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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혁 전 국정원 차장(6자회담 수석대표)
“북한, 6자 회담 중에도 핵개발을 했다”
▶ 남북당국회담 무산 이후에 남북 관계가 예측할 수 없는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한·미·일 3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다음 주 초에 워싱턴에서 회동을 갖는다고 합니다. 국제사회 논쟁에 서 있는 북한. 이런 논쟁 사이에서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 이수혁 6자회담 초대 수석대표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 반갑습니다. 한·미·일 북핵 6자 수석대표가 10월 워싱턴에서 회동을 한다고 해요. 지금 남북 당국 회담이 무산되어서 다시 남북한에 갈등이 어떻게 펼쳐질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데 이번에 한미일 만남의 의미를 어떻게 봐야 합니까?
-한미일 3자 수석대표 회동이 언제 구상되고 합의가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남북 회담이 열린 후에 갖게 된 거라면 굉장히 여러 가지 의미가 있었겠죠. 그러나 남북회담이 무산되고 이런 가운데 북한의 태도가 앞으로 강경 내지는 6자회담에 대해서 냉소적일 수 있는 국면으로 펼쳐진다면 한미일 3자가 모여서 큰 합의를 한들 북한에게 얼마나 먹혀 들어갈 진 의심이 됩니다.
▶ 결국 북한이 같이 참여를 해야 하는데 거부해버리면 의미가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국제사회에서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핵심 쟁점 아니겠어요? 비핵화 문제에 어떤 방식이 있을까요?
-핵문제가 20년이 넘어 21년째 되는 건데 21년째 해결의 전망 없이 굴러가고 그 사이에 북한은 폐기하겠다고 하면서도 핵을 강화시켜 왔습니다. 이제는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느냐. 저는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 남북 당군 회담이 무산되기 전까지만 해도 대화 분위기 쪽으로 국면이 전환되는 거 아니냐는 기대를 모았었는데요. 이번 당국회담 무산을 상당히 안타깝게 지켜보셨을 텐데요. 어떻게 보셨어요? 결국엔 격의 문제를 들고 나왔는데 이번 회담이 무산된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지금 수석대표의 격을 가지고 논쟁이 촉발되어서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과거 같으면 생각하기 어려운 문제가지고 이렇게 됐는데요. 북한이 진실성이 있었느냐 그렇게 보는 분들도 계시고 우리 한국 측의 입장이 원칙만 중시하다 보니 실질적인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또는 남북 간에 긴장이 완화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또는 앞으로 협상이 진전될 수 있는 첫 단추를 끼우는데 잘못한 거 아니냐는 더러 비난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양비론적인 입장에서 보면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섭섭할 것이고. 이런 격의 문제는 단지 형식의 문제로 볼 수 없는 측면이 있어요. 대통령께서는 형식이 내용을 좌지우지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단지 형식의 문제만 개입됐겠는가. 제가 볼 때 형식을 둘러싼 남북 간의 불신, 신뢰하지 못한 것도 큰 원인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신뢰 문제에 접근하는데 사소해보였던 또는 관행으로서 수락할 수 있었던 부분이 굉장히 크게 된 것 같아요. 이런 것은 양측의 새로운 지도자의 성격과도 관계가 되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지도층이 형성된 집단사고가 이뤄낸 결과인지 조금 더 분석을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 북한이 대화를 제기하는 게 미중 간에 만남이 예정되어 있었잖아요. 미중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 아닌가. 그런데 예상 외로 미국과 중국이 북한 비핵화 입장에서 같은 의견을 냈거든요. 북한으로선 충격이 왔을 텐데 그렇기 때문에 이번 남북 회담에서 별로 얻을 게 없다, 그래서 발을 돌릴 거 아니냐는 해석들도 있잖아요.
-저는 그런 해석에 일부분 동의합니다. 남북회담이라는 게 사실 우리 역사를 쭉 보면 남북 간에 자생적이고 독자적인 측면에서의 남북 회담을 할 때도 있었지만 많은 경우에 국제적 환경 때문에 남북회담이 이뤄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번 같은 경우 미중 정상회담을 앞에 두고 또는 한중 정상회담을 앞에 두고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것은 대화의 모드로 바꿔 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남북회담에 연연했던 것 같아요. 이런 측면에선 좋은 기회였는데 쇼를 하기 위해서 제안한 것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회담이 굴러가면 어떠한 류의 결과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대화를 하면 일단 결과물을 내놓은 노력, 그것이 관계를 발전시키는 매우 중요한 디딤돌이 되거든요.
