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만 살아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침대에서 내려갈 수도, 집 밖으로 외출할 수도 없는데요.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녀는 세상과 단절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먹는 것도, 씻는 것도, 용변 보는 것까지 전부 침대에서 해결해야 하는 명숙 씨. 건강을 되찾아, 남편과 손자와 함께 외출해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합니다. 명숙 씨가 침대에서만 생활하게 된 안타까운 사연과 그의 곁을 지키는 가족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150kg 초고도비만,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요...”
명숙 씨(53)는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3년째 침대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신체활동이 부족하다 보니 체중은 더 불어났고 현재 150kg이 넘는 걸로 추정됩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살 때문에 앉아있는 것도 힘들 때가 많다는데요. 명숙 씨에게는 가벼운 외출조차 꿈꾸기 어렵습니다. 할머니 명숙 씨의 거동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알아서일까요. 은호(11, 지적장애 3급)는 할머니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착한 손자라고 합니다. 작은 심부름은 물론, 명숙 씨의 아침 식사인 고구마와 물병을 챙겨주는 건, 늘 은호가 담당하는 일입니다. 명숙 씨는 손자를 볼 때마다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아프다고 하는데요. 은호에게 맛있는 것도 해주고 엄마 노릇을 해주고 싶은 명숙 씨. 하지만, 침대 밖으로는 한 발짝도 뗄 수 없는 현실에 슬픔이 몰려옵니다.
아내 그림자 남편의 일과 “하루에 열 번 정도 기저귀를 갈아줘요...”
명숙 씨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남편 수창 씨(58)입니다. 6년 전, 공장에서 오른 손을 다쳐 팔 한쪽을 자유롭게 쓸 수 없는 수창 씨. 하루아침에 건강과 직장을 잃었는데요.
그럼에도 수창 씨는 포기하지 않고 아내를 돌보며, 삶의 희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불편한 건 없는지 항상 세심하게 챙겨주고 있는 수창 씨. 그중에서도 화장실 용변을 보는 일입니다. 3~4시간에 한 번씩 기저귀를 갈아주며 아내의 기저귀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는데요. 거구인 아내의 기저귀를 갈기 위해서는 침대 주변을 여러 번 왔다 갔다 할 정도로 힘이 드는데요. 정성껏 아내를 돌봐온 수창 씨 덕분일까요. 누워 지낸 3년 남짓의 시간 동안 욕창이 심해진 적이 없다고 합니다. 또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내 곁을 잠시라도 떠나면 안 된다고 하는데요. 조금의 시간이 허락 할 때면, 동네를 돌아다니며 파지를 모은다고 합니다. 반찬값에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어서입니다. 그래봤자 한 달에 5천 원 정도, 별다른 소득이 없는 수창 씨에게는 이마저도 포기할 수 없는 돈입니다.
“언제쯤이면 침대에서 일어나서 외출할 수 있을까...”
아내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한 가지 걱정이 있습니다. 앉아있기도 힘든 명숙 씨의 허리통증입니다. 걷는 것은커녕 기어가는 움직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병원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수창 씨의 소원이라고 하는데요. 며칠 뒤, 제작진의 요청으로 응급구조사들이 명숙 씨를 위해 나섰습니다. 응급구조사 4명이 명숙 씨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해, 햇수로 3년 만에 침대에서 벗어나게 된 건데요. 하지만 좁은 입구와 협소한 통로 탓에 이송이 쉽지 않습니다. 결국 명숙 씨의 안전을 위해, 이송을 멈추기로 했습니다. 수창 씨와 명숙 씨는 불발에 그친 병원행에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손자 은호와 꽃구경 가는 게 소원이라는 명숙 씨. 과연 명숙 씨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요?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함께 이겨내려고 애쓰는 세 식구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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