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 병열씨 다시 태어나다
한 시골 마을,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자 정체 모를 물건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마당이 나옵니다. 질서 없이 쌓여있는 고물들을 헤치고 들어가면 병열 씨(50)가 생활하고 있는 집이 보입니다. 천장은 장판과 밥상이 덧대어져 있고, 커튼을 걷자 벽에 기대놓은 매트리스가 보입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름한데요. 부엌이 없어 욕실에서 씻은 배추로 마당에 쪼그려 앉아 식사를 합니다. 언제 만들었는지 모를 김치와 가스버너로 끓인 컵라면으로 아침 식사를 한 병열 씨. 이내 마당의 자루를 뒤적여 비에 젖은 옷을 입고 어디론가 갈 준비를 합니다. 병열 씨에게는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요?
“스티로폼 벽을 뚫고 뱀이 들어와요”
병열 씨는 매년 월세를 내는 것이 벅차 대출을 받아 낡은 집을 싸게 장만해 올해 7월 이사를 왔습니다. 이사를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스티로폼 가벽과 슬레이트 천장을 뚫고 뱀이 나왔다고 하는데요. 수리를 위해 집을 뜯게 됐다는 병열 씨. 뚫려있는 천장을 막기 위해 장판과 밥상을 대어 막아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역부족입니다. 여름 내내 비가 오면 물이 새 고생이었는데 곧 다가올 겨울, 추위는 어찌 막을지 걱정이 됩니다. 급한 대로 벽에 매트리스를 대놓았다는데요. 매서운 바람은 매트리스를 통과해 집 안으로 들어오곤 합니다. 따뜻하고 아늑해야 할 집이지만 불이 들어오지 않는 병열 씨의 집에는 냉기가 가득한데요. 천장에 전등이 없어 작은 등 하나로 불을 밝히는 캄캄한 집 안은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구별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 손으로 할 수 있는 건 해야죠”
병열 씨는 어렸을 때부터 여러 공사장에서 일했다고 하는데요. 공사장 일을 하며 무거운 콘크리트가 손 위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전깃줄이 몸에 스치며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지게차 리프트가 발등에 떨어져 발등뼈를 심하게 다쳐 수술을 받기도 했는데요. 여러 차례의 사고 이후 병열 씨는 폐차시키려던 화물차를 싸게 구매해 폐지와 공병 수거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근면 성실한 병열 씨를 알아본 한 아파트의 경비 보안관님의 배려로 아파트 단지 내의 폐지를 홀로 도맡아 수거하기도 합니다. 그 돈이 넉넉하지는 않아서 지인의 일거리를 받아 청소 일이나 심부름 일을 하며 근근이 일당을 받고도 있습니다.
“집을 정리해보고 싶어요”
생활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비용에 병열 씨는 전문가를 불러 집수리를 할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돌아다니며 수리에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을 하나, 둘 집에 가져왔다는데요. 용도를 잃어버려 어지럽게 방치된 살림살이들과는 반대로 이불도 없이 생활하던 병열 씨. 잠들기 전, 사람들이 지나갈 때 불편하지 않도록 마당 가득 쌓여있는 물건들을 정리해보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냅니다. 그의 집 정리를 돕기 위해 한 봉사단체와 마을 주민들이 병열 씨의 집에 방문했는데요. 과연 병열 씨의 집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잡동사니가 가득한 마당과
천장이 없는 집에서 살고 있는
산골마을 병열 씨의 사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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