▶ 지금 북한은 남한 쪽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갈등국면으로 다시 가고 있습니다. 이 대표께서 보시기에 결국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보십니까?
-시간이 필요하겠죠. 양쪽에서 명분을 가져야 되지 않겠습니까. 우선 격 문제로 출발했는데 북한과 남한의 정치 구조의 차이 때문에 격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잘못하면 상대방에게 우리와 같은 조직을 만들라는 요구처럼 비춰질 수 있는 상황이 되겠죠.
▶ 내전 간섭 아닙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겠죠. 미묘하게 합치되게 어려운 구조에서 어떻게 합치해 가느냐. 결국 양측이 약간의 양보와 형식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니까 그런 판단을 가지고.
▶ 한 발짝씩 양보해서 가는 기술적인 면이 필요해 보인다?
-네. 기 싸움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습니다.
▶ 북한에 관한 3가지 가설을 세우셨잖아요. 그 중에 하나가 중국은 북한을 버리지 않는 다는 건데요. 최근 중국의 움직임을 보면 과거와는 다른 것 같아요. 혈맹에서 미국과도 북한을 바라보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고 우리 정부가 대하는 제스처도 과거와는 다릅니다. 북한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면 중국의 압박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핵문제를 두고 볼 때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중국에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겠는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바로 뒷마당의 국가가 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참기 어려운 거죠. 그런 측면에서 북한의 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결정됐을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요. 이미 6자 회담이 시작되었을 때 중국의 입장은 북한에 핵을 버리라고 했어요. 중국은 한 번도 북한에 핵을 잘했다 한 적 없었고, 폐기하라는 목적을 가진 6자회담을 베이징에서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진핑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발언한 것은 중국의 국가 주석이 공개적으로 미국에 대해서 했기 때문에 의미를 가지는 겁니다. 중국의 정치가 변한 건 아닙니다. 다만 중국의 일부 여론 속에 북한을 새롭게 보자라는 인식들이 높아져 가고 있는 겁니다.
▶ 어떤 칼럼니스트는 북한을 버려야 된다고 써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잖아요.
-과거에도 그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비공식적으로 많았습니다. 제가 수석대표를 할 때도 중국 인사를 만나면 비공식적으로 그런 얘기를 하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잘못 오해를 할 수도 있었어요. 중국이 정치를 바꿀 것이다. 그러나 저는 그럴 수 없다고 봐요. 왜냐하면 동북아의 정치 질서가 중국에게는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는, 미국이 동북아에서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한 북한이 지정학적으로 매우 필요한 이유 때문에 중국은 북한은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북중 간의 관계가 전략적인 변화까지 있을 수 없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국제사회의 정세 흐름 속에서 치고 빠진다고 봐야한다?
-네.
▶ 참여정부 초대 내각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내셨는데 당시 이야기를 해보죠. 그때 단장이 북한의 외무성 부상인 김계관, 차석 대표는 리근 미주국 부국장이었는데 두 사람과 친분이 있으셨나요?
-1차 핵 위기가 있었던 1992년부터 가깝게 해오다가 1997년 제네바 4자 회담 때 김계관 수석대표를 하고 리근이 차석으로 하고. 제가 워싱턴에서 정무 참사관을 할 때 리근은 유엔대표부의 차석으로 저하고 채널을 만들고. 뉴욕채널이라고 하는 것은 저하고 그 사람하고. 전임자인 한성렬 이라는 공사하고 만들어가고. 그래서 리근하고는 오랜 친분을 가져왔고 김계관도 93년부터 안면을 가진 사람이고.
▶ 이번에 조평통 서기국장 강지영을 수석대표로 했잖아요. 강지영이라는 인물을 알고 계십니까?
-상세하게 아는 게 없습니다.
▶ 친분 때문인지 북한에서 나를 이용했다는 그런 말씀을 하셨던데 그게 어떤 의미인가요?
