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천연색 단풍이 곱게 물든 해발 600미터 깊은 산골짜기, 전기가 있을 리 만무한 첩첩산중에 블랙박스는 물론, TV, LED등, 심지어 비데까지 사용하는 자연인이 나타났다! 전기 기술자 출신인 자연인이 태양광 발전기를 직접 만들어 필요한 곳에 전기를 쓰고 있었던 것인데. 산에 산다고 불편하게 살란 법 있냐 말하며 필요한 건 뭐든 척척 만들어내는 오늘의 주인공 홍학기(63세) 씨. 매사 유쾌하고 흥이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인 그가 산에 살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집안의 5대 장손으로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남부럽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낸 홍학기 씨. 그의 아버지는 교사 출신으로, 직업 특성 상 전근이 잦아 1년에 한 번씩 전학을 다녀야 했다는데. 때문에 친구를 사귈 수 없었던 그는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았고, 그럴 때면 시계나 라디오를 분해하고 조립해 보는 등 손으로 뭐든 뚝딱 만들어 보는 취미가 생겼다. 그 덕분인지 손재주는 주변에 소문이 자자했고, 전기 설비까지 스스로 터득하며 80년도 유명 은행에 전기 기술자로 입사해 승승장구 했다. 비상한 손재주 때문인지, 아니면 혼자 있는 게 익숙한 탓인지 조직생활에 회의감을 느꼈던 그는 잘 나가던 은행 기술직을 내려놓고 홀로 인터넷 개통 사업을 하며 안정적인 삶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평화롭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시련이 찾아왔다. 과속하던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끔찍한 사고를 겪게 된 것. 그 사고로 그는 장애 5급 판정을 받았고, 다리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흉터가 새겨졌다. 설상가상 사업은 기울고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가기도 여의치 않는 것을 본 그는 죽기 살기로 재활에 매달렸고, 걷지도 못했던 그가 5개월 만에 두 발을 딛고 걸을 수 있게 됐다. 그가 재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끝도 없는 오르막 산길을 오가며 고통이 점차 행복으로 바뀌며 자연스레 산에 정착하게 된 홍학기 씨. 산 정상에 올라 하늘을 바라볼 때마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얻게 됐다는데.
산에 살기 시작하면서 그의 손재주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버려진 폐타이어와 자전거 바퀴가 그의 손길을 거치면 기발한 도구로 재탄생되고, 태양광 전기를 이용해 비데 설치까지 척척 해내는 그의 모습은 산중 에디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의 요리 역시 평범함을 거부한다. 메뚜기 볶음은 물론, 고추냉이를 수확해 만든 닭고기 냉채까지. 뻔한 것보다 색다른 걸 만드는 일이 가장 재밌는 일이라며, 자신을 산중 괴짜 발명가라 불러 달라 말하는 자연인 홍학기 씨의 유쾌한 이야기는 11월 14일 수요일 밤 9시 50분 MBN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