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살아가는 단 하나의 이유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요. 여기,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는 오로지 아들 때문이라고 말하는 엄마가 있습니다. 희소난치병인 폼페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15년 넘게 지극정성으로 키우는 엄마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는데, 15년 넘게 살고 있어요”
경기도 수원시. 온 몸에 여러 종류의 줄을 달고 누워있는 강민준(가명. 15. 폼페병. 당원축적병. 뇌병변장애) 군이 있습니다. 이때 민준이에게 인사를 건네며 하루를 시작하는 엄마 최정자(54. 당뇨합병증. 고지혈증. 관절염) 씨. 하지만 아들은 아무런 반응 없이 침대에 누워있는데요. 사실 민준이는 폼페병이라는 희소 질환을 앓고 있어서 스스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할 수 없습니다.
폼페병은 몸에 축적되는 당을 분해하지 못해서 근력이 감소하고 근육이 위축되며 호흡 부전과 심근병증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태어난 지 25일 만에 폼페병 진단을 받은 민준이. 어려서는 옹알이를 하고 장난감을 갖고 흔들었던 아이였지만 지금은 말도 못하고, 양손으로 물건을 집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악화됐는데요. 하지만 엄마는 말합니다. “3개월 산다던 아이가 15년 넘게 살고 있으니 감사하다”고 말이죠.
“아픈 자식을 바라보는 건 힘들지만, 살아줘서 고마워요”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민준이가 지금껏 살 수 있었던 건 엄마의 밤낮없는 보살핌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중에서 엄마가 가장 신경 쓰는 건 석션인데요. 기관 절개 후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는 아들. 그래서 목 안에 침이나 가래가 생겨서 끈적해지면 호흡이 힘들어지고 더 나아가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의료진 못지않게 목과 코, 입안의 석션을 능숙하게 해내는 엄마. 그 뒤엔 아들에게 고통을 덜 주기 위해, 직접 자신의 코에 석션 호스를 넣어가면서 연습했던 남들은 모르는 사연이 있습니다.
또 이제는 스스로 소변 눌 힘조차 없는 민준이를 위해 직접 요도에 카테터를 넣고, 아랫배를 지그시 눌러주면서 소변 배출을 돕는 엄마. 주로 침상에서 누워 지내는 환자들의 경우 소변 줄을 사용하지만요. 요로감염과 결석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을 위해 또 한 번 엄마가 나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합병증 때문에 지금까지 수술도 50번 가까이 한 민준이. 몇 년 전부터는 마약성 진통제와 세 종류의 경기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아이의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습니다.
아픈 아들을 돌보느라 15년 넘게 하루 2시간 이상 편히 자 본 적 없다는 정자 씨. 그 사이 엄마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제때 먹고 자지 못하다 보니 당뇨 합병증을 앓게 된 건데요. 최근엔 탈장 때문에 수술도 해야 하지만 민준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차일피일 수술을 미루고 있습니다.
“제 소원은 아들이 주민등록증을 받는 거예요”
폼페병은 몸 안에 효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밖에서 채워주는 효소대체요법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민준이는 생후 5개월부터 15년 넘게 이 치료를 받아왔는데요. 최근엔 신약 치료를 받으면서 다시 한번 희망을 품게 된 엄마. 그래서 2주에 한 번씩 병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하지만 경기도 수원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까지 오가는 길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좁은 집안에서 가변 침대를 들고 나가는 일도 버겁지만, 교통비 마련도 걱정입니다. 매번 병원에 가야 할 때마다 20만 원이 넘는 교통비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죠. 이 밖에 민준이가 써야 할 여러 의료용품과 매일 먹어야 하는 균형 영양식을 구입하는 일도 기초생활수급자인 이들에겐 너무 큰 부담입니다.
지금껏 아픈 민준이만 바라보며 살아온 엄마. 그래서 소원도 아들 없이 생각할 수 없는데요. 엄마의 바람은 만 20세에 아들이 주민등록증을 받는 것. 아들의 이름으로 된 주민등록증이 나오면 아마도 눈물이 나올 것 같다면서 환하게 웃어 보이는 정자 씨. 엄마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요?
15년 넘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 한 아픈 아들.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는 엄마.
두 사람의 애틋한 이야기를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