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도 막지 못한 신화 씨의 아들 사랑
기꺼이 본인을 희생하고 고통마저 감내하는 힘, 그것이 바로 사랑인데요. 여기 근이영양증으로 근육이 약해지는 아들을 20년째 돌보는 엄마가 있습니다. 언젠간 이별의 순간이 오겠지만 아들과 헤어짐을 최대한 늦추고 싶은 엄마. 산불도 막지 못한 엄마 신화 씨의 사랑 이야기를 함께 만나봅니다.
“제가 먼저 죽을 수 있게, 아들을 꼭 부둥켜안았어요”
강원도 강릉시의 한 동네, 지난 4월 발생한 강릉 경포의 대형 산불 한가운데에 있었던 현신화(65. 한쪽 팔뼈 골절) 씨가 그 당시를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산불을 피하라는 소식을 듣고 신화 씨는 아들 황예진(28. 지적장애 중증. 근이영양증) 씨를 휠체어에 태우고 급하게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마당으로 내려오는 경사로에서 휠체어가 넘어졌고,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오른팔을 뻗은 신화 씨는 그대로 팔뼈가 골절됐습니다. 그 후로 아픈 줄도 모르고 아들을 구하겠단 집념 하나로 불을 끄고 다녔다는 신화 씨. 그 사이 옆집까지 산불이 옮겨붙으면서 큰 불기둥이 치솟았지만, 아무도 그들을 구하러 오지 못했습니다. 그제야 모든 걸 체념하고 아들을 꼭 부둥켜안았다는 신화 씨. 혹시라도 불에 타서 죽게 되면 아들보다 본인이 먼저 저세상에 가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진짜 죽었다고 생각한 순간, 화마를 뚫고 복지관 선생님들이 나타났고, 그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을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눈이 좀 짓무를 정도로 울었더니, 저한테 암이 오더라고요”
동네 소문난 개구쟁이였던 예진 씨. 어려서부터 까치발을 딛고 걷던 아들을 데리고 여러 병원에 다녔지만 모두 그 원인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여덟 살이 되던 해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근이영양증 듀센형’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열 살 때부터는 수동휠체어를 타야만 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진단명을 들은 신화 씨는 그 당시 키우던 병아리를 보며 밤낮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병아리도 가지같이 앙상한 다리로 씩씩하게 잘 걸어 다니는데, 왜 우리 아들은 그러지 못할까 하면서요. 눈이 짓무를 정도로 울며 지낸 어머니에게 또 다른 고난이 닥쳤는데요. 바로 생각지도 못했던 암 선고를 받았고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습니다.
“우리 아들 40살까지 살게 하고 싶어요”
신화 씨의 소원은 오직 아들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게 하고 싶은 것입니다. 하지만 근육량이 점점 없어지고 약해지면서 엄마의 도움 없인 전혀 몸을 가누지 못하는 예진 씨. 몸의 근육이 많이 약해져서 집안에서 이동할 때도 늘 엄마의 등에 업혀야 합니다. 그리고 매일 모자는 복지관에 나가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남들은 친목을 위해 이곳에 다니지만 그들은 ‘살기 위해’ 복지관에 나온다고 말합니다. 아들 병의 진행을 조금이라도 늦춰주는 방법이 열심히 데리고 다니고, 최대한 움직일 수 있게, 아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소근육이든 뭐든 움직여 줘야 한다고 말이죠.
사랑의 다른 말은 희생이라고 하죠. 사랑하기 때문에 희생이 따라붙는다는, 아들을 향한 엄마의 헌신적인 이야기를 소나무에서 만나봅니다.
근이영양증으로 근육이 약해지는 아들 예진 씨와
그런 아들과 오랫동안 함께 살고픈 엄마 신화 씨.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모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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