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희망, 다섯 살 주아
춘천의 한 오래된 축사. 이곳에는 아빠 정호 씨(54)와 딸 주아(5), 노모 복심 씨(86) 세 식구가 살고 있는데요. 주아가 태어난 순간부터 4살이 되던 해까지 홀로 힘들게 키워온 정호 씨에게는 한 가지 안타까운 사연이 있습니다. 바로 엄마 은영 씨(36)가 제왕절개 도중 심정지가 오며 현재 저산소성 뇌 손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고, 더 이상 말할 수도 없이 병원에 누워있다는 사실인데요. 특히 주아를 임신한 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다는 은영 씨는 지금껏 주아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2018년 3월 12일.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날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어버린 정호 씨는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지만, 아내가 남겨준 보물같은 주아를 보며 하루하루 힘내서 살아가고 있는데요. 아직 어린 주아를 노모와 함께 돌보다 보니 정호 씨는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일용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번 달까지는 네 가족이 기초수급자로 해당이 되어 수급비 100만 원과 아내 병원비로 들어가는 의료비 지원을 받고 있었으나 정호 씨가 한 달간 야간 아르바이트하던 것이 소득이 잡혀 현재 아내의 의료비를 전부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는데요. 그럼에도 무슨 일이라도 해서 아내 병원비와 세 식구의 생활비를 마련하겠다는 정호 씨는 오늘도 힘을 내봅니다.
“요즘은 경기가 안 좋아서 큰일이에요”
현재 아내 은영 씨는 뇌병변 1급과 강직성 사지마비 진단을 받았는데요. 그 때문에 간병비, 물품비는 한 달에 약 80만 원이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이번 달부터 기초수급자가 탈락되면서 병원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 정호 씨는 현재 덕트, 에어컨 설치일 등 집 수리 공사도 하며 불러주는 대로 나가서 일하고 있지만 주아가 하원하는 시간에 최대한 맞춰야하기 때문에 수입이 일정치 않은데요. 설상가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 들어오는 일이 줄어 일주일에 1~2번 출근하는 게 전부입니다. 매일 저녁이면 야간 아르바이트를 찾는 정호 씨에게 한 가지 걸리는 건 바로 딸 주아인데요. 얼마 전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주아가 갑자기 아파 서둘러 나오면서 잘리게 된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빠가 잠시라도 사라지면 불안해하는 주아 때문에 정호 씨는 쉽사리 일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아빠 우리는 언제 집 지어?
어린 딸 주아를 지금껏 아내의 도움 없이 키워온 정호 씨! 지금 세 식구가 사는 집은 오래된 축사를 개조해 만든 집입니다. 때문에 비가 오면 물이 새는 건 물론이고 곰팡이와 벌레들로 주아의 아토피가 심해졌는데요. 오랜 세월 방치된 낡고 허물어진 축사. 정호 씨는 옆 축사를 깨끗하게 다듬어, 가족의 새 보금자릴 만들고 싶습니다. 주아가 실컷 뛰어놀 수 있고, 어머니도 편하게 사실 수 있는 집과 아내가 좋아진다면 시골에서 같이 살 수 있는 집을 짓기 위해 오늘도 무더위 속에 열심히 일하는 정호 씨입니다.
“아내한테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만 들어보고 싶어요”
아내가 누워있게 된 후 정호 씨는 늘 자책하며 살았는데요. 그러나 아내와 똑 닮은 딸을 지켜주기 위해 주아 하나만 바라보며 걸어온 세월이 어느덧 5년입니다. 정호 씨는 요즘 주아가 밥을 먹을 때나 자고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아내와 닮은 모습에 마음이 아파 오는데요. 그런 정호 씨가 아내에게 듣고 싶은 말 한마디는 거창한 말이 아닌 “주아 아빠. 고생했어” 입니다. 언젠가 그런 순간이 꼭 찾아올 거라고 믿는 정호 씨는 믿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한 반드시 희망이 찾아올 거라고.
제왕절개 후 사지마비 판정을 받은 아내가 남겨준 선물 주아,
아내와 닮은 딸을 위해 하루하루 악착같이 살아가는 아빠
오로지 딸 하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건 엄마와 아빠의 사연을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