교생활조차 힘들었던 재원이. 결국 2년 동안 유급하고 동생 재성이(16, 지적장애 중증)와 같은 특수학교에 다니게 되었는데요. 동생의 아침 식사를 챙기고 살뜰히 챙겨주는 재원이 덕분에 엄마 윤경 씨는 안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새 윤경 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친정엄마의 부재. 두 번의 결혼생활을 실패로 끝내고, 홀로 아이들을 키운 윤경 씨에게 어머니는 인생의 가장 큰 버팀목이었는데요. 병원에 갔을 땐 폐암 말기로 이미 치료 시기를 놓친 후였습니다. 윤경 씨는 친정엄마의 아프다는 말을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꾸만 후회가 남습니다.
“붕어빵 장사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윤경 씨는 얼마 전 49재로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슬퍼할 겨를도 없이 붕어빵 장사를 했습니다. 현재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입원하신 친아버지와 평생 돌봐야 할 자식들이 있기 때문인데요. 어느덧 7년 넘게 해온 붕어빵 장사, 고단했지만 행복한 기억도 많습니다. 야무지고 인심 좋은 모녀의 붕어빵 맛 덕분에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단골손님들의 ‘어머니는 어디 가셨냐?’는 물음에 마음 한구석이 울적해집니다. 그런데 요새 윤경 씨 건강 상태도 좋지 않은 상황. 붕어빵 기계에서 올라오는 연기 때문에 가슴이 콕콕 쑤시는 통증을 느낀다는데요. 사실 윤경 씨는 작년 8월, 유방암 진단을 받고 8번의 항암치료와 25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습니다. 현재 약을 먹으며 관리하고 있지만, 하루 종일 좁은 공간에 서서 붕어빵을 굽는 게 점점 힘에 부칩니다.
“만약 하늘에서 보고 있다면 엄마가 아빠하고 잘 살라고 할 것 같아요...”
윤경 씨가 친정아버지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 병원을 찾았습니다. 평생 술 한 번, 담배 한 번 입에 대지 않고 일만 해왔던 아버지. 그런데 올해 3월,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안 좋아졌다는데요. 매년 붕어빵 일을 도와주셨지만, 신장 쪽의 치료가 시급해서 또다시 입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장 투석을 받던 친정아버지의 볼에 눈물이 흐르는데요. 아픈 몸으로 혼자 고생할 딸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돌아가신 엄마의 병원비와 장례비, 아빠의 투석비 그리고 아이들의 치료비까지... 윤경 씨가 버텨내야 할 현실이 차디차고 아픈 겨울입니다. 생전 어머니가 쓰시던 모자를 태우는 윤경 씨. 이제 그리운 엄마를 정말 놓아주어야 할 시간입니다. 슬픔을 삼키고 남아있는 소중한 가족을 위해 다시 힘을 내보려 합니다. 윤경 씨 가족이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붕어빵 장사를 하며, 편찮으신 친정아버지와
지적장애를 가진 자식들을 돌보는 엄마 윤경 씨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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