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마비되어 가는 아빠의 인생
“온몸에 빠지는 근육처럼 제 평범한 일상도 빼앗기고 있어요”
옥천의 한 시골 마을에는 사지가 서서히 마비되는 병에 걸린 아빠와 다섯 식구가 있습니다. 지난 3월 ‘산발형 근위축성측삭경화증(루게릭병)’ 판명을 받은 한영(56) 씨. 여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던 평범한 가장이었지만 루게릭병에 걸린 후 한영 씨의 삶은 송두리째 무너졌습니다. 한영 씨가 처음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한 건 1년 전. 팔과 다리 근육이 툭툭 튀는 통증 때문에 병원 이곳저곳을 다녔지만 호전되지 않았죠.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통증이 심해져 일하기도 힘들어졌지만, 돈을 벌어야 하니 하루하루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렇게 병원을 전전하는 사이 1년이 흘렀고, 결국 루게릭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고 말았습니다. 그 사이 체중은 10kg 넘게 빠져 43kg 밖에 되지 않는 심각한 상태가 됐는데요. 팔, 다리, 배 등 온몸의 근육도 점점 빠지더니 이제는 앉거나 걷는 것은 물론 젓가락질도 쉽지 않을 만큼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더욱 걱정인 건 병의 진행 속도가 빨라 벌써 호흡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건데요. 호흡 근육이 굳기 시작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심지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숨이 찰 만큼 병마는 한영 씨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 아들이 불쌍하고 청춘에 죽으면 어떻게 해...
늙은이가 먼저 죽어야 하는데”
손에 힘이 없이 물병조차 열 수 없는 한영 씨. 산소호흡기를 하루에 몇 번씩 해야 하는 이 안타까운 상황을 89살의 노모는 매일 눈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한영 씨 역시 나이 드신 어머니께 불효를 하는 것만 같아 가슴이 미어질 뿐입니다. 아들이 병에 걸렸다는 소리에 먹던 약까지 끊었을 만큼 충격이 컸지만, 아픈 아들에게 자신까지 걱정시킬 수 없어 원통함을 애써 속으로만 삼켜야 했는데요. 아들이 어떤 무서운 병에 걸린 건지, 왜 건강했던 아들의 몸이 점점 마비되어 가는지 나이 드신 노모는 도통 알 수가 없으니 더욱 애가 탑니다. 한영 씨도 어머니 앞에서 아픈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것이 그저 죄스러울 뿐입니다.
“어린 자식들 셋과 늙은 어머니를 두고 떠날 수 없으니 살고 싶어요”
얼마 전부터 한영 씨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사람은 아내 유미꼬(53) 씨입니다. 남편의 굳어가는 손발이 되어주는 건 물론 아이들을 챙기고 생계를 책임지는 것까지 모두 아내 유미꼬 씨가 감당해야 하는 가혹한 현실인데요. 매일 아이돌보미와 노인돌보미 두 가지 일을 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수입은 100만 원 남짓. 6식구의 생활비로도 부족한데 아이들의 학비와 남편의 병원비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할 뿐입니다. 한영 씨는 모든 짐을 아내에게 떠넘기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너무 한탄스럽기만 한데요. 한창 부모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재수생과 중·고등학생인 아이들에게까지 짐을 지우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치료제가 없는 병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치료한다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희망! 하지만 한영 씨는 막막한 현실 앞에 고민이 깊어집니다.
지난 3월, 루게릭병을 진단받은 한영 씨와
혼란스럽지만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여섯 식구들!
사랑하는 가족들을 오래 보고픈 한영 씨의
가슴 아픈 사연을 MBN 소나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