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적당히 살기로 했다! / 자연인 임강수
어느새 초록이 무성해진 산. 빽빽한 숲 한가운데 숨겨진 낙원이 있다. 주인장의 세심한 손길이 어린 아담한 연못과 커다란 느티나무 그늘에 매여진 그네까지. 시간이 멈춘 듯 한가롭기만 한 이곳에서 자연인 임강수(62) 씨를 만났다. 봄바람 솔솔 부는 정자에 앉아, 나무를 조각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낙이라고 말하는 자연인.
하지만 이곳에 오기 전, 그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급한 성미, 타고난 승부욕, 강박에 가까운 책임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에게 혹독했다는 그는, 대기업에 입사해 초고속 승진까지 이루며 탄탄대로를 달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 숨 막히는 레이스를 소화하기 위해 회사에서 밤새는 일은 허다했고, 명절도 반납해가며 누구보다 일에 매달려야 했다. 그 끝에 돌아온 건 유난하게 군다는 질투 섞인 조롱과 떠넘겨진 업무들. 시간이 지날수록 성취감보다 피로가 몰려왔다. 그렇게 인생의 중반을 넘기고 나자, 문득 지나온 삶이 후회되기 시작했다는 자연인.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학대했던 건 아니었을까. 간절히 바랐던 '성공한 인생'은 '행복한 인생'과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하는데...
은퇴 후 휴식을 꿈꾸며 준비해둔 산골짜기. 그는 예정보다 조금 일찍 그곳에 자릴 잡았다. 그리고 이곳에선 '적당히' 살기로 하는데. 여기서는 못다 한 일을 끝내느라 밤새는 일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스트레스받는 일도 없다. 수세미 대용으로 쓰던 머위 잎이 남으면 짓이겨 얼굴 팩을 한 채 낮잠을 청하고, 연못에 분수를 만들다가 잉어를 잡아 저녁거리를 해결한다. 썩은 나무로 조각이나 할까 싶어 어슬렁거리던 산에서 오래된 산삼을 발견하기도 하는데... 무언가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도,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욕심도 버리니, 주어진 모든 게 뜻밖의 선물로 다가온다는 자연인. 그는 이곳에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행복을 누리는 중이다.
이제는 편안한 웃음과 함께 청산에 사는 남자. 자연인 임강수 씨의 이야기는 5월 12일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