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특별한 선물, 기쁨이
‘장침대금’ (長枕大衾)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긴 베개와 큰 이불이라는 뜻으로 한 배에서 태어난 형제들은 같이 잘 때 몹시 편하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사방이 차소리로 가득한 대로변 상가주택에 사는 기쁨이는 청각에 예민해 매일 밤잠을 설치는데요. 잠이 안 온다는 핑계로 함께 자는 가족들에게 생떼를 부립니다. 매일 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가족들의 고충은 점점 깊어만 갑니다.
“기쁨이를 끝까지 돌보는 일이 엄마의 역할이니까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심실중격결손증이라는 선천적 심장질환 판정을 받은 기쁨이. 게다가 정상 발육이 늦어지며 다운증후군 진단을 받았는데요. 이런 아픈 기쁨이를 씻기고 입히는 모든 일은 모두 엄마 현옥 씨의 몫입니다. 현옥 씨의 남편은 부모로서 책임을 저버리고 집을 떠났기 때문인데요. 의지할 곳 하나 없이 하루에도 몇 번이고 내려앉는 마음을 간신히 붙들고 있는 현옥 씨. 자식들 앞에서는 씩씩한 슈퍼우먼인 엄마지만 뒤돌아서면 무엇 하나 바뀌지 않는 막막한 현실에 한숨을 내쉽니다.
“기쁨이만 신경 쓰는 것 같아 아들들에게 미안하죠...”
기쁨이는 소음에 민감해 며칠씩 밤낮이 바뀌어 생활하기 때문에 24시간 돌봐줄 가족이 필요합니다. 엄마 현옥 씨와 손발을 맞춰주는 가족들이 있는데요, 바로 기정이와 재정이, 두 아들입니다. 엄마의 걱정을 덜기 위해 대학을 다니면서 등록금은 장학금으로 마련하는가 하면, 방학 중에도 교내 근로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습니다. 게다가 동생 기쁨이를 돌보는 일에는 열 일 제치고 나서는 열혈 오빠들인데요, 호르몬의 영향으로 급격히 살이 찌면서 계단을 오르기 힘들어하는 기쁨이를 위해 기꺼이 등을 내주고, 힘겹게 가파른 계단을 오릅니다. 4층까지 기쁨이를 업고 오른 후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동생을 위한 일이기에 힘들어도 전혀 내색하지 않습니다.
“가전제품 고칠 여유도 없어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현옥 씨의 마음은 타들어갑니다. 냉장고 고장으로 반찬들을 실온에 보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행여 상한 음식에 식중독에라도 걸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지만 월세 낼 돈도 빠듯한 상황에 냉장고 수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자식들을 키울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 엄마의 근심이 커져만 갑니다. 매일이 소리 없는 전쟁터 같다는 기쁨이네. 이들이 여느 집처럼 평범한 일상을 지낼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찾아올까요?
고단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운증후군 기쁨이를 돌보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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