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증후군, 내 딸 지수
경기도 광주시에 자리한 낡고 오래된 빌라. 이곳엔 그 누구보다 끈끈한 관계의 모녀가 살고 있는데요. 바로 엄마 희숙 씨(61)와 딸 지수 씨(17) 입니다. 이제 고등학생인 지수씨는 엄마 앞에서는 항상 씩씩하고 밝은 딸이지만, 또래의 친구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씻는 것부터 밥 먹는 것까지... 곁에서 엄마가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챙겨야 할 게 참 많은데요. 마흔이 넘은 늦은 나이에 어렵게 얻은 귀한 딸! 하지만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나면서 다양한 합병증에 노출될 위험이 많다 보니 엄마 희숙씨는 늘 근심, 걱정이 끊이지 않습니다. 남편과 일찍 헤어지고 난 후 지금껏 홀로 지수씨를 돌보고 있는 엄마 희숙씨! 기댈 곳 하나 없이 살다 보니 하루하루 생활비 마련하는 것도 힘들어 지금껏 제대로 쉬어 본 적도 없는데요. 2년 전 갑작스럽게 찾아온 딸의 급성백혈병 진단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딸에게 합병증 중 하나인 급성백혈병까지 생기자 이대로 잘못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에 하루하루 마음 졸이며 살아왔습니다. 그래도 소중한 딸 하나만큼은 어떻게든 지켜내겠단 각오로 이 악물고 최선을 다해온 엄마 희숙씨! 알약을 잘 삼키지 못하는 딸 지수를 위해 약 하나도 편히 먹을 수 있도록 물에 녹여주며 지극정성을 다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마다 다 토해버리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불안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한 게 늘 미안하고 가슴 아파요”
친구처럼 의지하며 살 수 있는 딸을 누구보다 간절히 원하고 기다렸던 엄마 희숙씨! 하지만 어렵게 가진 딸이 다운증후군이란 사실을 알게 된 후 지금껏 마음 편했던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는데요.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가진데다 조산까지 한 게 원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딸을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희숙씬 지금껏 식당 아르바이트에, 대리운전, 보험 판매일 등 손에서 일을 놓아본 적이 없는데요.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홀로 감당해야 할 몫이 많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든 소중한 딸 지수를 지켜내기 위해 더 강하고 씩씩하게 견뎌내며 살아야 했던 엄마 희쑥씨. 하지만 그렇게 이 악물고 오로지 딸 하나만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온 시간동안 엄마 희숙씨의 건강도 많이 나빠졌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당뇨병과 저혈압, 당 수치가 600을 오르내릴 정도로 심해진데다 저혈압으로 쓰러지는 일도 생기면서 살이 10kg이나 빠졌는데요.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불안한 건강 상태에도 지켜야 할 자식이 있는 엄마다 보니, 딸 지수씨 걱정이 늘 먼저 앞섭니다. 다운증후군의 합병증 중 하나가 바로 당뇨이기 때문인데요. 최근 백혈병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체중이 불어난 지수씨 때문에 늘 마음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지수야!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있어 줘. 엄마가 지켜줄게”
다운증후군으로 인해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이 느린 딸 지수씨. 또래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거나 소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의 가슴이 찢어집니다. 학원에 보내놔도 쭈그려 앉아 있고,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동떨어진 채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남몰래 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요. 그래도 엄마 앞에서만큼은 늘 밝고 씩씩한 딸 지수씨!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홀로 애쓰는 엄마의 고단함과 힘겨움을 알기 때문인데요. 그런 이유 때문인지 지수씬 지금껏 수많은 항암치료를 받으며 머리까지 다 빠지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엄마를 바라보며 잘 견뎌내 줬습니다. 그런 딸이 그저 고맙고 안타깝기만 한 엄마는 뭐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에 일을 더 쉴 수가 없는데요. 잠시 잠깐 하는 식당 아르바이트로 반찬값 정도 마련하긴 하지만, 지수의 오랜 치료비로 들어간 비용이 엄청난 빚으로 불어나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막막하기만 합니다.
“제가 없더라도 혼자 씩씩하게 잘 살아줬으면 좋겠어요“
희숙씨는 자신의 건강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늘 가슴이 조마조마한데요. 그래서 지수씨가 자신이 없을 때를 대비해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 둘 가르치려 애쓰고 있습니다. 심부름에 집 안 청소, 급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전화하는 법까지 세심하게 가르치면 제법 잘 따라오는 지수씨 때문에 마음이 놓이는데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고 어린아이처럼 화를 내는 딸을 볼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캄캄하기만 합니다. 지금껏 숱한 고비들도 의지할 수 있는 서로가 있었기에 참고 버틸 수 있었는데요. 희숙씨의 바램은 지수씨가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더 건강하고 씩씩하게 세상에 나아가는 것 뿐입니다.
다운증후군에 급성백혈병 투병까지 하고 있는 17살 딸,
11년째 홀로 아픈 딸을 지키려 애쓰는 굳센 엄마,
두 손 꼭 잡고 고된 날들을 견뎌내고 있는 모녀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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