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곁에 있기에
여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부부가 있습니다. 아내 양은희(48)씨가 저녁 준비를 하며 간 좀 봐달라고 하면, 언제나 맛있다고 대답하는 임영준(51)씨. 진짜 맛있냐고 물으면 맛없어도 맛있다며 너스레를 떱니다. 항상 웃음꽃이 피어나는 부부지만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갑상샘 저하증을 앓고 있는 은희 씨는 자주 어지럽고 피곤합니다. 병원에서는 꾸준히 치료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부부의 보호 작업장 근로 월급과 영준 씨가 모으는 폐지만으로는 꾸준히 치료받을 엄두조차 나지 않습니다. 그저 서로가 곁에 있기에 행복하다는 이 부부가 오래도록 함께 웃을 수 있을까요?
“항상 주어진 일에는 최선을 다해요”
영준 씨와 은희 씨 부부는 경상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훈련생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일을 잘 모르고 잘 배울 수 있을지도 몰라 고민을 많이 했다는 은희 씨는 이제 선생님의 도움 없이도 척척 콩나물을 다듬고, 막걸리 병을 포장합니다. 보호 작업장에 가지 않는 날, 영준 씨는 리어카를 끌고 고물과 폐지를 주우러 나갑니다. 부정확한 발음 탓에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지만, 항상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넵니다.
그 덕에 이제는 영준 씨에게만 주려고 따로 폐지를 모아놓는 상인 분들도 생겼습니다.
은희 씨는 영덕군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센터에 다닙니다. 한글 수업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하는 은희 씨. 열심히 공부해서 언젠간 한글로 이력서를 써서 내고, 취직해서 영준 씨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병원비만이라도 넉넉히 있으면 좋겠어요”
은희 씨는 갑상샘 저하증을 앓은 이후로 체중이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자주 어지럽고 피곤한 탓에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병원에서는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으며 꾸준히 치료할 것을 권유했지만 은희 씨는 경제적인 사정 탓에 전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험도 되지 않아 20만 원이 넘는 약 값은 은희 씨에겐 그림의 떡입니다. 영준 씨는 은희 씨의 치료비를 마련하고자 시장 내부를 몇 바퀴나 돌며 폐지를 줍습니다. 그렇지만 꾸준한 치료를 받기 위해선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제 훤하지? 계단 내려갈 때 위험하지 않겠다”
부부는 시장 안에 있는 상가 건물 2층에서 살고 있습니다. 1층 건물에 컨테이너를 올린 구조라 여름에는 더위가 심해 집 안에서 생활이 거의 어려운 수준입니다.
또한 수도관 문제로 세탁기를 1층에 설치했는데, 집안일을 하느라 계단을 오르내리는 매 순간이 은희 씨에게는 고비입니다. 이전에 계단을 내려오다가 발목을 삔 이후로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겁이 납니다. 그런 은희 씨를 위해 영준 씨는 고물을 뒤져 낡은 스탠드를 구해왔습니다. 계단 난간에 서툰 솜씨로 설치된 스탠드는 작지만 아주 환하게 계단을 밝혀줍니다. 항상 계단이 밝았으면 하고 바랐다고, 우리 남편 최고라고 활짝 웃는 은희 씨. 오늘도 이 부부의 집에서는 웃음꽃이 끊이질 않습니다. 가시밭길이라도 서로만 곁에 있으면 된다는 이 부부가 내일은 함께 꽃길을 걸을 수 있을까요?
아내밖에 모르는 바보 남편 영준 씨와
남편에게 보탬이 되어주고픈 아내 은희 씨,
서로만 바라보며 묵묵히 매일을 살아가는 노부부의 이야기를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