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집에서 피어나는 웃음꽃
‘정든 부부는 얼음 속에서도 산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부부는 아무리 고생스럽더라도 극복하고 살 수 있다는 뜻인데요. 여기, 낡은 흙집에 사는 아픈 아내와 남편이 있습니다. 형편이 넉넉지 않지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넉넉한 부부. 이들을 만나봅니다.
“동네 공식 애처가, 주도 씨”
가을걷이가 한창인 강원도 원주시의 한 시골 마을. 이곳에 이주도(57. 지적장애) ․ 이숙자(53. 지적장애, 다운증후군) 씨 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사랑 가득한 눈으로 아내 숙자 씨를 보는 남편 주도 씨. ‘동네 공식 애처가’로 불리는 그가 결혼 후 지금껏 22년 동안 아내를 위해 꼭 해주는 게 있습니다. 바로 아내의 발톱을 깎아주는 건데요. 평발에 무지외반증 때문에 일어서고 걷는 게 다소 불편한 아내. 그래서일까요, 주도 씨가 숙자 씨를 바라보는 눈엔 늘 사랑과 함께 걱정이 어립니다. 하지만 하늘이 부부의 사랑을 시샘이라도 하는지, 숙자 씨의 건강이 꽤 좋지 않습니다.
“이숙자 씨는 수술 시기를 놓쳐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숙자 씨는 태어나면서부터 심장이 좋지 않아 ‘동맥관 개존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동맥관 개존증’은 태아 때 피 순환을 위해 열려있던 동맥관이 출생 이후에도 닫히지 않는 질환을 말하는데요. 어려서부터 이 병을 앓고 있었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그녀. 결국 수술 시기를 놓쳐 현재는 ‘폐동맥 고혈압’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폐동맥 고혈압’은 요즘 유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걸린다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탈수증세가 나타나면 사망에 이를 정도로 매우 치명적인 병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임기 여성의 경우, 임신을 하게 되면 사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부부가 지내는 방엔 숙자 씨가 애지중지 여기는 아기들이 가득합니다. 바로 한 뼘 크기의 인형들인데요. 겉으로 볼 땐 그저 강아지, 고양이 인형이지만 숙자 씨에겐 남편 다음으로 귀한 자식들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녀석들은 강아지 인형인 딸 복실이와 보라, 아들 복돌이랍니다.
“지난여름 장마 때문에 흙집이 무너지고 있어요“
그리고 여기 숙자 씨의 병 말고도 부부를 위협하는 건 또 있습니다. 바로 지은 지 칠십 년도 더 된 흙집인데요. 낡고 오래된 이 집이 지난여름 장마에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욕실 벽이 기울고, 방안까지 비가 들이찬 건데요. 이 때문에 흙벽돌 위에 임시방편으로 바른 시멘트도 습기를 이기지 못해 갈라지면서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가올 추위는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부부의 유일한 보금자리인 낡은 흙집에 사는 부부 걱정에 마을 사람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서로의 그늘을 헤아릴 줄 아는 부부”
평소에 주도 씨는 고기와 생선은 즐겨 먹지 않습니다. 그런 그가 시장에서 숙자 씨가 좋아하는 통닭 한 마리를 사 들고 집으로 옵니다. 모처럼 마주한 별식에 기분 좋아진 아내를 보고 내내 흐뭇한 표정을 짓는 남편. 아내가 먹는 걸 보고 싶어서 사다 줬다는 그의 말에, 아내는 갓 지은 쌀밥을 상 위에 올립니다.
숙자 씨에게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그러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복실이 아빠”라고 대답하는 아내. 그 이유에 대해 “마음씨가 예쁘고 착해서”라고 말하는데요. 그러자 남편 주도 씨도 화답합니다. “나도 당신 좋아해, 사랑하고 좋아해”라고. 한평생 그림자로만 살아왔기에 누구보다 서로의 그늘을 헤아릴 줄 아는 부부. 살아온 세월만큼 그들의 사랑도 깊어갑니다.
아프지만 환한 미소로 주변을 밝히는 아내
그런 아내를 세상 누구보다 아끼는 남편
서로가 세상의 전부인 부부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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