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부부의 시린 겨울나기
오래된 시장 골목에 위치한 작은 단칸방. 방음도, 방한도 잘 안 되는 좁은 이곳은 남편 심경택(86) 씨와 아내 박금연(86) 씨의 소중한 보금자리입니다. 남편 경택 씨는 이 6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쉴 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밥을 차리고 빨래를 개고 의자에 잠깐 앉았다가도 바로 일어나 아내 금연 씨에게로 향합니다. 급작스럽게 몸에 마비가 찾아와 움직일 수 없는 아내 금연 씨는 남편 경택 씨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몸을 일으키고 눕는데도 경택 씨의 도움이 필요한 금연 씨. 근래에는 알츠하이머까지 찾아와 인지기능도 많이 낮아진 상태입니다.
“하루에 빨래를 몇 번씩 해야 해요”
화장실에 갈 수 없어 기저귀를 사용해야만 생활이 가능하다는 금연 씨. 기저귀를 사용해도 계속 흐르는 용변 때문에 남편 경택 씨는 온종일 아내의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한다는데요. 아내의 건강이 악화하며 하루에 15번 이상 용변을 치운다는 남편 경택 씨. 제대로 된 청소도구가 없어 물티슈와 휴지만으로 간단히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불과 옷들도 하루에 몇 번씩 갈아입어야 해서 하루도 빨래를 쉴 수 없는데요. 아내의 약을 챙기고, 식사를 준비하며 끊임없는 집안일까지. 아내 금연 씨는 바쁘게 움직이는 남편 경택 씨를 보며 미안함과 고마움의 눈물만 흘립니다.
“제 건강이 무너지고 있는 걸 느껴요”
경택 씨의 하루는 오전 4시, 이른 아침에 시작됩니다. 7시에 투석을 받으러 가야 하기 때문인데요. 5년 전쯤 했던 신장 수술의 결과가 좋지 않아 투석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경택 씨. 집에서 병원까지는 500m가 조금 넘는 거리지만 경택 씨의 발걸음으로는 20분이 훌쩍 넘게 걸립니다. 고관절에 관절염이 심하게 찾아와 지팡이 없이는 걷기 힘들기 때문인데요. 조금만 걸어도 저릿한 다리를 털어가며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요즘 경택 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손가락과 팔에 종종 찾아오는 마비 증상입니다. 아내를 간호하고 집안일을 해야 하지만 조금만 힘을 주어도 꺾이는 손가락과 팔목 때문에 경택 씨의 팔에는 파스가 가득합니다. 나날이 악화하는 건강을 느낄 때마다 아내가 걱정되어 밤을 지새우는 경택 씨입니다.
“힘이 다할 때까지 함께 해야죠”
투석을 받고 와서도 쉴 틈 없이 아내를 돌보아야 하는 경택 씨는 귀찮기는커녕 그저 아내와 함께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합니다. 아픈 몸과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해내는 일이지만 사랑하는 아내이기에 버텨낼 수 있다는 경택 씨. 아내가 미안함의 눈물을 흘릴 때면 오히려 밝은 미소를 띠며 웃으며 살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런 경택 씨도 가장 걱정되는 건 아내 금연 씨의 식단인데요. 제대로 영양가 있는 식단을 챙겨 먹기 어려워 컵라면이나 케첩에 비빈 국수를 차려주는 게 가장 마음에 걸립니다. 입맛이 없다는 금연 씨를 달래가며 챙기는 부족한 식사. 경택 씨는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가슴이 미어진다는데요. 울적해질 때마다 복지관에서 제공해주는 그림을 색칠하는 게 취미라는 경택 씨. 가장 좋아하는 꽃과 새 그림을 색칠하며 언젠간 이 자유로운 새들처럼 아내와 함께 다니는 것이 소원입니다. 경택 씨의 이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봅니다.
점점 어린아이가 되어가는 아내 금연 씨,
무너져가는 건강으로 아내를 간호하는 남편 경택 씨,
함께 행복하고 싶은
부부의 소중한 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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