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범 씨의 보이지 않는 사랑
시각장애 1급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채희범(47) 씨와 심난숙(52) 씨 부부. 12년 전, 두 사람은 맹아학교에서 만나게 되었는데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함께 학교에 다녔던 두 사람은 장애를 극복하고 마침내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 후 남편, 희범 씨는 한결 같은 사랑으로 지금까지 아내의 곁을 지켜왔습니다. 아픈 아내를 위해 모든 집안일을 맡아서 하고 있는 희범 씨. 앞이 보이지 않지만 더듬거리는 손으로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식사시간마다 냄새로 알아 낸 반찬 종류를 일일이 아내에게 설명해주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아내의 손과 발이 되어주곤 하는 희범 씨는 온통 아내 생각뿐인데요, 혹시나 아내가 부딪힐까하는 생각에 벽 모서리마다 신문지를 뭉쳐 보호대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내 난숙 씨는 남편이 만들어 놓은 신문지 보호대를 만질 때 마다 그 정성이 느껴져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데요. 하지만 남편이 자신 때문에 너무 고생하는 것만 같아 자꾸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흘러나옵니다. 이렇게 부부는 암흑 같은 어둠 속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과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습니다.
“ 아내가 보통사람처럼 살고 싶대요.
남들처럼 본인이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고 싶다고 했거든요.
옆에서 이런 얘기 들으면 눈물 밖에 안 나와요.”
아내, 난숙 씨는 당뇨로 인한 신부전증으로 18년 째 신장투석을 받고 있는데요. 오랜 투석생활 때문일까요. 난숙 씨는 투석 받고 오는 날이면 몸에 힘이 없어 남편의 부축이 없이는 움직이기도 힘들고 거의 방에 누워 생활해야 합니다. 또 투석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에 심각한 간지러움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투석 받으러 병원에 가서도, 집에 돌아와서도 난숙 씨는 쉴 새 없이 온 몸을 긁어 댑니다. 일반 투석 환자들보다 간지러움의 정도가 심해서 온 몸이 빨개지고 상처가 나고서야 긁는 걸 멈추는데요. 난숙 씨의 고통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난숙 씨에게 시각장애와 신부전증이라는 고통을 안겨 준 당뇨로 인해 최근 왼쪽 세 번째 발가락을 절단하게 되었는데요. 부부 모두 눈이 보이지 않다보니 상태의 심각성을 늦게 깨달아 치료시기를 놓쳐버렸습니다. 결국 당뇨로 발가락 하나를 잃게 되었고, 난숙 씨는 점점 악화되어만 가는 삶 속에서 희망도 함께 잃어버렸습니다.
“저희 집사람이 투석을 18년 동안 했는데 너무 힘들었거든요.
지금도 너무 힘들어하는데 제가 옆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너무 안타까워요.“
병원에서 아내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신장이식이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신장이식 해 줄 기증자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요. 신장이식을 하지 못하면 아내는 평생 투석을 받으며 살아가야 합니다. 20년 가까이 투석을 받으며 지칠 대로 지쳐버린 아내를 볼 때면 희섭 씨는 마음이 아픈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부탁을 해보지만 결과는 부부를 더 처참하게 만듭니다. 희범 씨는 아내가 건강해져 밝은 웃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자신의 신장이라도 떼어주고 싶은 마음인데요. 하지만 희범 씨의 마음과는 다르게 까다로운 절차와 2000만원이 넘는 신장이식수술비용 때문에 병원에서 몇 번이나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아내에게 큰 힘이 되어주겠다는 다짐으로 평생을 약속하게 됐는데 자신이 큰 도움이 못 되는 것 같아 미안한데요. 언제쯤 아내에게 행복한 미래를 선물해줄 수 있을까, 남편 희범 씨는 오늘도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시각장애로 앞이 보이지 않지만
장애를 극복하고 결혼에 골인한 부부,
하지만 오랜 신장투석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버린 아내와
그런 아내를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픈 남편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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