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지붕이 되어주는 노부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 의식주. 하지만 우리 주변엔 아직도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 문제에 노출된 영세가정이 많은데요. 오늘 소나무에서 만나볼 주인공 역시 집을 고치고 싶어도 개선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인 노부부입니다.
“가난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녀요”
10년 전에 부부의 인연을 맺은 남편 원영한(68) 씨와 아내 권영화(81) 씨. 하지만 이들 부부가 사는 집은 세월의 더께가 덕지덕지 내려앉은 오래된 집입니다. 검게 그을린 재래식 부엌에서 매 끼니를 준비하고, 그 흔한 싱크대와 욕실조차 없어서 마당 한쪽에 마련된 수돗가에서 설거지와 씻는 일 모두 해결해야 하는데요. 남들이 집 앞을 오가며 볼까 봐 웬만하면 어두운 밤에 씻는다는 부부. 하지만 요즘처럼 더운 여름엔 이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방과 부엌을 오갈 때마다 자칫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것들이 있는데요. 바로 10센티미터에 달하는 높은 문턱들입니다.
“집을 고칠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이 집은 남편 영한 씨가 35년 전에 2백만 원을 주고 구입했습니다. 집값이 저렴한 이유는 본래 땅 주인이 있기 때문인데, 매해 주인에게 도지세로 30만 원씩 주면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집 곳곳이 낡고 부서지면서 집이라기보단 언뜻 보면 폐가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언뜻 보면 집을 방치하면서 사는 것 같지만 이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바로 땅 주인이 집을 고치려는 이들에게 반대하고 나선 것. 집을 고칠 수 없어서 지금도 난방하려면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하는데, 옷에 불이 붙는 일도 종종 생긴다는데요. 그럴 때마다 집까지 태워버리진 않을까 놀란 가슴을 여러 번 쓸어내리는 노부부입니다.
“가난해서 바늘 꽂을 땅조차 없어요”
‘오뉴월에는 부지깽이도 거든다’는 말처럼 가장 바쁜 농사철을 맞이한 부부. 이른 아침부터 감자와 고구마, 마늘을 심은 밭에 나가 구슬땀을 흘립니다. 하지만 올해는 가뭄 때문에 주 소득원이었던 마늘 작황이 꽤 좋지 않습니다. 다른 이들이라면 내년 농사를 기약해도 되련만, 이 부부에겐 내년이라는 기약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도지세를 내고 사는 집처럼 이 밭 역시 주인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조상의 묘를 대신 관리해주는 대가로 작년 가을부터 이 밭을 빌려 쓰고 있는 노부부. 가진 건 맨손과 빈주먹뿐인 이들이기에, 늘 그렇듯 손에 피가 맺힐 정도로 돌멩이를 골라내고 맨손으로 밭을 개간해 작물을 심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땅을 기름지게 만들어 놓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주인은 밭을 다른 이에게 팔아넘기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또다시 다른 밭을 찾아 나서야 했던 부부. 어쩌면 이 밭도 그렇게 정해진 수순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부부의 한숨은 더욱 깊어집니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 집에서 살게 해주고 싶어요”
때때로 남의 농사일을 거드는 대가로 일당 5만 원을 받으면서 생계를 꾸려온 남편. 하지만 몇 년 전 심장이 좋지 않아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으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졌습니다. 일당을 받으려면 종일 일해야 하는데, 그의 건강이 허락지 않는 것이죠. 게다가 아내 역시 심장판막증을 앓고 있지만 고령이어서 수술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남편의 소원은 단 하나. 아내가 힘들게 방 안팎을 오가지 않고, 집 안에서 밥을 하고, 따뜻한 물을 마음껏 쓸 수 있는 방 한 칸 마련하는 겁니다. 그동안 힘들 때마다 서로가 있어 힘든 삶의 파도를 견뎌온 부부. 하지만 세월이 지나 집이 낡고 부서졌듯이, 이들 역시 병들고 지친 몸에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데요. 이제 누가 이 노부부의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줄까요?
아내에게 해준 게 없어 항상 미안한 남편과
그런 남편을 다독이며 고맙다고 말하는 아내.
서로의 지붕이 되어주는 부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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