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이 죽을 때 눈도 못 감았어요...
우리 시온이 때문에 “
올해 15살이 된 시온이는 아직도 기저귀를 찹니다. 110cm, 16kg의 작은 체구. 혼자서는 걷는 것도 먹는 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요. 선천성 수두증으로 태어나자마자 수술대에 오른 시온이는 평생 인지능력 장애와 발달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합니다. 엄마 젖을 물기도 전에 주렁주렁 의료 장비를 달고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어린 생명을 보며 아빠, 엄마는 한때 시온이를 포기하려 했다는데요. 그 생각도 잠시, 소중한 아이를 포기하려 했다는 미안함에 부부는 언제나 시온이를 1순위로 삶을 살았습니다. 밤낮으로 일하면서도 시온이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달려와 주었던 아빠는 요양 자격증까지 땄었는데요. 6년 전, 시온이와 엄마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아빠가 췌장암 판정을 받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혼자 남을 아내와 아빠 없이 지내야 할 시온이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감지 못했다는데요. 엄마 재숙 씨는 가장의 짐을 오롯이 떠안은 채, 아픈 시온이를 홀로 지키고 있습니다.
“ 아이가 ‘엄마’ 하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올까요? ”
24시간 혼자 시온이의 곁을 지켜야 하는 재숙 씨. 시온이는 대소변을 가리는 일도 몸을 씻기는 것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다는데요. 밥 한 번 먹이는 일도 전쟁입니다. 음식을 씹지 못하는 탓에 모든 음식은 잘게 잘라 엄마가 먹여주어야 하는데요. 늘 가래가 차는 탓에 그나마도 편히 먹는 일이 드뭅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들고 속상한 건 시온이의 뜻을 알아주지 못할 때인데요. 어린 시절, 기도가 좁아 기관 절개를 한 탓에 엄마는 평생 시온이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 흔한 ‘엄마’라는 말도 재숙 씨에겐 꿈같은 일이 되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손짓, 발짓이 전부인 시온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을 때면 팔짝 뛰며 난동을 부리곤 하는데요. 그런 시온이를 볼 때마다 엄마 재숙 씨의 한숨이 깊어집니다.
“ 늘 부족한 엄마라서...
시온이한테 미안하고 또 미안해요 “
사실 재숙 씨 가족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는데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재숙 씨는 아픈 시온이를 홀로 돌보느라 근로활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기초수급자를 신청해봤지만, 죽은 남편 앞으로 나오는 적은 돈의 유족연금 때문에 수급자 선정에서도 탈락하고 말았는데요. 결국 재숙 씨는 시온이가 어려서부터 받고 있던 재활치료까지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부족한 엄마 탓에 아이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재숙 씨의 마음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기만 합니다. 홀로 아픈 아이를 돌보는 가장이 된 후, 매일 매일이 고난의 연속이지만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엄마 재숙 씨. 엄마의 품이 시온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곳이듯, 시온이 역시 엄마가 기댈 수 있는 단 하나의 품이기 때문입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열다섯 살 소년 시온이와
평생 그런 아들의 손발이 되어주고 있는
엄마 재숙 씨.
하늘 아래 단 둘뿐이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모자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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