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손발이 되어 살아가는 뇌성마비 부부
한 걸음 나아가는 것도 버거운 날들을 보내는 부부가 있습니다. 부부 모두 뇌성마비와 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요. 엉덩이와 골반 부분의 뼈에 극심한 염증이 생기면서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든 엄마와,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허리 디스크로 다리까지 아픈 아빠! 하지만 부부는 매일 통증을 견디고 참아내며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하나뿐인 어린 딸에게 아직 해주지 못한 것도, 해주고 싶은 것도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미역국에 고기 한 점 넣어주지 못해 미안해요”
경기도 안산시. 이곳엔 늘 서로의 곁을 지키는 가족이 살고 있는데요. 아빠 신석 씨(47)와 엄마 백성진 씨(43), 그리고 부부의 가장 큰 기쁨인 딸 주은(7)입니다. 움직임이 더딘 신석 씨와 성진 씨는 남들 보다 서둘러 아침을 준비합니다. 학교 가는 주은이에게 아침을 먹이기 위해서인데요. 뇌 병변과 지체 장애가 있는 성진 씨는 최근 관절이 약해지면서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져 바닥에 앉아 요리를 해야하는 상황. 그러다 보니 아픈 아내의 손발이 돼 주기 위해 남편 신석씨가 한결같이 그 곁을 지킵니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부부의 조촐한 밥상엔 고기 한 점 없이 말갛게 끓여낸 미역국이 대부분이지만, 주은이는 누구보다 맛있게 먹는데요. 한창 먹고 싶은 것도 많을 어린 나이에 지금껏 반찬 투정 한 번 하지 않은 착한 딸 주은이는, 부모님이 아프진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며 제 할 일은 물론 집안일도 알아서 척척 돕습니다. 그런 어린 딸을 볼 때마다 아빠와 엄마는 너무 일찍 철이 든 딸이 그저 안쓰럽고 대견하면서도 한 편으론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무너져 내립니다.
“딸을 위해서라면 뼈가 으스러져도 견뎌낼 수 있어요”
신석 씨와 성진 씨는 주은이가 학교에 가고 나면 더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다리 통증과 허리 통증을 안고 사는 부부에겐, 한 걸음 떼는 일조차 버겁지만, 딸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에 휴지 판매를 하고 있는데요. 도매 공장을 찾아가 최저가로 구매한 화장지를 하루종일 돌아다니며 최소한의 이윤을 남기며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휠체어를 탄 아내와 함께 거래처를 찾아다니며 구매 가능한 거래처에선 화장지 박스를 들고 나르는 신석씨, 아내 성진 씨는 의사소통이 힘든 남편을 대신해 판매와 관련된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남편은 아내의 다리가, 아내는 남편의 목소리가 되어주며 하나라도 더 판매할 수 있도록 동분서주 하다 보면 부서질 것 같은 통증에 힘이 들기도 하지만 부부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딸에게 제대로 부모 노릇 하지 못하는 버거운 형편이 늘 맘에 걸리는 부부, 하지만 다시 일어설 수 없다 하더라도 소중한 딸 주은이에게만큼은 아픔도, 가난도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엄마, 아빠가 아파서 미안해”
날이 갈수록 통증이 심각해져가면서 부부의 일상은 점점 더뎌지고만 있습니다. 딸이 커갈수록 들어가야 할 돈은 늘어나는데 코로나19 이후 수입은 점점 줄어들어가는 상태. 그러다보니 매일 근심 걱정 끊일 날이 없는데요. 특히 가장인 신석씨가 6년 전 수술받은 디스크가 다시 재발해 심각한 통증을 호소하는 날이 늘어나고 있지만, 명확한 수술이나 치료법이 없어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기만 합니다. 한 푼이 아쉬운 형편에 건강까지 악화돼 아내와 어린 딸을 더 힘들게 하지 않을까 불안한 아빠 신석 씨. 힘이 되는 부모이고 싶었는데, 오히려 짐이 되는 것 같아 늘 미안한데요. 그 때문에 칼로 베는 것 같은 극심한 통증도 파스 한 장과 진통제에 의존해 견뎌봅니다. 그런 아빠가 안타까운 딸 주은이는 스스로 마사지를 해주며 아빠가 더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온 마음을 다해 기도를 하는데요. 제 아무리 시리고 아픈 통증도 어린 딸의 따스한 손길 한 번이면 눈 녹듯 사라집니다. 그런 착하고 귀여운 딸을 보며 매일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부부. 딸을 위해 그 흔한 가족 여행 한 번 해보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리는데요, 온종일 아픈 몸을 이끌고 다니는 게 쉽진 않지만, 부부는 그래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딸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든 상황에서도 늘 씩씩하고 밝은 엄마,
힘든 여건 속에서도 늘 아내와 딸을 먼저 챙기는 부지런한 아빠,
아픈 부모님 걱정에 매일 근심, 걱정 끊이지 않는 7살 딸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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