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당신, 내 어머니
어릴 적 큰 병을 앓으면서 걸음을 걷지 못하는 민경순(86/지체장애 1급) 씨에게 아들 오명호(57/대장암 4기) 씨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지원군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다리가 뒤쪽으로 굽는 희귀난치병으로 3년여 만에 겨우 수술에 성공, 지팡이에 의지해 겨우 걸음을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설상가상 2020년 12월, 계속되는 기참에 우연히 찾은 병원에서 대장암 4기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의 보호자에서 이제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환자가 된 아들... 바라는 것은 그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아 어머니에게 효도하는 것, 그뿐입니다.
“(아들이) 자니까 깰까 봐 화면만 보고 (텔레비전 소리를) 줄이는 거예요”
외출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경순 씨의 유일한 낙은 텔레비전 보기. 하지만 그마저도 아들이 자고 있을 땐 소리는 줄인 채 화면만 보는데요, 통증 때문에 밤새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아들을 생각하면 한껏 소리를 키워 텔레비전을 보기 미안하다는 어머니. 투병 중인 아들의 건강을 위해 챙겨주고 싶은 것은 많지만, 현실은 복지관에서 지원해주는 도시락이 전부인데요, 그마저도 입안이 헐어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들이 안쓰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사실 아들을 돌보기엔 어머니 경순 씨의 몸 상태도 좋지 않은데요,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으면서 걸음을 걷지 못하다 보니 엉덩이로 바닥을 밀고 다녀야 합니다. 멀쩡한 싱크대가 있지만 서서 생활할 수 없는 경순 씨에겐 그야말로 무용지물, 이렇다 보니 화장실에서 설거지를 할 수밖에 없는데요, 이렇게 화장실을 주방 삼아 일을 한 후엔 꼼꼼히 바닥을 닦아야 합니다. 행여 물기에 아들이 넘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곧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점점 힘에 부칩니다.
“대장암 4기에 간까지 전이됐고 폐에도 종양이 보이는 것 같다고
안 좋아 보인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건강 하나만큼은 자신했던 오명호(57/대장암 4기) 씨. 하지만 그야말로 날벼락처럼 내려진 암 진단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는데요, 대장암은 간과 폐에도 전이된데 이어 작년 말엔 대장절제술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의 손과 발이 되어주던 지난날은 이제 꿈처럼 아득한데요, 가만히 앉아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자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어머니에게 진 마음의 빚을 다 갚을 수 있을까요? 자신을 돌봐주는 어머니의 손길에 미안하고 고맙고 또 아픈 마음이 듭니다.
“제가 운이 좋게 완치가 돼서 어머니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고 싶은데
그게 될지 모르겠네요. 혼자 기도도 많이 하긴 하는데 모르겠어요. 어떻게 될지...”
대장암으로 투병 중인 아들과
그 곁에서 아들을 돌보는 87살의 어머니
서로에게 그저 고맙고 미안하다는 모자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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