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지켜줄게, 하나뿐인 내 딸
딸이 잠자리에 들지 않는 한,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오성자(43) 씨 집. 아니나 다를까, 딸 구민서(19) 양이 갑자기 떼를 쓰면서 엄마의 머리를 잡아채고 쥐어뜯습니다. 뇌 병변과 지적 장애를 가진 민서 양은 상황이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마다 이렇게 화를 내곤 하는데요. 딸이 원하는 모든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성자 씨는 온 힘을 다해 버텨보지만, 다 커버린 딸의 힘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결국 딸이 쓰는 폭력에 지고 마는 성자 씨. 이런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성자 씨의 몸 여기저기에는 흉터가 더해집니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딸이지만, 폭력적인 행동 때문에 딸과 보내는 시간이 두렵다는 성자 씨인데요. 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도 해보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는 딸의 소소한 바람을 다 들어주기는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민서에게 맞아서 생긴 상처가 한 둘이 아니에요”
성자 씨는 가정에 소홀했던 남편과 이혼한 지 오래입니다. 이후로 민서 양을 홀로 키우고 있는데요. 남편도 없이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아픈 민서 양을 홀로 키우는 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지만, 그때가 더 나았다고 할 정도로 요즘 들어 더욱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한 희소 질환인 PCDH 19 뇌전증을 가진 민서 양은 발달 지연, 지적 장애 등 복합적인 증상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엄마 성자 씨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딸의 폭력적인 성향입니다. 민서 양의 과격한 행동은 시간이 지나도 그칠 줄을 모르고, 딸의 체구가 더 커지면서 오히려 더 통제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는데요. 함께 사는 할아버지 오점수(77) 씨와 할머니 강기순(76) 씨도 그 폭력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머리도 잡아 뜯기고, 눈두덩이도 꼬집히고... 팔과 다리, 몸 곳곳에 상처가 가득합니다.
“집안 살림까지 엉망이 되고 있어요“
민서 양으로 인해 집안 살림도 남아나질 않는데요. 냉장고, 옷장, 싱크대 가릴 것 없이 부수고, 얼마 전에는 가스레인지까지 집어던져서 가스가 새고 화재 사고가 일어날 뻔했습니다. 다행히 사고는 막을 수 있었지만, 또다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날까 두려운 성자 씨는 가스레인지를 치워버리고 아무런 조리도구도 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 흔한 라면도, 달걀 프라이도 해 먹지 못한다는 성자 씨는 민서 양이 잠든 틈을 타 반찬 한 두 가지와 오이고추만 놓고 식사를 합니다. 민서 양이 밥상까지 부수는 바람에 그마저도 편히 먹지 못하고 바닥에 쭈그려 앉아 밥을 먹는 성자 씨인데요. 그런 딸을 곁에서 지켜보는 할머니 기순 씨의 눈에는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기순 씨는 자신이라도 이 세상을 떠나야 딸이 편안할 것 같다며 눈물을 보입니다.
“성인이 된다고 병이 낫는 것도 아닌데 지원이 끊긴대요”
장애를 가진 딸과 나이 드신 부모님을 돌보고 있는 성자 씨. 홀로 온 식구를 돌보는 일을 감당해내고 있는 셈인데요. 4,5년 전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은 성자 씨는 딸을 학교에 보낸 잠깐 사이에 물리치료를 받으며 통증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치료를 위해 시술을 권하고 있지만, 딸을 돌봐야하기에 긴 시간을 소요해야 하는 치료는 절대 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성자 씨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큰 걱정입니다. 내년이면 민서 양이 특수학교를 졸업하는데, 갈 수 있는 시설이 없어서 24시간 성자 씨가 딸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을 시간조차 사라지게 되는 건데요. 게다가 민서 양이 성인이 되는 이유로, 재활 치료 지원까지 끊기게 되는데 그동안 받던 음악 치료, 인지 치료도 앞으로는 사비로 부담해야만 합니다. 남편과 이혼 후 양육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는 성자 씨는 더 이상 행복한 내일을 꿈꿀 수가 없습니다.
희소 질환으로 폭력적인 성향이 두드러지는 민서 양과
그런 딸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엄마 성자 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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