-단어가 이용이라 나를 나쁘게 써먹었다는 의미가 아니고요. 6자회담 수석대표를 할 때 노무현 정부가 가진 대북인식이 과거 보수 정부와는 달랐거든요. 북한에선 한국을 통해서 미국을 설득하게 하는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어요.
▶ 북한이 한국을 통해서 미국을 설득해 달라?
-네. 그런 측면의 요소가 많았어요. 또 한 가지로 다른 측면에선 북한이 미국을 아는데 한계가 있었어요. 북한 사람들이 미국을 이해하는데 굉장히 장애물이 많지 않았습니까. 북한을 이해하는데 제가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미국을 이해하는데 제 도움을 많이 받고자 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불가침 조약을 미국과 맺자고 주장했습니다. 1대 북한의 수석대표가 지금 국제부장을 하는 김영일 당시 외무성 부상이었는데요. 이분이 불가침 조약을 자꾸 주장 하길래 둘이 만나서 미국은 불가침 조약을 맺은 나라가 아니다, 당신이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국제연맹을 미국이 만들어놓고도 상원에서 비준을 거부해서 국제연맹에 가입하지 못했다, 이게 미국이다. 불가침 조약을 북한하고 맺을 나라가 아닌데 자꾸 주장해서 뭐하느냐.
▶ 완전히 코치를 해주셨군요?
-불가침 조약 주장을 더 이상 하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자주 하는 얘기가 제가 하는 얘기는 토씨도 바꾸지 않고 보고하고 있다는 얘기를..
▶ 그만큼 신뢰한다고 봐야겠네요?
-신뢰 한다고 하면 좀 이상하지만 일정한 설득력을 갖는 발언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조만간 중국과 러시아를 간다고 해요. 북한 나름대로 외교적인 고립을 타개하기 위해서 주변국과 대화의 움직임을 갖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가서 어떤 점을 이끌어 내려고 할까요?
-갈 곳이 중국과 러시아밖에 없습니다. 이들 나라가 그래도 비교적 북한을 이해하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가서 북한의 입장을 주장하고 설득하려고 하겠죠. 이제는 핵 폐기가 어렵다는 주장을 하지 않겠습니까. 러시아와 중국이 다른 반응을 보이겠죠. 중국과 러시아에 북한의 입장을 다시 강조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유화적인 얘기를 하려고 가는 것 같진 않아요.
▶ 이 대사께서는 북핵에 대해서 최고 권위자이신데 북한이 이르면 한두 달 뒤에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영변 핵 기설을 가동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옵니다. 현재 북한의 핵개발 수준에 대해서 여러 논란이 있지 않습니까? 실제 어느정도 상황입니까?
-제가 단언컨대 정확하게 아는 나라도 없고 사람도 없습니다.
▶ 미국과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고요?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플루토늄 시설로 영변에 새롭게 만들고 있다 하니까 곧 완공단계라는 얘깁니다. 문제는 고농축 우라늄 시설에 대해선 정보를 얻기 정말 힘듭니다. 구조나 성격상 대규모 시설을 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규모 시설에서 가동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농축 우라늄으로 얼마나 생산하고 있는지 정보를 얻을 수 없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습니다. 플루토늄은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냉각탑이 폭파되어서 더 이상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플루토늄에 관해선 우리가 대게 몇 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고 그것으로부터 몇 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수량적 계산은 과학적으로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우라늄에 대해선 깜깜한 상황입니다. 재작년에 해커 박사에게 북한이 그 시설을 보여주었어요. 그러나 그 뒤에 또 어떤 발전을 했는지 알 수 없는 겁니다. 이런 것을 볼 때 정부가 북한의 핵능력을 정확하게 판단하는데 부족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정설 아닙니까?
-그동안 약 45 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핵실험을 3번 했고 나머지 몇 킬로그램이 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걸 가지고 핵무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하고 추정을 하는 거죠. 핵무기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 북한에 대한 3가지 가설 중에 두 번째가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당연할 것 같아요. 북한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수단이 핵인데 과연 그걸 포기하겠는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지.
-수석대표로서 2년간 활동했던 사람이 뒤늦게 폐기할 것 같지 않다고 해서 저도 자괴감을 느낍니다.
▶ 실제 만나보니까 그런 느낌이었나요?
-제가 할 때는 핵실험도 없었어요. 우라늄 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어요. 우라늄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2년하고 나서 끝난 후에 핵실험을 했고 몇 년 전에 해커 박사에게 우라늄 시설을 보여주었어요. 이런 상황을 볼 때 저하고 협상하던 2년 동안에도 그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 계속 핵개발을 했다는 얘기네요?
-그렇습니다. 6자 회담 중에도 핵개발을 했다는 겁니다. 그런 정권에 대해서 더 이상 핵을 폐기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겠는가 하는 어떻게 보면 자괴감에서 나오는..
▶ 영변 시설도 파괴하는 것 같더니 다시 재가동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여태까지 가동되었던 영변시설이 노후해서 어차피 없애려고..지금 새로 짓고 있는 거죠.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겁니다. 새로 만들어서 플루토늄을 생산하겠다는 겁니다.
▶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지가 없다면 6자회담 재개는 별 의미가 없는 거 아닌가요?
-그래도 해야죠. 여간해선 폐기할 것 같지 않다고 해서 포기할 순 없고 시지프스의 신화같이 굴러 떨어지더라도 올려야 합니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한 주변국들이 한반도 통일을 동의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일문제와 직결되고 이런 분단이 장기화 돼서..
▶ 핵을 가지고 있으면 통일에 훨씬 더 제약을 받게 된다?
-제약이 아니라 인근 국가들이 동의할 일이 없죠. 통일된 한국이 핵을 가지고.. 핵 폐기를 전제로 통일을 해야 주변국들이 도와주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영구 분단이 되는 거예요. 영구 분단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겁니까.
▶ 통일을 위해서라도 비핵화가 되어야 한다?
-비핵화가 되지 않으면 통일은 불가능합니다.
▶ 주변국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습니다.
▶ 결국 통일 전략이 중요한 문제인데 그렇다면 이 대사께서는 노련한 협상 전문가이신데 북한이 핵을 폐기하도록 유도하거나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과 협상에 나서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 시점에서 어떤 전략이 필요합니까?
-결국 이 문제는 핵문제를 두고 보면 장기전을 둘 수밖에 없습니다. 핵무기가 2차 대전 때 일본에서 사용된 이후 핵무기가 사용된 적이 없지 않았습니까. 미국과 소련의 대치상황에서도 핵무기는 사용되지 않았어요. 미국은 간혹 소련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우려를 가진 적은 있지만 사용되진 않았어요. 지금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가 있지만 양 국가가 엄청난 숫자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 핵무기가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국가들이 핵을 버리지 않고 있어요. 물론 오바마 대통령이 핵 없는 세계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국가들이 존재하는 한 무정부 상태에서 안보 딜레마 때문에 무기들을 가지려고 할 겁니다. 최후의 무기로 핵무기를 보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보면 북한의 핵이 쉽게 포기되고 폐기 되겠는가. 거기에 외교와 정치의 예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정부의 대책을 가지고 임해야 된다는 주문이신데요. 독일 대사를 지내셨잖아요.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우리가 느끼고 배워야 할 점이 상당히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시점에선 어떤 것을 눈여겨봐야 할까요?
-독일통일을 얘기할 때 상호주의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제가 독일 대사를 할 때 퇴임한 콜 수상을 만난 적이 있었어요. 그 분한테 제가 한국에서는 동독에 대해서 서독이 상호주의를 했기 때문에 통일까지 갔다. 상호주의라는 게 예를 들어서 동독이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래야 서독이 지원을 하는. 북한하고도 상호주의적어야지 일방적으로 하지 마라는 주장들을 많이 해왔는데 거기에 대해서 콜 수상한테 물어봤더니 답변이 누가 그런 얘기를 하더냐 였어요. 서독이 동독에 대해서 상호 주의적으로 뭐 하나를 주면 뭐 내놓으라 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서독의 정책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묘하게 독일의 통일에 대해서 교주적인, 우리의 상황에 비견해서 자기주장을 정확한 증거도 없이 하는 경향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강자가 약자한테 지나친 상호주의는 약자로 하여금 굴욕감을 더 갖게 해서 협상을 어렵게 만들고 발전 관계를 강화시키고 속도를 내는데 지장이 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오늘 대사님 모시고 말씀 잘 들었습니다. 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